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누굴 추천할까 ?

등록 2003.01.08 11:39수정 2003.01.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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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방식이 정국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공직인사에 대한 '다면평가제' 확대실시를 위해 적극 검토 중임을 밝힌 바 있으며, 심지어 인수위원 중에도 다면평가 기록이 없는 사람은 설 자리조차 없어졌다고 한다.

최근 인수위원회가 인터넷을 통해 이달 말까지 장관 추천을 받겠다고 한 국민추천제 방식은, 기존의 인사관행을 뒤엎는 것으로써 발상자체부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라 불리는 학연, 지연, 혈연의 부정적 연결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이기에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할 수 있으므로, e-시대의 장단점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신중한 변별력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권한 중에서 장관 임명권이야말로 통치권자의 최고 권력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역대 대통령들에게 있어서 장관 자리만큼은 당연히 대선 승리의 최대 전리품으로 여겨졌고 이에, 국무위원으로서의 국사운영 능력이나 장관으로서의 해당부처와 연관된 전문성은 뒷전이었다. 우선적으로 대통령 만들기에 현격한 공로가 인정되는 가신들에게 최소한 몇 개월씩이라도 나눠먹기 식의 감투를 씌어주다 보니 이들의 재임기간이 고작 길어야 수개월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능력은 둘째치고서라도 도덕성에서부터 치명적인 과오가 있음에도 별다른 여과장치가 없으므로 기용 후에 심지어 사흘을 못 넘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마다 재임기간 중 공명정대한 인사원칙을 주장하지만 이는 독백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사람이라도 더 자기 가신을 챙기기 위한 노력은 퇴임직전까지 계속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르긴 해도, 대통령직에 취임하자마자 정치적 모체인 당적을 포기하거나 탈당하지 않는 한, 감히 정실과 연고주의라는 오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과 부패의 온실에서 제도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써 인터넷이라는 사이버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인터넷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에 걸맞는 매체를 활용한다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지로 엿보여지며, 정보화 시대에 순응하는 자연스런 선택이다. 한편으론 장관을 네티즌 추천에 의해 뽑는다는 것은 특정인 위주의 인기에 의한 선택이 지배적일 수 있거나, 특정세대에 국한된 세대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간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쯤에서 우리도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추천해야 할 것인데, 과연 누구를 추천해야할지 염려스럽다. 유행하는 광고카피를 빌어 '니~들이 교육을 알어'라는 의미심장함을 되새겨야 할 때 진정으로 교육을 사랑하고 국가백년대계를 기획할 수 있는 교육철학과 소신 있는 혜안을 가진 자를 발굴해야 한다.

장관추천이라는, 교육을 살리기 위한 절대절명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장관추천을 두고 입밖에라도 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교육은 정치를 위한 한갓 수단에 불과했으며, 교직을 등에 업고 양손에 학생과 학부모를 웅켜잡고 이를 악용하려는 모리배만 득실거렸다. 그러나 이렇게 장관 추천을 받을 때만큼이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대학입시제도의 당사자인 학생과 사교육비의 자금책인 학부모, 한때 교육개혁의 대상이었던 교사들이 한 목소리로 교육부장관을 천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추천할 것인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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