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흙피리 연주, 시 낭송 등 각양각색의 숨겨진 재주를 펼쳐보였다.오마이뉴스 김지은
류양은 무대에 내려와서도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가족이… 가족이 죽었다고 생각해보면 안 나올 수 없을 거예요. 지금 안 나오면 기회가 없잖아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집이 성남이지만 서울까지 오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는 류양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우리의 촛불 하나하나가 모이면 반드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날 촛불시위는 시 낭송, 노래, 시민들의 무대로 꾸며졌다. 또 효순·미선양의 같은 반 친구들이 쓴 음악편지가 방송돼 많은 시민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장서연(28)씨는 흙피리로 <상록수>를 연주했다.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촛불시위에 나왔다"는 장씨는 "내가 지닌 재주로 범대위와 시민들에게 힘을 주게 된 것 같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끝내 이기리라'는 상록수의 가사를 생각하며 그대로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흙피리를 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방과 후 교육기관' 어린이들,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등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방과 후 교육기관'인 <푸른학교> 합창단 소속 16명의 초등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효순·미선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하는 한편,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선보여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날 무대에서 "어서 미선·효순이 언니와 언니들의 부모님의 한이 어서 풀리길 바란다"는 편지를 읽은 <푸른학교> 합창단 소속 김희선(경기도 성남시 수진초 3년) 어린이는 감정이 북받힌 듯 무대에 내려와서도 내내 눈물을 흘렸다.
김양은 "효순이, 미선이 언니를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해 미군이 미워진다"며 "지금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서 언니들의 한을 풀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들은 <007 어나더데이>를 보지 말자는 뜻으로 동요 '비행기'와 '뽀뽀뽀'를 개사해 불러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은 <푸른학교> 합창단 어린이들.오마이뉴스 김지은
이전과는 다소 다른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김점숙(31·직장인)씨는 "오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이렇게 한번씩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친구와 함께 촛불시위에 나왔다는 심희진(송곡여상 2년)양도 "경찰과 무리한 충돌이 없길 바랬는데 이런 시간이 마련돼 좋았다"며 "이날은 특히 시민들과 한마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를 기획, 준비한 우위영 범대위 문예위원장은 "긴 호흡으로 시민들과 한 걸음 한 걸음 확실하게 나아가자는 뜻에서 이런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그간 미 대사관 촛불대행진 등 큰 행사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이번에는 그간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시민들의 시나 글, 편지들을 묶어 소개하는 등 문화 예술적인 측면을 강화하려 신경썼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앞으로 있을 대규모 집회에도 이날과 같은 '열린 시민 한마당' 형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 위원장은 "25일로 예정된 '2003 자주평화실현 범국민촛불한마당' 집회에도 더 많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범대위는 오는 3월과 6월에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3·1절에는 '제2의 독립선언의 날' 행사를 두 여중생 효순·미선양의 1주기가 되는 6월 13일에는 '1주기 추모행사(가칭)'를 열 계획이다.
이날 촛불시위는 시민들의 기차놀이 한마당으로 마무리 됐다. 시민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윤도현의 '아리랑'과 '퍼킹유에스에이(Fuckin' USA) 등을 부르며 집회를 정리했다.
| | "반전운동 공론화, 더 많은 촛불 원을 만들자" | | |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네티즌 촛불시위 열려 | | | |
| | ▲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네티즌들 | ⓒ권박효원 | | 이날 네티즌 20여명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서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오후 6시 50분부터 시작된 이 날 시위에는 인터넷 반전모임인 '네티즌들이 모이는 성지' 회원들도 참여했다. 적은 숫자지만 지난주 12명에 비해서 늘어난 셈이다. 곧 대학생이 된다는 고3학생부터 넥타이를 맨 회사원까지 구성원도 다양해졌다.
동그랗게 모여선 참석자들은 "지난주 동안 북핵이나 이라크전 관련 상황이 더 악화되어 마음이 안 좋다"면서도 "이런 일 때문에 실제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멈출까 회의도 들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반전운동을 공론화되어 더 많은 원이 만들어지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지난 주말 촛불시위 논쟁을 다뤘던 KBS의 '100인 토론'을 화제로 올리며 성조기를 찢는 행사를 어떻게 봐야 할 지 이야기했다.
"당장의 이익 때문에 미국 논리를 따르지는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도 성장했고 상징적 의미로 깃발을 찢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미국내 반전평화운동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방법을 쓸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이들은 범대위와의 관계에 대해서 "당분간 현재 참가자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지금의 모임을 유지하자"고 논의했지만 "범대위와의 끈은 놓지말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자"고 결론지었다.
이외에도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서 의사소통 공간을 넓히고 다양한 사이트를 공유하자" "평화메세지 날리기 등 사이버 활동을 전개하자" 등 이후 활동에 대한 다양한 제안도 나왔다.
이들은 오후 8시 20분경 '아침이슬'을 부르고 "다음 주에 보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 권박효원 기자 | | | | |
<제3신: 18일 오후 9시>
평화의 촛불춤으로 시작된 촛불시위
각국에서 보내온 평화연대의 메시지 발표되기도
▲이날 촛불시위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의 '촛불춤-횃불춤-지전춤-북춤-장검무' 등 5개 마당으로 이어지는 춤사위로 시작됐다.오마이뉴스 김지은
"오호 통재라! 거꾸로 가는 세계 평화여. 이 땅의 핵문제, 벼랑 끝에 선 평화통일이여. 죽임을 살림으로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그 일, 이곳에 촛불 밝혀 든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리…"
여인들의 촛불춤으로 촛불시위의 문을 열었다. 18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후문 광장. 이 날도 400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밝혀 들었다.
이날 촛불시위의 시작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두레방,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등 6개 여성평화단체 연대기구인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가 알렸다. 이들은 '촛불춤-횃불춤-지전춤-북춤-장검무' 등 5개 마당으로 이어지는 춤사위로 시민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촛불춤 공연이 끝난 후 김숙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공동대표는 연단에 올라 각국에서 보내온 평화 단체들의 연대 메시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며 "아시아와 미국, 필리핀에서 우리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토 여성평화네트워크 (East Asia-U.S.-Pueto Rico Women's Network against Militarism, 이하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평화네트워크)' 소속으로 미국·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과 아시아평화연대(Asian Peace Alliance)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낭독했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평화네트워크 소속 커칼(Gwyn Kirkal)씨 등 6명의 여성 평화운동가들은 연대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길 원한다고 믿는다"며 "미국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여러분 한국인들은 혼자가 아니라 세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리 높여 외치는 여러분의 용기에 감탄한다"고 전해왔다.
아시아평화연대에서도 연대사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이 미국의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끝나고 세계 민중을 위한 평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신: 18일 오후 5시 40분>
올 세번째 촛불시위, 시와 음악으로 꾸며져
▲지난 11일 새해 두번째 주말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오마이뉴스 권우성
18일, 새해 세 번째 촛불시위는 시민들의 시와 음악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지난 해 6월 미군 장갑차(궤도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의 해결을 위한 촛불시위는 이날도 역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후문 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는 "18일 촛불시위에는 미군재판 무효·살인미군 처벌·부시공개사과·SOFA 전면개정·전쟁반대를 위한 시와 노래 한마당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범대위는 홈페이지(antimigun.org)를 통해 "참석 시민들의 추모시와 추모곡을 비롯 자발적인 전시물과 퍼포먼스 등으로 촛불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17일 오전까지 범대위로 신청을 해달라"라고 알렸다.
▲지난 11일 '<007 어나더데이> 안보기' 피켓을 들고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행사의 일환으로 이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이하 여성평화네트워크)'는 '촛불춤 반전평화 기원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여성평화네트워크는 이날 벌일 촛불춤 반전평화 기원 시위의 의미에 대해 "18일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 이라크 전쟁반대 집회에 맞춰 세계 반전운동의 흐름과 함께 여성들이 반전의 기운을 모으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이날 촛불춤 시위에 맞춰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토 여성평화네트워크(East Asia-U.S.-Pueto Rico Women's Network against Militarism)'의 각국 연대 조직의 여성들의 연대사가 도착,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신: 18일 오후 5시>
| “사죄의 글을 올리고 왔습니다” / 곽기환 김용남PD
“주님, 여중생의 주검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기도할 순 없습니다. |
"기도는 미국이 아닌 하나님께"
한기총 앞, 기도회 반대 항의시위
오후 2시 한국기독교총연맹(이하 한기총) 사무실에 위치한 기독교연합회관 앞에는 '한기총 시청앞 집회 반대 기독인모임' 회원 40여명이 촛불과 함께 '촛불시위 왜곡말라'는 내용의 플래카드을 들고 항의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의 대학생, 교회 전도사, 교계 단체 회원들이었으며 각자 다양한 피켓을 들고 한기총 집회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