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라

등록 2003.01.02 16:47수정 2003.01.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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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입니다. 먼저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적 입장에서 혹은, 지역 전체의 시민이나 구민, 군민의 입장에 서서 고민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애쓰셨던 많은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여러가지의 기대와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고 출발했지만 막상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부디치자 약간 두렵기도 하고 까짓것 해보지 뭐 하는 오기도 생겨납니다.

오늘은 차분히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알고 싶고 또 그들은 어떤 설계와 계획으로 일의 실마리를 잡아내고 있는가를 살펴보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많은 곳에서 넉넉함과 여유, 벅찬 희망에 대한, 혹은 부푼 기대의 실현에 대한 조바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싸이트의 촛불시위 일부세력 참여 반대 의견을 보면서 마음이 천근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정치개혁을 놓고 미국 주둔군 지위협정 문제를 놓고, 그리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놓고 앞다투어 많은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에서 민노당을 공격하는 글을 봅니다. 그리고 운동권을 공격하는 글을 봅니다. 필자인 저는 민노당을 배격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낍니다. 운동권을 공격하는 글을 보면서 참담함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지난해에 월드컵을 응원하면서,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의 앞날과 소망스런 국가의 장래를 위해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였습니다. 만약 너는 되고 너는 안되고라는 식으로 구분해서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그 일이 추진되었다면 아마 그런 승리를 거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민노당이 왜 미국에 대한 촛불 시위에 나서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까? 민노당은 예전부터 일관되게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교류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미국 주둔군 지위협정의 개정과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이뤄내는 것은 우리 국민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거기에서 누구누구는 빠지라고 말할 권리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 겁니까? 감히 그렇게 말할 자 누구입니까?

노동자라서 빠져야 됩니까? 해병대 전우회라고 해서 빠져야 됩니까? 장기수 출신이라 해서 빠져야 됩니까? 호의호식해온 재벌2세라고 해서 빠져야 됩니까? 공무원이니까 빠져야 됩니까? 교장이니까 빠져야 됩니까? 그러면 누가 그 일을 해 낸단 말입니까?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그들의 몸에 감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밧줄을 봅니다. 그 밧줄은 처음에 타의에 의해서 그들 자신의 몸에 묶였지만 이제 그들 스스로 그 밧줄을 부여잡고 풀지 않으려 하는 우스꽝스러운 몸부림을 봅니다.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 원년으로 봅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이데올로기적 포로상태에서 벗어나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누군가가 북한을 방문한다든지 과격한 시위를 하면 공안정국을 초래하여 민주화를 후퇴시킨다는 분석과 질타가 쏟아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상황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군사독재권력이 말도 안 되는 메카시즘을 유포시켜 국민을 포로상태로 만든 다음, 그걸 이용해 국민을 다시 한번 묶어 세우려는 유치한 전략 아니었습니까?

지금이 군사독재 상황입니까? 왜 미군주둔군 지위협정에 민노당이나 운동권이 나서면 미국에서 다시 공안정국이라도 형성한답디까? 그리고 조선일보에서 운동권 빨갱이와 민노당 빨갱이들이 그걸 주도하는 것이니 그것이 이적행위라고 몰아부치기라도 한답디까? 그럴지도 모르니 혹시 그것이 두려운 겁니까?

도대체 무엇이 두럽고 무섭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촛불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했던 말을 마치 교조의 말씀처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자세는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잘 알고 있다시피, 국민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느 한 정파나 어느 한 조직, 어느 한 개인의 이익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요? 사회에 만연된 비 상식과 평범한 사람들에게 씌워진 다양한 올가미들을 걷어내고 깨뜨리자는 것 아니었나요?

김대중 대통령의 일관된 햇볕정책으로 우리국민은 이념적 포로상태에서 많이 해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는 그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이제 노무현 시대에 자신도 모르게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지요.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촛불시위를, 정치개혁을 남북문제를 누가 주도하던 무슨 상관입니까? 그 문제의 본질을 알고 제대로 풀어낼 세력이 한개인이든 조직이든 단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그걸 제대로 풀어내면 우리 국민에게 이익이 됩니다.

먼저 누구는 빠지고 누구는 하지 마라, 라고 주장하는 협소하고 유치한 자신의 철학적 기반부터 살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노당원도 아니고 선거때 민노당을 지지했던 사람도 아닙니다만, 우리 사회에 비상식적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아직도 견고한 것 같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지, 아직도 마음속에 견고한 벽을 쌓고 비상식과 무원칙을 지켜나가고자 한다면 이 사회가 언제 제대로 된 사회가 되겠습니까?

새해에는 크고 넓게 보는 마음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운동권에 대해 비난을 일삼는 이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그들의 이타심에 불타는 경쟁심에서 나온 발걸기는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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