<조선>에 계란 던지는 시민과
인터뷰 하는 시민운동 지도자들

조선일보의 언론운동·안티조선운동 격리작업

등록 2003.01.01 10:16수정 2003.01.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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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덕담은 못하고 또 이렇게 시시비비를 따지게 만드는 시민운동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사실을 먼저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올 한 해 동안 시민운동진영의 위선적인 모습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을진대, 한 편에서는 조선일보에 기고를 거부하는 등 반대운동을 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얼굴 내밀기에 여념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2002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 저녁에도 수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시위를 했다. 이 날도 시민들이 지난 14일에 이어 조선일보사에 계란을 던졌던 모양이다. 조선은 이 사실을 제2 사회면에 1단 기사로 실었다. <대학생 등 50여명 本社 몰려와 계란투척> 이란 제목의 기사 내용을 보자.

31일 밤 10시 15분 쯤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조선일보 사옥 구관 앞에서 대학생과 중·고생 등 50여명이 구관 정문을 향해 달걀 300여개를 던지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날 광화문에서 열린 미군 여중생 사망 촛불시위에 참여했다가 태평로로 이동한 뒤 "대선 왜곡보도, 조선일보는 폐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출입문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다른 신문들은 보도하지 않은 이 망신살 뻗치는 내용을 왜 기사화 했을까? 기사에는 "현장에는 경찰 20여명이 있었으나 이들의 시위를 방관"했다는 볼멘 내용도 있다. 이 부분은 경찰들이 매우 서운하게 여길 대목이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조선일보 방향으로 행진을 할 때면 어김없이 경찰들이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과 사과를 모르는 조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편, 1일자 A28면에는 'NGO, 노(盧)정부 시대의 시민단체' 라는 기사가 전면을 깔았다. '정치개혁'의 한 목소리를 내며 새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건 시민단체가 고민할 게 무언가? 내용은 차치하고 이 기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한 것으로 돼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면면을 보자.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국장, 경실련 정책실 김한기 부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이필상 공동대표,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실장, 환경재단 이미경 사무국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하나만 묻고 넘어가자. 시민운동단체가 지향하는 사회와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사회가 같은가?

12월30일에는 2002대선 미디어공정선거 국민연대(미디어국민연대)가 서울시 의회 앞에서 '편파왜곡보도 장례식'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조선은 이 집회를 <명계남씨등 50명 "大選편파보도" 주장 / 상여에 新聞실어 화형식> 이라는 제목으로 사회면 2단 박스기사로 소개했다.


명계남 조아세 공동대표, 이관복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시민연대 대표,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등의 발언을 소상하게 옮겨놓고 있다. 기자는 이들이 "일부 언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신 북풍을 조장하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써놓았다. 저들의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가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싶은 것이다.

조선의 '전략'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안티조선운동이나 언론개혁운동을 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은 외면하거나 희화화 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고분고분한 일반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키워준다. 때로는 시민운동의 대부요 기둥으로 치켜세워준다. 이런 식으로 유명해진 인사들은 시민운동진영 내에서도 추앙을 받는다. 깨어있다는 시민운동 활동가들도 '조선일보 프레임'에 갇혀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다. 시민의 신문이 시민운동가 200명을 대상을 설문조사를 했는데(시민의 신문 2003년 1월1일자), 2002년 최고의 시민운동으로 SOFA 개정 및 주한미군 반대투쟁(49.5%)과 반전평화·통일운동(21.0%), 그리고 대선유권자연대 활동(9.0%) 등을 꼽았다. 반면에 언론개혁운동은 '가장 미진했던 시민운동' 4위로 지목했다. 기가 막힌다.

이게 왜 조선일보 프레임인가? 이들 눈에는 연초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을 가득 채우며 성황리에 개최됐던 '조선일보 민간법정'을 비롯한 각종 조선일보 반대운동, 회원들이 거금을 털어 여러 차례에 걸쳐 무려 100만부 가까운 신문을 발행하여 조선일보의 해악을 열렬히 알린 조아세의 활동, 조중동의 편파·왜곡보도를 밀착 감시함으로써 저들의 '대통령 만들기'를 무력화시킨 미디어국민연대의 활동 등은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저 언론플레이를 잘한 유권자연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안티조선이나 언론운동의 대오에 동참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더 이상 기대하지도 않는다. 계속 조선일보와 더불어 개혁운동을 열심히 하시라. 다만 조선일보사에 계란을 던지는 어린 학생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지 새해 벽두에 한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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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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