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민물도요최한수
작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걱정을 끼친 것이 있다면 바로 '물'일 것이다.
봄부터 전 국토가 가뭄에 시달렸고, 국민들이 합심해서 가뭄극복 성금 모아 놓으니 돈 쓸 새도 없이 이번엔 장마철 집중호우가 몰려왔다. 물 때문에 일어난 인명 피해도 유난히 많았다.
옛말에 '물 같은 웬수(?)도 없다'고 했다. 가족이 물에 빠져 죽어도 원수 같은 물에다 밥을 해 먹어야 하니 정말 이처럼 분통한 일이 있을까?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물과 같은 자연의 힘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물을 미워할 수 있을까? 지구를 엄습한 빙하기에도 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물 때문이다. 얼음이 되면 부피가 커져 떠오르는 물의 특성 때문에 바다 위쪽은 얼어붙었더라도 바다 속에서는 여전히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생명체의 70∼80%는 물로 되어있어 물이 없으면 생명체가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금수강산이라 불리며 맑은 물을 자랑해왔다. 그래서인지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물 귀한 줄을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 물을 돈주고 사 마시는 것이 어색해 보이지 않고, 지나가던 과객이 우물가에서 물 한바가지 청하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유엔은 물 부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2년 '세계 물의 날'을 3월 22일로 지정하였으며, 유엔환경계획(UNEP)은'지구환경전망 2000'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새 천년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환경과제로 물 부족 위기와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물이 없어 숨지는 어린이의 수가 하루 평균 5000명 선을 넘어설 만큼 물 부족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물 부족 국가이며 건설교통부 장기수급계획에서도 2006년 한국의 물 부족량이 4억t, 2011년에는 20억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1인당 연간 가용 수자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26개 회원국 평균의 37%인 1500㎥밖에 안되고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꼴찌이다.
특히 생태계 보전차원에서 환경단체들의 댐 건설 계획에 대한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자원 개발 단가의 급등, 수질오염, 댐 개발 가능지역 감소 등으로 인해 물은 더욱 희소자원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깨끗한 물을 마시면 현재 질병의 80%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서울시내 일부 지역은 수돗물을 그냥 먹으면 곤란한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전국에서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은 4.6%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2000년에는 우리나라 수돗물에서 인체에 해로운 바이러스가 검출되기까지 하여 국민들의 물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물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물이란 자원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풍부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양은 많지만 물다운 물이 없다.
결국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 이 물이 오염된다면 우리 인간도 오염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으면 깜짝 놀라 뛰어나가겠지만, 차가운 물에 넣고 천천히 불을 땐다면 서서히 올라가는 온도를 미쳐 알아채지 못하고 결국 뜨거운 물에 삶아지고 말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물, 서서히 오염되어 인간의 몸 속으로 오염물질을 실어 주어 오염물질이 점차 농축되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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