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솟대가 될 나무파니
안녕하세요 우린 매직 서커스 유랑단
임 찾아 꿈을 찾아 떠나간다우
동네집 계집아이 함께 간다면
천리만길 발자욱에 꽃이 피리라
우리는 크라잉 넛 떠돌이 신사
한많은 팔도강산 유랑해보세
마음대로 춤을 추며 떠들어보세요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크라잉넛의 노래 '서커스매직유랑단' 분위기의 낭만적이고 무모한 계획을, 한 무더기의 젊은이들로부터 전해들었을 때, 나는 그저 몽상이겠거니 했다. '계획'이 아니라 '非계획'처럼 들렸다고 해야 할까?
이 추운 날씨에, 솟대를 리어카에 싣고, 새만금은 제2의 시화호가 될 거라는 경고를 담아서, 새만금 사람들을 만나러, 새만금 살리기라는 꿈을 찾아, 시화호부터 새만금까지, 열사나흘 동안 걸어서 내려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름하여, 새만금 유랑단.
하긴 시화호의 참담한 결과를 보면서도, 단군이래 최대-최악의 사업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오히려 새만금을 막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직접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으켜, 더 큰 재앙을 사전에 막는 것도 환경을 지키는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전라북도 농림수산국 최수 국장의 말)같은 소리를 하면서 새만금 사업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훨씬 무모하다. 무모한 세력에게 맞서려면 어찌 무모한 저항이 없을 수 있겠는가.
될까? 되나 보다? 진짜 가네? 내일 출발한다고?
서울대학교 환경운동동아리 '씨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즐거워하며 이 계획을 착착 준비했고, 이 계획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에는 별로 염두를 두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이 소식이 퍼져나가서 - 그러다가 본 기자도 알게 되었다 - 관심 있는 개인들도 참가하고 싶어했고 무엇보다 지역운동단체인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도 신선한 자극을 받아서 행동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 | 우리는 같이 걸을 것이다 | | | | 시작은 한 친구의 간단한 제안이었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여러 명이 얘기하고 현실로 만들어가면서 길동무들이 늘어난 것이고, 그것은 이제 씨알을 넘어서 새만금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행진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리의 발걸음이 이제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는 나 역시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단순히 우리들과 주민 몇 분이 같이 걸어 올라올 수도 있고 아니면 새만금을 살리려는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같이 걸어 서울로 올라오지 못하리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 파니 | | | | |
그 결과 계획이 일부 수정되어서 새만금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오는 최종안이 완성되었다. 일정은 1월 16일부터 28일까지의 13일간이다. 떠메고 갈 솟대는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최병수 작가가 북한산 작업장에서 만들었다. 최 작가는 새만금에도 작업장을 가지고 있으며, 새만금 사업 반대의 뜻을 담은 솟대와 장승 수십 개를 만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