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를 흔든 사람들

이제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등록 2003.01.01 11:31수정 2003.01.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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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집트 주변 작은 나라에 한 소년이 살았다. 총명했던 소년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점했으나 배다른 형들에게는 미움을 샀다.


어느 날 들에서 일하는 형들에게 심부름을 갔던 소년은 질투심에 눈먼 형들에 의해 노예로 팔린다. 이집트 고관의 노예가 된 그는 주인의 신임을 얻어 그 집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가정총무가 된다.

하지만 준수한 청년으로 자란 그에게 주인여자의 유혹이 기다린다. 둘만 있을 때 여자가 그의 옷을 잡고 매달리나 청년은 여자의 손에 옷을 버려 두고 도망친다. 여자는 청년에게 죄를 씌울 수밖에 없었고, 청년은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감옥에서 파라오의 신하를 만나고 그 인연으로 이집트라는 당시 최고 문명국의 국무총리가 된다. (창세기 37장∼41장)


웬 성경 이야기냐고? 조금만 더 가자. 청년은 자신의 재능만으로 국무총리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은 자신을 노예 상인에게 팔아버린 비정한 형들이나 동침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뒤통수를 쳐버린 여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그들은 청년을 죽음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으나 청년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2002년 12월 1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전광판의 노무현 후보의 이름 앞에 '확'자가 붙는 순간 나는 수천 년 전 청년 요셉을 생각했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노무현 당선자 찬가를 부르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것은 노무현 당선자를 무너뜨릴 수 있다.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평가는 5년 후로 유보해야한다. 어쩌면 더 오랜 시간 후에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단지, 그의 위기들이 수천 년 전 청년 요셉의 그것과 오버랩 됐다는 말이다.

동생 노무현을 수렁에 밀어 넣은 형들이 누구인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뒤통수를 쳐버린 여자가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의 勝因을 이렇게 꼽는다. 노사모와 개혁당, 인터넷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의 등장-'김대중정부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이 바로 노무현을 당선시키기 위한 음모였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감성에 호소한 노무현 캠프의 포지티브 미디어 전략, 낡은 정치에 신물난 국민들에게 어필한 노무현 후보의 참신한 이미지, 그의 진실하고 치열한 삶의 역정 그리고 정몽준씨와의 단일화를 꼽는다. 맞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하고싶다. 나는 그의 '버림받은 자'의 아픔을 국민들이 느끼고 있었기에 앞의 모든 승인들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는 부산에서 버림받았다. 썩은 지역감정 하나 달랑 내세운 자를 택하고 자신의 진정을 버린 부산에 대해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눈물을 감추는 그의 처연함은 우리의 것이 되었다.


우리는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청와대나 민주당 주류가 노무현 당선자를 원치 않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인제씨가 아무리 '음모론'을 떠들어도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것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았다.

민주당 스스로 마련하고 관리한 국민경선에서 정정당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흔들어 떨어뜨리려 할 때 우리는 그의 외로움과 함께 하고싶었다. 지지율 하락이 그만의 탓이었나? 지지율 하락을 함께 책임져야할 자들이 그를 흔들고 벼랑 끝으로 밀어댔다. 이제는 '새'로 불리는 사람들이 그를 할퀴고 떠날 때 우리는 그의 쓰라린 상처를 외면할 수 없었다.

민주당 '반노 비노'세력 일부에서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당당하다고 한다. 그분들은 상대가 'DJ양자론'이란 창을 들고나오니 노무현 후보를 DJ와 떼어놓으려 했었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될 것도, 정몽준씨가 '자폭'할 것도 미리 알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정몽준씨의 '자폭'을 예감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18일 밤 유세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은 있다.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던 분들은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어떻게 이해할까? 우리는 원칙과 정의와 신의를 지키는 정치가를 원한다. '손익'보다 '선악'을 가리는 정치가를 원한다. 혹시 '수단은 목적에 종속된다'고 생각한다면 민주주의가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권한다. 그리고 이 중대한 시국에 노무현 당선자에게 힘을 보태시기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닐까?

요셉과 형들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세월이 흘러 서로 만났을 때 지난날을 후회하는 형들을 확인한 요셉은 그들과 화해한다. 형들은 '우리 덕에 네가 출세했다'고 안 한다. 오히려 요셉이 '나를 팔았다고 근심하지 마오. 하나님이 나를 먼저 보낸 것이오.'라고 한다.(창세기 44, 45장) 이 화해는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 결국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운이 좋아서 됐다. 운이 그렇게 정해놓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겼다. ... 종교적으로 중립을 취하기 때문에 말하기는 어렵지만, 하느님께서 도와준 것으로 생각한다."
12월 26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한 말이다.

이제 국민이 선택한 후보를 흔들었던 분들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대답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誤讀하지 않기 바란다. 종교적인 의도는 없다. 노무현 당선자를 추켜세우려는 의도도 없다. 그것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안다. 

다만,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던 분들도 취임도 하기 전에 난관을 만난 노무현 당선자에게 이제는 힘을 보탰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誤讀하지 않기 바란다. 종교적인 의도는 없다. 노무현 당선자를 추켜세우려는 의도도 없다. 그것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안다. 

다만,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던 분들도 취임도 하기 전에 난관을 만난 노무현 당선자에게 이제는 힘을 보탰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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