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촛불 끌때가 아니잖아요"
흙피리·시낭송에 실린 '촛불 향연'

새해 세번째 주말 촛불시위와 '한기총 기도회' 반대시위

등록 2003.01.18 17:45수정 2003.01.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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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신 대체: 18일 밤 11시 20분>
흙피리·플루트 연주,시 낭송…각양각색 표현으로 채운 '촛불시위'
범대위, 3·1절에는 '제2의 독립선언의 날' 행사


18일 주말 촛불시위에도 약 4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SOFA 개정, 부시 공개사과, 살인미군 처벌"을 외쳤다.
18일 주말 촛불시위에도 약 4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SOFA 개정, 부시 공개사과, 살인미군 처벌"을 외쳤다.오마이뉴스 김지은
"나. 다혜야. 오늘 너희를 떠나 보냈는데 믿겨 지지가 않네. 모두들 다 이 땅을 떠난다지만 너희는 너무 일찍 떠난 것 같아 마음이 아퍼.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효순아, 네 사진이 한 장 내게 있는데 소중히 간직할게. 마지막으로, 사랑해. 잘 가."

새해 세번째 주말 촛불시위에서는 효순·미선양이 다녔던 조양중학교의 학생들이 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가 음악편지로 각색돼 촛불시위 현장에 울려 퍼졌다. 친구를 하늘로 떠나보낸 아픈 마음이 녹아 있는 이 음악편지는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음악편지를 듣는 내내 눈물을 흘리던 류가향(경기도 성남시 은행중)양은 음악편지가 끝난 후 자유발언대에 올라 "더 많은 촛불이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 오른 류양은 "지금 촛불을 끄면 효순이, 미선이, 전동록씨, 윤금이 언니같은 사람들이 언제 생길지 모른다"며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흙피리 연주, 시 낭송 등 각양각색의 숨겨진 재주를 펼쳐보였다.
이날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흙피리 연주, 시 낭송 등 각양각색의 숨겨진 재주를 펼쳐보였다.오마이뉴스 김지은
류양은 무대에 내려와서도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가족이… 가족이 죽었다고 생각해보면 안 나올 수 없을 거예요. 지금 안 나오면 기회가 없잖아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집이 성남이지만 서울까지 오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는 류양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우리의 촛불 하나하나가 모이면 반드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날 촛불시위는 시 낭송, 노래, 시민들의 무대로 꾸며졌다. 또 효순·미선양의 같은 반 친구들이 쓴 음악편지가 방송돼 많은 시민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장서연(28)씨는 흙피리로 <상록수>를 연주했다.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촛불시위에 나왔다"는 장씨는 "내가 지닌 재주로 범대위와 시민들에게 힘을 주게 된 것 같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끝내 이기리라'는 상록수의 가사를 생각하며 그대로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흙피리를 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방과 후 교육기관' 어린이들,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등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방과 후 교육기관'인 <푸른학교> 합창단 소속 16명의 초등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효순·미선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하는 한편,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선보여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날 무대에서 "어서 미선·효순이 언니와 언니들의 부모님의 한이 어서 풀리길 바란다"는 편지를 읽은 <푸른학교> 합창단 소속 김희선(경기도 성남시 수진초 3년) 어린이는 감정이 북받힌 듯 무대에 내려와서도 내내 눈물을 흘렸다.

김양은 "효순이, 미선이 언니를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해 미군이 미워진다"며 "지금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서 언니들의 한을 풀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들은 <007 어나더데이>를 보지 말자는 뜻으로 동요 '비행기'와 '뽀뽀뽀'를 개사해 불러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은 <푸른학교> 합창단 어린이들.
이날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은 <푸른학교> 합창단 어린이들.오마이뉴스 김지은
이전과는 다소 다른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김점숙(31·직장인)씨는 "오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이렇게 한번씩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친구와 함께 촛불시위에 나왔다는 심희진(송곡여상 2년)양도 "경찰과 무리한 충돌이 없길 바랬는데 이런 시간이 마련돼 좋았다"며 "이날은 특히 시민들과 한마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를 기획, 준비한 우위영 범대위 문예위원장은 "긴 호흡으로 시민들과 한 걸음 한 걸음 확실하게 나아가자는 뜻에서 이런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그간 미 대사관 촛불대행진 등 큰 행사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이번에는 그간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시민들의 시나 글, 편지들을 묶어 소개하는 등 문화 예술적인 측면을 강화하려 신경썼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앞으로 있을 대규모 집회에도 이날과 같은 '열린 시민 한마당' 형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 위원장은 "25일로 예정된 '2003 자주평화실현 범국민촛불한마당' 집회에도 더 많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범대위는 오는 3월과 6월에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3·1절에는 '제2의 독립선언의 날' 행사를 두 여중생 효순·미선양의 1주기가 되는 6월 13일에는 '1주기 추모행사(가칭)'를 열 계획이다.

이날 촛불시위는 시민들의 기차놀이 한마당으로 마무리 됐다. 시민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윤도현의 '아리랑'과 '퍼킹유에스에이(Fuckin' USA) 등을 부르며 집회를 정리했다.

"반전운동 공론화, 더 많은 촛불 원을 만들자"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네티즌 촛불시위 열려

▲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네티즌들
ⓒ권박효원
이날 네티즌 20여명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서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오후 6시 50분부터 시작된 이 날 시위에는 인터넷 반전모임인 '네티즌들이 모이는 성지' 회원들도 참여했다. 적은 숫자지만 지난주 12명에 비해서 늘어난 셈이다. 곧 대학생이 된다는 고3학생부터 넥타이를 맨 회사원까지 구성원도 다양해졌다.

동그랗게 모여선 참석자들은 "지난주 동안 북핵이나 이라크전 관련 상황이 더 악화되어 마음이 안 좋다"면서도 "이런 일 때문에 실제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멈출까 회의도 들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반전운동을 공론화되어 더 많은 원이 만들어지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지난 주말 촛불시위 논쟁을 다뤘던 KBS의 '100인 토론'을 화제로 올리며 성조기를 찢는 행사를 어떻게 봐야 할 지 이야기했다.

"당장의 이익 때문에 미국 논리를 따르지는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도 성장했고 상징적 의미로 깃발을 찢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미국내 반전평화운동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방법을 쓸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이들은 범대위와의 관계에 대해서 "당분간 현재 참가자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지금의 모임을 유지하자"고 논의했지만 "범대위와의 끈은 놓지말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자"고 결론지었다.

이외에도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서 의사소통 공간을 넓히고 다양한 사이트를 공유하자" "평화메세지 날리기 등 사이버 활동을 전개하자" 등 이후 활동에 대한 다양한 제안도 나왔다.

이들은 오후 8시 20분경 '아침이슬'을 부르고 "다음 주에 보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 권박효원 기자

<제3신: 18일 오후 9시>

평화의 촛불춤으로 시작된 촛불시위
각국에서 보내온 평화연대의 메시지 발표되기도


이날 촛불시위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의 '촛불춤-횃불춤-지전춤-북춤-장검무' 등 5개 마당으로 이어지는 춤사위로 시작됐다.
이날 촛불시위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의 '촛불춤-횃불춤-지전춤-북춤-장검무' 등 5개 마당으로 이어지는 춤사위로 시작됐다.오마이뉴스 김지은
"오호 통재라! 거꾸로 가는 세계 평화여. 이 땅의 핵문제, 벼랑 끝에 선 평화통일이여. 죽임을 살림으로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그 일, 이곳에 촛불 밝혀 든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리…"

여인들의 촛불춤으로 촛불시위의 문을 열었다. 18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후문 광장. 이 날도 400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밝혀 들었다.

이날 촛불시위의 시작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두레방,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등 6개 여성평화단체 연대기구인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가 알렸다. 이들은 '촛불춤-횃불춤-지전춤-북춤-장검무' 등 5개 마당으로 이어지는 춤사위로 시민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촛불춤 공연이 끝난 후 김숙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공동대표는 연단에 올라 각국에서 보내온 평화 단체들의 연대 메시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며 "아시아와 미국, 필리핀에서 우리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토 여성평화네트워크 (East Asia-U.S.-Pueto Rico Women's Network against Militarism, 이하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평화네트워크)' 소속으로 미국·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과 아시아평화연대(Asian Peace Alliance)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낭독했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평화네트워크 소속 커칼(Gwyn Kirkal)씨 등 6명의 여성 평화운동가들은 연대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길 원한다고 믿는다"며 "미국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여러분 한국인들은 혼자가 아니라 세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리 높여 외치는 여러분의 용기에 감탄한다"고 전해왔다.

아시아평화연대에서도 연대사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이 미국의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끝나고 세계 민중을 위한 평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신: 18일 오후 5시 40분>

올 세번째 촛불시위, 시와 음악으로 꾸며져


지난 11일 새해 두번째 주말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지난 11일 새해 두번째 주말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오마이뉴스 권우성
18일, 새해 세 번째 촛불시위는 시민들의 시와 음악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지난 해 6월 미군 장갑차(궤도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의 해결을 위한 촛불시위는 이날도 역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후문 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는 "18일 촛불시위에는 미군재판 무효·살인미군 처벌·부시공개사과·SOFA 전면개정·전쟁반대를 위한 시와 노래 한마당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범대위는 홈페이지(antimigun.org)를 통해 "참석 시민들의 추모시와 추모곡을 비롯 자발적인 전시물과 퍼포먼스 등으로 촛불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17일 오전까지 범대위로 신청을 해달라"라고 알렸다.

지난 11일 '<007 어나더데이> 안보기' 피켓을 들고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
지난 11일 '<007 어나더데이> 안보기' 피켓을 들고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행사의 일환으로 이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이하 여성평화네트워크)'는 '촛불춤 반전평화 기원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여성평화네트워크는 이날 벌일 촛불춤 반전평화 기원 시위의 의미에 대해 "18일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 이라크 전쟁반대 집회에 맞춰 세계 반전운동의 흐름과 함께 여성들이 반전의 기운을 모으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이날 촛불춤 시위에 맞춰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토 여성평화네트워크(East Asia-U.S.-Pueto Rico Women's Network against Militarism)'의 각국 연대 조직의 여성들의 연대사가 도착,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신: 18일 오후 5시>



“사죄의 글을 올리고 왔습니다” / 곽기환 김용남PD
“주님, 여중생의 주검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기도할 순 없습니다.

"기도는 미국이 아닌 하나님께"
한기총 앞, 기도회 반대 항의시위


오후 2시 한국기독교총연맹(이하 한기총) 사무실에 위치한 기독교연합회관 앞에는 '한기총 시청앞 집회 반대 기독인모임' 회원 40여명이 촛불과 함께 '촛불시위 왜곡말라'는 내용의 플래카드을 들고 항의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의 대학생, 교회 전도사, 교계 단체 회원들이었으며 각자 다양한 피켓을 들고 한기총 집회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다양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참가자들
다양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참가자들오마이뉴스 권우성

"순수한 성도들을 정치적으로 이용말라" "기도회 빙자한 정치집회 중단하라" 등 정치적으로 변질된 기도회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고 "기도는 미국이 아닌 하나님께 해야 한다" "북핵 뿐 아니라 미국핵, 전세계 핵포기도 촉구하라" 등 기도회의 친미적 경향에 대해 비판하는 피켓도 볼 수 있었다. "한국교회 대표 자임하며 일방통행 웬말이냐" 등 기도회의 구성과 조직절차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피켓도 있었다.

기독교 웹진 <새벽이슬> 이진오 대표는 "소파개정이나 북핵문제,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해 각각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기총이 토론이나 합의없이 일방적인 정치주장을 부각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대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일부 대형교회의 동원에 의존해 친미보수적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내세워 성급하게 기도회를 진행한 것은 권위주의의 유산이며 결과적으로 평화와 국민화합이 아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들은 "토요일 오후 3시 퇴근시간에 도심 한복판 수만명이 모이는 집회가 일반 시민에게 줄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모임은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참가한 성도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 자체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촛불시위 왜곡'에 항의하는 뜻으로 '평화'라는 글씨가 쓰여진 컵을 들고 촛불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촛불시위 왜곡'에 항의하는 뜻으로 '평화'라는 글씨가 쓰여진 컵을 들고 촛불을 밝혔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항의시위에 참여한 김용민씨는 "한국교회는 더 이상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말라"면서 보수교단의 과거 친일, 친독재 행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한국교회는 일제 시대 신사참배에 동참했고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미국에 홍보했다"며 "또한 10월 유신에는 진보목사 규탄모임을 열고 80년에는 롯데호텔에 모여 전두환 장군 축복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서자 '장로 대통령 만들기 운동'을 펼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선교회 남기업씨는 "분노가 일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온몸을 던져 모순에 저항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라며 한기총 개혁을 강조했다.

지난 12월 광화문열린시민마당에서 SOFA개정을 요구하며 삭발을 강행했던 한국기독청년연합회 전 회장 황영준씨는 "하필 북핵위기를 기점으로 냉전수구 세력이 역전하려는 이 시점에 갑작스럽게 성조기를 흔들며 기도할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40여명의 20~30대 기독교인이 참가했다.
이날 시위에는 40여명의 20~30대 기독교인이 참가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신 기도회"
"대형교회 대변 한기총 해체해야"


이날 참가자들은 한기총 사무실을 방문해 항의의사를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한기총 측에서는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어 방문은 어렵다"며 이를 거부해 건물 2층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 나선 박영률 총무는 "개인적으로 너무 급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조직이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것"이라며 "기도회 전날 북한이 NPT를 탈퇴해 결과적으로는 기도회가 적기에 이루어졌다. 하나님께서 이런 일이 터질 줄 아시고 미리 준비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무는 또한 "최대한 내용을 균형있게 다뤘고 성조기도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들고 나온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형교회 신자들이 많이 온 게 사실이지만 3000개 교회에 기도회 소식을 알렸고 그 중 2000개 교회는 참석했다고 본다"며 '대형교회 중심 집회'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박 총무는 "안 믿는 사람(비기독교인) 중에도 이번 기도회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며 "미국이 오끼나와로 철수하면 어떻게 하냐. 미군이 있으니까 (북한이)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한미군철수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우익단체들의 참여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에 기도회 참여를 호소하는 광고를 보고 즉각 항의했다"며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2층 커피숍에서 열린 한기총과 반대모임의 면담
2층 커피숍에서 열린 한기총과 반대모임의 면담오마이뉴스 권우성
반대모임은 "19일 기도회에서 북핵포기와 함께 전세계 핵포기, SOFA 개정, 동등한 한미관계, 미국회개 등의 내용을 첨가하고 성조기 지참을 금지할 수 없냐"고 질문했고 박 총무는 "이제 와서 순서를 어떻게 바꾸냐"며 이를 거절했다.

반대모임을 주도한 이진오 대표는 "박 총무가 '나는 이런 사람이니 오해하지 말아라'라는 동문서답을 주로 해서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며 "실망스러운 면담"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한기총은 대형교회을 대변하고 있으며 조직내 부정부패도 심각하다"며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한기총은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모임은 19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 앞에서 기도회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진오 대표는 "흥분한 기도회 참가자 및 우익단체 회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염려스러워 경찰에게 보호요청을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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