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 '허니문'은 없다
인수위-조선 · 동아, 갈등 고조

인수위, <조선> 보도 관련 언론중재위에 반론보도 청구

등록 2003.01.16 10:00수정 2003.01.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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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이 인수위 기자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이 인수위 기자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광환


<기사 수정 : 오후 1시>

인수위와 <조선> <동아> 두 신문 사이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조선> <동아> 두 신문에 공개적으로 정정 보도를 요청했고, 특히 <조선>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인수위 출범이후 외부 중재기관에 반론권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동아>는 관련 사실을 '기자 눈'으로 짧게 다뤘으나, <조선>은 16일자 초판 정치면에서 「인수위, '문제' 보도마다 정면대응 - "어디 무서워서"…살벌한 기자실」이라는 비판 기사로 정면대응에 나섰다.

보통 6개월 이상으로 이야기되는 '정권 초기 허니문'이 노무현 정부와 <조선> <동아> 사이에서는 이미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보인다. 정권 초기는커녕, 아직 출범하기도 전인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양측이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새정부에서의 관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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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출범 이후 언론중재위에 첫 반론보도 청구

15일 오전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4층 기자실의 마이크를 잡고 "오늘 아침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면서 <조선>과 <동아>의 15일자 기사를 거론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총 4개다.


a 인수위가 공개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한 <동아> 15일자 1면 머리기사

인수위가 공개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한 <동아> 15일자 1면 머리기사

우선 <동아>. 이 신문은 15일자에 「인사청탁 '새정부 줄대기' 법석 - 盧 '패가망신 경고' 무색…온갖 연줄 동원 경쟁」이라는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실었고, 3면에 「총리물망 인사, 親盧의원에 신년蘭 선물」이라는 관련기사를 크게 실었다. 두 기사에는 "임채정 인수위원장과 신계륜 비서실장 사무실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매일 10명 이상 몰려들어 이를 제지하는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모교인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온다, 빨리 인수위가 끝나야지 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 기사는 인수위에 대한 '흠집내기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제목을 뒷받침하는 기사 중 「임채정 인수위원장과 신계륜 비서실장 사무실에는 눈 도장을 찍으려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매일 10명 이상 몰려들어…」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업무보고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지, 새 정부에 줄을 대기 위해 인사청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3면의 기사 중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모교인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전화를…」이라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 임 위원장은 이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하지만 <동아>는 16일자 '기자의 눈'을 통해 "임 위원장은 10일 인수위를 방문한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환담하던 중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 그 자리에 기자들은 물론 정 대변인도 있었다"고 재반박했다. <동아>는 "인수위가 본질인 '줄대기'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노 당선자측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기사의 의도가 뭐냐'고 의심하고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이 아니라 줄대기 현장에 대해 조사하고 강력한 차단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조선>. 이 신문은 초판 4면 「전경련 '왕따'?」라는 기사에서 "노무현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간의 모임을 주선하는데 전경련이 빠졌고, 14일에 열린 재계 인사들과 인수위의 간담회 역시 전경련에 주선을 요구하지 않은 채 인수위가 참가자를 골라 직접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문제 부분은 시내판에서 모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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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수위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청구한 14일자 <조선> 기사.

인수위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청구한 14일자 <조선> 기사.

정 대변인은 보도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경제5단체장 간담회는 전경련의 주선으로 이루어졌고, 재계간담회는 인수위 측 요청에 따라 전경련이 대상자 선정과 섭외를 담당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내판 기사에 이 부분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전경련 '왕따'?」라는 제목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런 제목을 뒷받침하는 팩트가 빠졌으면 당연히 제목이 바뀌거나 기사를 들어내야 옳다"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위 세 기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당언론사에 정정보도만을 한 반면, <조선>의 다른 기사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문제의 기사는 14일자 3면의 「타워팰리스 內査 '삼성 손보기'인가 - 재계 "착공4년 지났는데 왜 갑자기…"」이다. 언론중재위 재소 시기는 15일 오후 5시.

언론중재위 반론보도 청구는 고소고발의 전단계라는 점에서 인수위는 법적인 소송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전경련 관계자의 '사회주의자' 발언 등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재계의 긴장관계가 높아있고 있다. 새 정부가 삼성을 재벌 개혁의 표적으로 삼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터라, 재계에선 이번 내사가 '삼성 손 보기'가 아닌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등 검찰의 타워팰리스 내사와 인수위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비중있게 서술했다.

하지만 인수위측은 "전혀 말이 안된다"면서 "우리는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인수위가 뭐라고 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언론에 고압적인 대변인"…조선, 비판기사로 정면 대응

물론 이날 인수위는 <조선> <동아> 외에도 다른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적했다. 하지만 두 신문처럼 정정 보도를 요청하거나 언론중재위에 제소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언론 보도는 취재경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두 신문의 보도는 의도적인 악의가 있는 것으로 인수위는 보고 있다"는 정 대변인의 설명이 인수위측의 기본 시각이다.

이에 <조선>은 16일자 정치면에서 「인수위, '문제' 보도마다 정면대응 - "어디 무서워서"…살벌한 기자실」이라는 비판 기사로 정면 대응했다. 15일 밤에 나온 초판에서는 제목이 「인수위, '언론 길들이기' 나섰나 - '마음 안드는' 기사마다 정면대응」이었으나 시내판에서는 바뀌었다.

a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 등 인수위의 항의가 이어지자 <조선>은 비판기사로 정면 대응했다. 사진은 16일자 초판<조선> 기사.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 등 인수위의 항의가 이어지자 <조선>은 비판기사로 정면 대응했다. 사진은 16일자 초판<조선> 기사.

「高聲항의 예사…정정보도 요청 잇따라」, 「"언론에 밝힐 이유 없다"… 훈계성 답변」, 「자기편의따라 이중잣대 적용 지적도」 등을 굵은 글씨로 뽑은 이 기사는 "(기자들이 인수위) 대변인에게 질문했다가 '언론에 밝힐 이유가 없다'는 훈계성 답변을 듣는 것이 일쑤고, 기자실을 빼곡히 메운 100여명의 기자들이 정신없이 기사를 작성하다 대변인의 고성에 깜짝깜짝 놀란 경우도 두어 차례 있었다"고 인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밤 인수위 행정실에 있는 한 부대변인에게 기자가 다가가 말을 건네자 "네에, 기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갑자기 극존칭을 썼다. 이유를 묻자 "<조선> 초판 보도를 보고 앞으로 이렇게 하기로 했다"면서 다시 "네, 무엇이든 질문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해 <조선> 보도를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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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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