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노총각이 찍은 사진들

로모사진기와 함께

등록 2003.01.07 17:14수정 2003.01.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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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이다. 이제 서른하고도 다섯이라는 나이가 부담스럽기만하다. 이제 정말 노총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 것은 부모님의 결혼에 대한 성화도 이제는 한풀 꺾여버렸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혼자 돌아 다니는 것 좋아하고, 바둑이나 두러 다니니 결혼은 생각도 않는 것이라고 못마땅해 하신다. 그나마 낚시하러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라나.

그런데 어머니께서 싫어하실 취미가 하나 생겼다. 사진찍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로모사진기가 사진 찍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러시아 첩보원들이 사용하던 사진기라는 광고문구에 혹해서 무작정 사두었던 로모를 한동안 잊고 차에다 그냥 두고 다녔었다. 어느 날인가 차안 서랍에 놓인 로모를 들고 무작정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현상한 사진들 속에 사람이 없는 경치만 있는 걸 보시고 이런걸 왜 찍었냐고 물어보시더니만 점점 사진들이 많아지고 시간이 날때마다 돌아 다니는 빈도가 잦아지자 어머닌 싫어하시는 눈치가 역력하다.


a 학교에 눈이 내려서 운동장을 찍었다.

학교에 눈이 내려서 운동장을 찍었다. ⓒ 박영호

a 집에 들어오다가 아파트 앞 교회의 간판

집에 들어오다가 아파트 앞 교회의 간판 ⓒ 박영호

a 신호대기하다가 한장 찍었다.

신호대기하다가 한장 찍었다. ⓒ 박영호

a 신호대기하다가 또 한장 찍었다.

신호대기하다가 또 한장 찍었다. ⓒ 박영호

로모사진기의 가장 큰 특성은 자유인 것 같다. 아무렇게나 찍어놓고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는 재미, 자동카메라로 찍은 사진과는 어딘지 조금 다른 사진들을 보다보면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된다. 뻥튀기 과자 하나면 기꺼이 모델을 서주는 조카(맞벌이하는 여동생의 애를 어머니께서 돌보고 계심)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a 조카는 이제 네살이 된다.

조카는 이제 네살이 된다. ⓒ 박영호

a 아주 저렴한 모델료(손에든 과자)로 모델이 되어주는 착한 조카

아주 저렴한 모델료(손에든 과자)로 모델이 되어주는 착한 조카 ⓒ 박영호

이제 네살이 되는 조카는 키가 큰 내동생을 큰삼촌이라고 부르고 내게는 작은 삼촌이라고 불러서 화나게 하기도 한다.

a 조카가 바다라고 부르는 낚시터

조카가 바다라고 부르는 낚시터 ⓒ 박영호

a 진짜 바다가 보이는 찻집의 유리창

진짜 바다가 보이는 찻집의 유리창 ⓒ 박영호

a 하늘을 묶은 사슬?

하늘을 묶은 사슬? ⓒ 박영호

a 철길 옆에 쌓아 놓은 철도목위에 쌓인 눈이부신 눈

철길 옆에 쌓아 놓은 철도목위에 쌓인 눈이부신 눈 ⓒ 박영호

어머님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오늘도 집을 나선다. 춘천 소양교 다리건너 산책길에 서서 바라본 소양호, 하늘이 물에 비친건지 물이 하늘에 비친 것인지. 안개피어나는 호수가 제법 운치가 있다.

a 춘천시 소양교를 바라보며

춘천시 소양교를 바라보며 ⓒ 박영호

a 소양호 가운데 집이 하나뿐인 작은 섬

소양호 가운데 집이 하나뿐인 작은 섬 ⓒ 박영호

a 북으로 가는 철길 없는 교각(춘천역이 종착역)위에 철길이 놓일 날은 언제쯤 일까?

북으로 가는 철길 없는 교각(춘천역이 종착역)위에 철길이 놓일 날은 언제쯤 일까? ⓒ 박영호

a 해를 직접 찍었다.

해를 직접 찍었다. ⓒ 박영호

방향을 바꿔 인제로 향해본다. 평소에 알지도 못하고 지나쳐가던 합강정에 들러서 이곳에 박인환 시인의 시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a 인제가는 길 옆 합강정에 있는 박인화 시인의 시비

인제가는 길 옆 합강정에 있는 박인화 시인의 시비 ⓒ 박영호

a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되는 세월이 가면이 시비 뒷면에 적혀있다.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되는 세월이 가면이 시비 뒷면에 적혀있다. ⓒ 박영호

얼마전에 다녀온 선운사에서 찍은 사진들은 이전기사에 실었다. 이러다가 사진작가 되는거 아냐?


a 선운사 뜰에서 그냥 한번 눌러본 사진

선운사 뜰에서 그냥 한번 눌러본 사진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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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에겐 편안함을, 친구에게는 믿음을, 젊은이에겐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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