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제로 오인돼 사라져가는 생물들

'제비'와 '박'이 없어 '흥부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등록 2003.01.13 12:54수정 2003.01.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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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 달라져 있다. 사회는 복잡해지고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최대 격변기인 '정보화 혁명' 시대가 도래하였다고들 한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은 너무나 단순해 졌다. 예전에 보던 것이 하나, 둘 없어져 버리고 인간의 힘에 굴복한 똑같은 것들만 남아 버렸다.


천연기념물 제190호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있는 '황쏘가리'
천연기념물 제190호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있는 '황쏘가리'최한수
도시에서는 '제비'와 '박'이 없어 초등학생들이 '흥부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산에 가도 그 흔한 다람쥐 한 마리 보기 힘들며, 시골길마다 흔해빠졌던 나비도 눈에 띄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46억 년 전에 탄생한 지구가 최근 10년간 훨씬 늙어 버린 느낌이다.

46억 년 전 태양계에 지구란 행성이 출현했고, 40억 년 전 지구에 물이 생겨나고, 37억 5천만 년 전 원핵생물이 출현했으며, 그후 생명체는 복잡한 형태로 진화해오면서 500만 년 전 최초의 인류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탄생했다. 호모사피엔스란 '지혜로운 인간'이란 뜻이다. 과연 호모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생활만을 해왔는가? 아니면 현재 살고 있는 인간들은 지혜로운 호모사피엔스의 자손들이 아닌가 ?

500만 년 전 지구에서의 인류의 탄생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인류의 모습은 어떠한가 ? 인류를 지구상에 있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 생각한다. 지금 지구에는 평균 몸무게 40kg이상인 덩치 큰 잡식성 동물 60억 마리가 이 지구상에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46억년 지구 역사상 대형 잡식성 동물 60억마리가 생존했던 경우는 없었다. 이제 인간들이 따로 환경파괴를 하지 않아도 60억이란 수적인 우세로 인하여 인간들이 숨쉬는 것 마저 지구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옛말에 '호랑이가 다니면 흔적이 남지 않지만 사람이 다니면 길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물의 자짐이 돌에 구멍을 내듯이 수많은 인간이 밟고 다니면 잡초도 자라지 못할 만큼 땅이 단단해져 길이 나는 것이다.

야생에선 찾아보기 힘들게된 '깽깽이풀'
야생에선 찾아보기 힘들게된 '깽깽이풀'최한수
북미대륙에서 가장 흔하던 나그네비둘기(Passenger Pigeon)란 새는 무리를 지어 날아갈 때는 하늘을 가릴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서부 개척 시대에 고기 맛이 좋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사냥감이 되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진기록을 남겼다. 1855년에는 한사람이 1만8천마리를 판매, 1869년에는 한곳에서 750만 마리 포획 등이다. 그러나 1894년 마지막 둥지에서 동물원으로 옮겨진 이 새는 1914년에 사망하여 지구에서 나그네비둘기란 새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수백만 년 동안 혈통을 지켜온 생명체가 인간에게 잡히기 시작한지 100년도 안 돼 멸종에 이른 것이다.


이런 사건은 서부 개척시대에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이런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살아가는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다. 바로 정력제란 이름의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다.

전세계 사슴뿔의 95%를 한국인이 소비한다는 진 기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정력제로 알려진 뱀이 멸종위기에 처해있어 1999년 환경부에서 뱀을 잡지 못하게 법적 조치까지 하였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 20-30마리를 거느린다는 산양, 최음 효과가 있다는 사향노루, 곰(쓸개) 등 누구나 정력제로 잘 알고 있는 짐승들은 이미 국내에선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으며 국내에 없으니 외국에 나가서까지 이것들을 먹고 있다.


살아있는건 아니지만 '무지개'도 보기 힘들죠
살아있는건 아니지만 '무지개'도 보기 힘들죠최한수
또한 식량이 되는 도토리를 사람들이 다 주워가 버리는 바람에 먹을게 없어 고생하던 다람쥐는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다 산에다 버린 고양이와 개가 산 고양이와 들개가 되어 다람쥐를 잡아먹는 통에 이제는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문제는 들짐승 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불치병에 좋다고 1988년도에는 쇠뜨기, 1989년도에는 겨우살이, 1999년에는 민들레가 수난을 당하더니 2000년에는 음나무 백숙을 해먹는다고 산 속 음나무를 채취해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잘려 다 말라죽었다. 정력제로 잘 알려진 깽깽이풀, 삼지구엽초 등은 야생상태에서는 더 이상 찾아 볼 수도 없게 되었으며, 이른 봄 싹만 나면 꺾어가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두릅나무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

식물의 경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겨우겨우 싹을 틔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우리의 들꽃은 멀리서 벌, 나비를 유혹해 꽃가루받이를 하여야 씨를 맺는다. 아름다운 꽃은 식물의 생식기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버릇처럼 식물의 생식기를 꺾어 냄새를 맡고, 머리에 꽂고 다니는 엽기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다 시들면 던져 버리고…. 생식기를 잃은 우리의 들꽃은 자식농사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그렇게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라고 가을 산행을 하는 사람들마다 도토리 줍기를 즐긴다. 그러나 몇 사람이 몇 시간 동안 도토리를 주어서 도토리묵 한 접시 해먹을 정도는 되지 않는다. 산을 떠나면 전혀 쓸모 없는 물건이 되고 마는 도토리... ... 도토리묵을 해먹지 못한 정도의 한줌의 도토리가 가야할 길을 뻔하다. 쓰레기통 아니면 애들 책상 서랍 속에서 기억에 잊혀진 채 썩어버린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금강초롱'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금강초롱'최한수
도토리는 추운 겨울을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생계를 위해 도토리를 줍는 사람도 있지만, 그 들 분 아니라 장난삼아 한 주먹씩 주어간 도토리 양이 엄청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도토리는 풍년인데 다람쥐는 꼬르륵"이란 플래카드가 여러 곳에 붙어있다.

환경오염, 중금속, 폐수, 매연만 막아낸다고 이 국토가 올바르게 되지 않는다. 개인 개인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행하는 잘못된 행동 하나 하나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인 것이다. 一石二鳥란 말이 생겨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새들이 돌에 맞아 죽어갔을까 ? 인간이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도토리묵 안 먹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산 속에 있는 동물들은 도토리가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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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풀, 벌레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그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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