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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백화점 부문에서는 롯데가, 할인점 부문에서는 신세계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어느 것 하나 잘 나가는 것이 없다보니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홈쇼핑에 주력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겠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홈쇼핑 부문에 있어서도 LG홈쇼핑이나 CJ39쇼핑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홈쇼핑부문의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유선방송사업자(SO) 사업자들의 측면 지원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제로 SO들은 채널 선택권이 있어 홈쇼핑업체 등 방송공급업체(PP)들에 대해 우월적인 위치에 있다"며 "최근 홈쇼핑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기는 것을 볼 때 지역유선방송망을 장악한 SO의 역할과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러한 흐름을 반영이나 하듯 현대백화점은 정 부사장이 기획실장을 겸하고 있던 지난 2002년 3월 19일 서둘러 (주)대호로부터 DCC를 비롯해 서초종합유선방송, 부산케이블방송 등 7개 케이블TV방송을 1122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백화점이 자회사인 현대DSF를 통해 지상파 방송인 울산방송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O 인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을 보면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는 상호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 | 17일 삼성 이재용 '상무보'에서 '상무'로 창업주 3세, 경영전면에 나서 | | | |
| | | ▲ 삼성 이재용 상무 | | 최근 일부 대기업들은 임원인사를 통해 30대 초반의 창업주 3세들을 대거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31) 부사장이 그룹 총괄부회장에 선임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일에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정의선(33)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정 회장의 동생인 고 몽우씨의 장남 정일선(33) 비엔지스틸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정몽구 회장의 '후계 체제'를 마무리했다.
17일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상무보'에서 '상무'로 한 단계 승진했다.
이를 두고 각계에서 '세습·족벌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이들 기업 총수들의 대물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세 경영진 탄생 움직임은 중견그룹에서 먼저 시작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33)씨가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차남 현범(31)씨가 상무보로 각각 승진했다. 또 한일시멘트 그룹도 지난해 12월 말 인사에서 허정섭 회장의 장남인 허기호(37) 전무를 한일시멘트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 공희정 기자 | | | | |
방송법을 위반하게 된 현대백화점은 계열사인 울산방송과 새로 인수한 SO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결국 (주)대호와 계약을 체결한 지 석 달이 흐른 지난 2002년 6월 10일 현대백화점은 울산방송 지분 30%(180만주)을 121억9680만원에 전량 처분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만약 자회사인 울산방송을 고수하고 대신 대호와 계약한 케이블 방송국인수를 철회할 경우 위약금으로 150억~200억 원 정도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당시 백화점 업무의 기획과 관리 담당이었던 정 부사장도 이러한 경영 혼선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백화점은 그나마 서둘러 판 울산방송을 인수한 곳도 사촌기업이라 할 수 있는 KCC(금강고려화학)이었기 때문에, '친족 기업 봐주기'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KCC 입장에서 봤을 때 울산방송 인수는 사업구조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고 투자이익도 크지 않은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잉여자금의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의 한 고위 관계자는 "SO인수 계획은 2001년 현대백화점이 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했을 때부터 진행한 장기 플랜이었다"면서 "단지 그 당시 기획실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SO인수가 정지선 부회장의 실책으로 전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음해"라고 해명했다.
"아버지와 다른 경영능력을 보여주려는 '콤플렉스'가 모기업을 망하게 해"
그러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3세들의 경영권 대물림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능력이 검증돼 경영권을 승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아들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재계 24위 대기업의 경영권을 거머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서구 선진국 경우 이 같은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