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양성평등으로 나아가야"

대전시 여성정책자문관 1호 안정선 교수

등록 2003.01.12 17:33수정 2003.01.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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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가 담보되지 않는 자리라면 의미가 없다. 일할 수 있도록 내 자리를 요구하겠다. 그래야 그 결과가 시민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나"

a 대전시 여성정책자문관 1호 안정선(47) 교수

대전시 여성정책자문관 1호 안정선(47) 교수 ⓒ 정세연

대전시 첫 여성정책자문관으로 영입된 안정선(여. 47. 공주대 간호학과) 교수의 계획은 예상처럼 당찼다. 여성정책자문관은 대전시장직속 여성정책위원회 소속으로 대전시가 여성정책을 생산하고 조정하기 위해 처음 만든 직책이다. 안 교수가 자문관직을 맡은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1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전여민회 의장, 대전여성환경포럼 대표, 대전YWCA 신협 이사장 등등 그의 이력은 지역 여성운동과 함께 해온 삶의 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즉 '지역 여성운동 지도자'의 '제도권 여성정책자문관으로의 변신' 이라는 데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안 교수는 이를 "민관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하고 "이를 위해 시 여성정책 추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역 여성운동계를 대표해온 이력에 비해 여성정책담당관이라는 직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페이퍼 상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을 이끌어내는 것이 자문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 교수는 여성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사회전체의 시스템인 법, 제도, 교육, 문화 등이 변화없는 여성의 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 제도가 일정 부분 손질이 시작된 만큼 이제 교육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시민사회단체에 오랫동안 몸 담아오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는 안 교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과 관련 "여성활동가들이 부족한데다 결혼, 출산과 함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타 직장보다 많다"며 "조직 내부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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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연

- 대전시 1호 여성정책관이 된 소감은?
"1호 여성정책자문관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다. 여성정책연구팀의 논의를 시가 받아들여 정책화하고 집행해 현실을 바꿔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연구활동을 벌이겠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의 사회, 특정한 성이 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일익 하겠다.


당장은 행정시스템과의 조화를 이루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집행부서에 어떤 형태로 도움을 주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이고 이게 자문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그간 여성정책위 부위원장, 여성단체 활동 등을 해오면서 느껴온 대전시 여성정책의 문제점은?
"많은 자치단체가 여성정책을 예산책정에 따른 목적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시의 정책연구와 집행 과정을 여성의 관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 일각에서는 안 교수의 이력에 비해 직급이 낮고 이에 따라 대전시 여성정책관 임명과 여성정책위 기능 확대가 민관 파트너십을 보여준 것이기 보다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보여주기용, 생색내기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였다면 애초 맡지도 않았을 것이다. 알맹이가 담보되지 않는 자리라면 의미가 없다. 페이퍼 상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을 이끌어내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겠다. "

-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여성들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사회화라는 과정을 거쳐 성 역할을 학습 받은 여성이 스스로 변하기는 정말 힘들다. 사회전체의 시스템, 즉 법, 제도, 교육, 문화 등이 변하지 않고서 여성이 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과 제도는 일정 부분 손질이 시작됐다. 이제 교육과 문화가 변해야 한다.

다행히 여성 스스로는 이미 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여성 우대, 역차별이 아닌 양성평등으로 가야 한다. 여성할당제, 여성우대 등의 용어가 양성채용 목표제로 바뀐 것은 큰 변화다. 양성평등의 목표 아래 남성 또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특정한 성이 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

-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당부가 있다면?
"지역시민사회단체에 몸담아오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이같은 활동 경험이 없었다면 학생들을 가르치고 개인적 생활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이제 자신을 돌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일이 관성화되고 관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또 단체간 부문운동의 역할을 정확하게 떼어내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시민사회단체에 여성회원과 여성활동가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안타깝다. 특히 여성활동가들이 결혼 혹은 출산과 함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타 직장보다 많은 것 같다. 시작할 때는 다른 직장보다 더 큰 결심과 의지가 필요했을 텐데 막상 결혼, 출산 등의 문제에 있어 쉽게 일을 그만두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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