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부드럽게 정도 가겠다"
한나라 이총무 "발목잡기 없어질 것"

노무현 당선자, 18일 여-야 총무와 3자회동 가져

등록 2003.01.18 16:27수정 2003.01.1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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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8일 낮 63빌딩에서 한나라당 이규택(우), 민주당 정균환총무와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8일 낮 63빌딩에서 한나라당 이규택(우), 민주당 정균환총무와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최종 기사 : 오후 6시30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낮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를 만나 최근 정국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 당선자가 전례를 깨고 여야 총무를 만나 직접대화를 시도한 것은, 앞으로 노 당선자가 이끄는 새 정부에서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정책은 일방통행하지 않겠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외문제나 통일안보정책 등에 대해서는 사전조율을 하면서 초당적 협력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차기정부가 종래 극한 대립적 정치구도에서 벗어나 야당과도 대화할 것은 대화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에 따르면, 노 당선자는 "앞으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에서 정책중심의 대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와의 '정책중심의 대화'를 강조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전날 검찰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의지를 표명한 각종 의혹사건에 대해 노 당선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선자로서 검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간접적 메시지로 이런 말(전날 발표한 내용)을 했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취임 이후에는 투명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취임 이후에는 원칙대로 하겠다.

그러나 정부를 출범시켜 줘야 원칙대로 하는 것 아니냐. 취임 이후에는 어떠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밝히는데, 정치적 고려가 없도록 하겠다."



각종 의혹사건에 대해 이 총무가 4000억 대북 지원설, 도청의혹, 공적자금 비리 의혹 등 이른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3대 의혹'을 거론하자, 정 총무는 안기부 예산 횡령사건, 국세청 동원 대선자금 모금 사건, 기양건설 의혹 등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두 분 총무의 말씀을 듣고 당선자께서 '국민적 의혹'이라는 표현으로 종합했다"며 "이에 두 총무는 이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의혹 부분에 대해 더 이야기가 없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 분 총무께서 이야기하다가 '그 문제는 우리끼리 논의하자', 그렇게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a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8일 63빌딩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총무와 오찬회동,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방안 등 정국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8일 63빌딩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총무와 오찬회동,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방안 등 정국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오늘 회동이 던지는 노 당선자의 메시지는 (1) '국민적 의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의지 재확인 (2) 3권 분립 원칙에 따른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정립 (3)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협력 당부로 압축된다. 특히 노 당선자가 정리한 '국민적 의혹'이라는 표현에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3대 의혹' 또는 '7대 의혹' 뿐 아니라 세풍·안풍·기양건설 의혹 등 한나라당과 이회창 전 후보와도 관련된 의혹사건도 포함되어 있어 향후 검찰과 한나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과거에는 대통령이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했지만 이제는 당정분리가 됐고 정당도 국회도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주요 국정이 국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대통령은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제가 과거에는 딱딱하게 정도를 걸어왔는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부드럽게 정도를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무는 국회 다수당의 총무로서 "야당을 이해해주시고,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시면 과거 같은 발목잡기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고, 정 총무는 "대통령 당선자가 여야 총무를 만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는구나' 하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노무현 당선자 "두 분은 한편, 이제부터 저와 게임해야"

a 18일 낮 63빌딩에서 열린 당선자와 양당총무회동에서 한나라당 이규택총무와 민주당 정균환총무가 만나 악수하고있다.

18일 낮 63빌딩에서 열린 당선자와 양당총무회동에서 한나라당 이규택총무와 민주당 정균환총무가 만나 악수하고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회동은 약 1시간4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 총무가 11시54분 먼저 도착했고, 56분 이 총무가 도착 한 후, 노 당선자는 59분 회동 장소에 들어섰다.

사진기자들을 위한 포즈를 취하면서 당선자를 중심으로 양쪽에 두 총무가 서자 노 당선자는 웃으며 "국회가 양쪽으로 갈라지면 안되는데… 손 한번 잡으려는데 안 잡으려 하네요"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노 당선자는 비공개로 들어가기 전 공개 대화에서 "선거는 게임인데, 게임이라는 게 적대감 없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옛날에는 승자독식으로 싸움이 격렬하고 후유증이 많았지만 빨리 극복하고 전쟁이 아닌 게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헌법대로라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립돼 있으니까 두분은 한편이고, 저하고 지금부터 게임을 해야 한다"며 "행정부와 입법부가 효과적으로 게임을 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앞으로 그렇게 해보자"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전날 오후 노 당선자가 제안하므로써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정치 관행상 대통령 당선자의 회동 대상으로는 여야 대표정도가 '격'에 맞다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이날 회동은 일종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음'이라는 평가에서부터, 인수위법과 인사청문회법 처리의 '급박함'의 발로, 또는 새로운 여야 관계·입법부와 행정부 관계 구축을 위한 '실험'이라는 평가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아직 노 당선자가 도착하기 전 이 총무는 기자들에게 "당선자가 여야 총무와 만난 일이 없었다"고 소감을 이야기했고 정 총무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대단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미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에게 빠른 시일 안에 만나자는 제의를 한 상태이며, 취임 이후에는 국회 각 상임위별로도 의원들을 만날 계획이다.

a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8일 63빌딩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총무와 오찬회동,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방안 등 정국현안을 논의한뒤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8일 63빌딩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총무와 오찬회동,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방안 등 정국현안을 논의한뒤 나오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당 "얻은 것은 없지만 의미 있는 만남"

회동 이후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는 "한마디로 얻은 것은 없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는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무는 브리핑을 통해 "노 당선자가 국회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3대 의혹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민주당의 정 총무가 느닷없이 한나라당의 안기부자금, 세풍사건, 기양사건을 또 끄집어냈다"면서 "그래서 좀 짜증스러운 소리로 대통령 당선자를 모시고 국정현안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국민적인 의혹을 풀자고 하는데,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또 5년 전 것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총무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3대 의혹'에 대해 노 당선자가 원칙적이 이야기만 되풀이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심지어는 '점심을 먹고 선물을 하나 주셔야 제가 의원총회 할 때 큰소리 하지 않겠습니까' 했더니 (당선자가) 웃기만 하셨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결론적으로 결론 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당선자는 원칙론만 유지하고 정 총무와 나는 몇가지 주장을 하다가 팽팽히 맞서 그냥 끝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는 향후 한나라당이 취할 입장이 압축되어 있다.

"(노 당선자가) 국정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해서 제가 그 얘기를 했다. 22일날 통과될 법안(인수위법·인사청문회법 등)은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법이고, 3대 의혹사건은 현정권이 저지른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연계해서 하기는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사건은 해명돼야한다."

한편,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오늘 회동에 대해 "국민에게 안정감을 심어줬다"면서 "앞으로 여야가 대립과 반목이 아닌 국정의 동반자라는 새로운 관계정립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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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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