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없이 쉽게 요리하세요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1> 안티식용유

등록 2003.01.15 11:01수정 2003.01.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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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버님께서 "규환이는 무 써는 것 보니 음식 장사해도 되겠다 "고 하셨다

아버님께서 "규환이는 무 써는 것 보니 음식 장사해도 되겠다 "고 하셨다 ⓒ 김규환

"당신 입맛은 대체 왜 그래요?"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데 그렇게 까다로워서 원-"
"생선 구울 때 프라이팬에 식용유 조금 두른 것 가지고 이러면 나더러 어쩌란 말이예요?"


그렇다. 입맛이 까다롭다. 핀잔들을 만하다. 해준 대로 먹을 것이지 웬 투정에 타령이냐 말이다. 입맛은 가져 가지고 타박하는 사람이 문제다. 지금이 어느 시절인가? 과거 어머니가 해주시던 대로 원하면 대체 누가 당신의 식성을 맞출까?

'김'도 잰 것은 안 먹는다지, 면발은 손도 안 댄다. 국물 없으면 물 말아먹고 마는 당신이다. 중국집 말만 나와도 느끼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피자도 싫다. 돈가스 한 번 먹으러 가자고 그렇게 졸라댄 사람을 두고 얼마나 많이 외면해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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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먹는 거라고는 된장찌개에 김치찌개와 찜이요 탕이다. 조림은 또 얼마나 밝히는지…. 먹을 줄 아는 것은 밥에 국물 있는 거하고 나물반찬뿐이니 원 집안 살림을 하는데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같이 직장생활 하면서 자기가 온전히 밥 한번 해서 갖다 줘보기나 했나?

속 터진다. 식사 때만 되면 열불이 난다. 온종일 이런 사람 비위 맞추려고 직장 퇴근 무렵이면 걱정이 태산이다. 식용유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건강에 이롭고 먹기도 편한 음식, 남편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옛날 방법을 찾아보자.

a 어젯밤 병어를 해 먹었습니다.

어젯밤 병어를 해 먹었습니다. ⓒ 김규환

<생선 굽기>


먼저 프라이팬을 불에 잘 달군다. 달궈지면 미리 씻고 소금간을 해서 냉동실에 보관한 생선을 꺼내 아무 기름도 첨가하지 말고 팬 위에 올린다. 지글지글 타는 듯하지만 실상 타지 않는다. 1분여 후에 중불 이하로 불을 줄인다.

일찍 뒤집으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생선 자체에서 기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집어준다. 이렇게 하면 생선 껍질도 안 벗겨지고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누구나 적사로 장작 잉걸에 구운 것처럼 깔끔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생선 굽는 용도로 따로 하나 있으면 관리하기 편하다.


<카레 만들기>

카레 향은 좋아하는데 기름으로 볶으면 담백한 맛이 사라졌다고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이 경우는 감자, 양파, 마늘, 홍당무('당근'은 일본식 한자말이므로 쓰지 않기로 한다.) 등 야채 재료를 두껍고 설익는 것을 먼저 기름 대신 맹물을 조금 바닥에 깔고 볶는다.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고기와 같이 볶아서 요리하면 어른들도 잘 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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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추김치와 무김치를 섞어도 됩니다

배추김치와 무김치를 섞어도 됩니다 ⓒ 김규환

<김치조림 만들기>

식용유를 넣고 돼지고기나 멸치에 볶으면 식은 후 기름칠에 미끈하다고 싫어한다. 먹기 전 또 데우다 보면 태우는 수도 있다. 이 때는 식용유 대신 쌀뜨물을 양에 따라 한두 국자 넣고 끓이다가 나중에 들기름을 넣어 먹으면 입맛 달아날 일 없다.

<김 굽기>

김 한 톳을 사다가 10 장 이내로 나눠 봉지에 싸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일차적인 할 일이다. 입 맛 없을 때 너댓장을 꺼내 조선간장에 양조간장을 더하고 마늘 조금 빻아 넣고 쪽파를 송송 썰고 참깨를 넣고 고춧가루 1/3 스푼 정도 넣은 양념 간장에 싸 먹으면 고향에서 먹던 김 맛을 찾을 수 있다. 김을 구울 때는 미리 프라이팬을 달구고 두 장씩 위에 잠깐 올려 놓으면 탈 염려도 없고 행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생선 조림>

겨울철에는 아무래도 무가 최고다. 요즘 무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무 보다 나은 게 없다. 먼저 무를 칼이나 숟가락으로 득득 긁어 다듬은 후 조금 도톰하게 썬다. 한 번 썬 무를 조금은 큼지막하게 네 쪽 또는 아홉 쪽으로 나눈다.

여기엔 고등어, 갈치, 코다리, 지리멸치 또는 국멸치, 꽁치, 병어(병치) 등 각자 좋아하는 생선을 고르면 되는데 더 맛있는 조림을 먹기 위해서는 대략 최소 서너 시간 전에 무와 간장, 고춧가루, 갖은 양념을 버무려 두는 게 관건이다. 생강이나 남은 술 조금 넣으면 비릿내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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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하기에 앞서 생선을 위에 올려놓고 쌀뜨물을 두 국자 조심히 퍼 넣는다. 무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 나오므로 국물은 바닥만 깔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여 양념이 생선에 고루 퍼지게 하고 생선에서도 육수가 빠져 나오게 한 후 약불로 최대한 줄여 '세월아~내월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면 제대로 된 조림을 먹을 수 있다. 데울 필요없이 솥 째 차가운데 뒀다가 먹으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a 내장만 긁어내 꼬들꼬들 말린 코다리

내장만 긁어내 꼬들꼬들 말린 코다리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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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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