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를 위하여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등록 2003.01.24 16:44수정 2003.02.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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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의 통일이야기> 표지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표지청년사
"통일이 될 때까지 여생은 통일의 거대한 강물에 '한방울 이슬'로 띄워보내겠다"

백기완(70). 그분은 다혈질적인 성격에 말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앞으로 나아감에 거침이 없는 사람이다. 그분은 1933년도에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13살 어린 나이에 38선을 넘어온 실향민이다. 이후 그분은 한평생을 통일운동과 민중운동에 온몸을 던져 머리 터지게 싸운 사람이다.


최루탄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학생들의 시위 현장에도 그분이 있었다.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의 현장에도 그분이 있었다. 재야운동권의 중심에도, 우리 문단의 중심에도 그분은 우뚝 서 있었다. 자그마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 꾹 다문 입, 다부진 얼굴, 늘 헝클어진 머리칼….

이제는 머리칼에 서리가 하얗게 내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청년사)를 펴냈다. 이 책을 펼치면 우리 시대 타고난 이야기꾼 백기완 선생의 민족통일에 대한 절박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진다. 그 우렁찬 목소리는 백두대간을 타고 한반도 구석구석에 메아리로 울리다가 마침내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지축까지 뒤흔든다.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는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미국은 왜 남의 나라를 괴롭히는가'에서는 분단의 원인과 미국의 실체를, 제2부 '통일문제, 그 스무가지 물음에 마주한 스무 가지 대답' 에서는 체험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의 통일문제를, 제3부 '통일, 그것은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 에서는 진정한 통일의 의의와 방향을 열어젖힌다. 책 끝에는 '우리말 풀이'를 달아놓아 진짜 우리말이 어떤 것이며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따끔하게 일깨워준다.

백기완 선생은 말한다. 13살 어린 나이에 오로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38선을 넘어 서울에 왔다가 마침내 빈털털이가 되어 일년 내내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그 허기진 시절을, 미소 강대국으로 인해 끝내 고향인 은율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가슴에 묻어야 했던 분단의 상처를, 8명의 가족이 4명씩 남북으로 갈려야 했던 가족사의 비극을, 그리고 민초들의 지혜가 담긴 토속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백기완의 통일이야기>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남북통일이다. 하지만 외세에 의한 그런 민족통일이 아니라 남북 스스로에 의한 민족통일이다. 또한 백 선생 스스로 외세에 의한 분단의 희생양이다. 그 상처는 오늘도 백 선생이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을 콕콕 찌른다. 한마디로 말해서 백 선생의 과거에 대한 회억이 곧 우리 한반도의 자화상이며, 한반도의 자화상이 곧 백 선생의 자화상이다.


이 책 곳곳에는 구수한 황해도 입말체가 장산곶매처럼 날카로운 부리를 빛내며 퍼덕이고 있다. 뉘희깔(눈), 썅(도대체), 암난이(처녀) 같은 말투가 바로 그것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황해도 입말체만 쓰는 것은 아니다. 모랏집(아파트), 한틀거리(사회체제), 튀김질(주가조작) 등 백선생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말도 있다. 또 '노나메기' 라는 우리말도 나온다. '노나메기'는 '함께 일하고 잘 사는 올바른 세상'이다.

"우리의 통일은 남쪽과 북쪽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남쪽의 피눈물과 북쪽의 피눈물이 만나 굽이쳐 모든 군사 장치와 '허섭쓰레기'를 쓸어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국주의 침략자가 알범(주인)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착한 사람이 알범인 '사람의 땅'을 만들고 나아가 이 땅별(지구)을 온통 어질고 넉넉한 사람의 맘판(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으로 만드는 것이 진짜 통일입니다"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백기완 지음,
청년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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