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 이렇게 지으세요

등록 2003.01.28 10:49수정 2003.02.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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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들이기가 끝난 솥안의 밥을 가장자리를 따라 주걱으로 돌려가며 잽싸게 섞어 담아낸 밥은 어느 부위의 것을 퍼 담든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서 있으며, 윤기가 자르르 흘러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a 맛있는 쌀밥

맛있는 쌀밥 ⓒ 임영택

그래서 무쇠솥에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었던 예전에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불 보는 눈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밥물이 끓어 넘칠 것 같으면 솥뚜껑에 물을 부어 숨을 죽여야 했고, 뜸들일 때를 맞추어 아궁이에서 불을 빼고, 결정적으로 솥뚜껑을 여는 마지막 순간을 정확히 알아야 맛있는 밥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지어진 밥은 김치 하나만 가지고도 그 맛이 꿀맛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사회가 바쁘고 복잡해지면서 그리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가정에서는 하루 두끼도 먹기 어려운 실정인지라 갓 지은 밥보다는 전기보온밥솥에 넣어 두었다가 하루 이틀 동안 먹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식당도 두말 할 것 없이 신속한 손님 접대를 위하여 커다란 보온 밥솥 안에 미리 지어 담아놓은 밥을 공기밥그릇에 담았다가 내놓는 것이 관례이다. 운이 아주 좋은 손님은 금방 퍼 담은 맛있는 밥을 먹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충실치 못한 밥을 반찬 맛에 의지해 먹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갓 해내 온 김이 모락모락나는 윤기 흐르는 고슬고슬한 밥 한 공기가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

a 맛있는 감자밥

맛있는 감자밥 ⓒ 임영택

이렇게 가정에서 조차도 하루중 밥을 해 먹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밖에서 사먹는 밥만이라도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밥과 반찬값만이 아닌 서비스료와 인건비까지 지불해 가며 먹는 우리들의 식당에서의 한끼 식사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을 권리를 찾을 때이다.

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식당에서 약간만 신경을 쓰면 식사 제공 시간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손님에게 밥다운 맛있는 밥을 대접할 수 있다. 여러대의 작은 전기밥솥을 구비해 놓고 손님이 찾는 시간을 고려하여 시간차를 두고 밥을 짓는다면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서 있으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머니의 사랑으로 갓 지어낸 밥상을 받은 듯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워 한번 맛을 본 사람은 그 식당의 팬이 되고 홍보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밥을 먹기 위해서는 손님인 우리 자신들이 앞장서서 맛있는 밥을 먹을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음식산업이 서비스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인 우리가 식당에서 밥다운 밥 접대 문화가 정착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님에게 갓 지어낸 맛있는 밥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아내어 알려야 하고, 밥이 맛이 없는 식당은 맛있는 밥짓기 요령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맛있는 밥짓기>

밥맛은 쌀의 품질 이외에도 밥을 짓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나 먼저 외관으로도 좋은 쌀을 골라야 한다. 즉 이물질이 없고, 쌀알에 광택이 나고 맑은 쌀, 그리고 모양이 균일하고 찹쌀처럼 전부 또는 부분적인 백색이 없어야 한다. 또한 금이 가지 않고 반점이 없는 쌀, 싸래기나 부러진 것이 없는 쌀이어야 한다. 한편 쌀은 일반적으로 도정 한 후 여름인 경우 1개월, 겨울의 경우 2개월 정도 지나면 서서히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정일자를 확인하고 사야한다.


맛있는 밥짓기 과정을 살펴보자. 크게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처음 열을 가하기 시작하여 끓이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 물이 잦아지면서 쩌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마지막 뜸을 들이면서 눋는 과정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① 쌀씻기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우선 쌀을 깨끗하게 씻어서 쌀에 붙어 있는 먼지 등 오염물질을 제거함으로써 나중에 밥을 지은 다음에도 부패가 일어나지 않고 청결을 유지시켜 주며 밥맛도 좋게 해준다. 단지 쌀을 씻을 때 너무 심하게 문질러 씻거나 첫 번째 씻을 때 새 물로 빨리 갈아주지 않게 되면 양분의 손실이 클 뿐만 아니라 쌀을 씻는 동안에 빠르게 쌀 속으로 흡수되는 수분을 따라 좋지 못한 쌀겨 냄새 같은 것이 쌀 속에 베어들 우려가 있다.

따라서 쌀을 씻을 때 처음에는 가볍게 손을 돌려 저으면서 씻은 다음 재빨리 씻은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바꿔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쌀을 너댓번 가볍게 씻은 다음 30분 이상 쌀을 불려서 물이 쌀 전분 알맹이 속에 고루고루 스며들게 하여야 한다.

이와같이 쌀을 물에 충분히 불리는 것은 밥이 끓을 때 쌀알 내부 고루고루 호화가 되어 찰기와 탄력이 있는 부드러운 밥이 되게 하기 위함이다. 만일 쌀을 충분히 불리지 않은 상태로 가열하게 되면 먼저 쌀알의 겉층에 있는 전분이 호화되어 쌀알의 중심부로 수분의 침투와 열전달이 방해를 받게 되거나 딱딱한 밥알이 되기 쉬운 것이다.

물에 충분히 불린 쌀을 밥솥에 앉히게 되면 얼마만큼 물을 부어야 적당한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맛있는 밥을 짓는 열쇠가 된다. 밥솥의 종류나 밥량, 가열조건에 따라 물붓는 양을 다소 조절하여야 한다. 밥의 중량은 대체로 쌀 무게의 2.3∼2.5배가 되므로 물은 쌀 무게의 1.3∼1.5배가 들어가는 셈이 된다. 이때 쌀을 불린 물에는 수용성 영양분이 들어 있으므로 같이 활용한다.

② 끓이기

열을 가하여 밥을 짓는 과정은 대체로 다음 세 단계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1단계는 쌀과 물이 끓을 때(98∼100℃)까지 5∼10분 정도 계속 온도를 높여 가는 단계로 이 시기에는 쌀알 내부에 흡수가 불충분한 곳의 흡수가 진전되고 쌀알 외층에 있는 수용성 당질과 유리 아미노산 등이 끓는 물 속에 녹아가기 시작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계속 쌀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물을 끓임으로써(7∼8분) 쌀의 호화를 급속하게 진행시키는 단계인데, 이 시기에는 처음에 대류시키면서 끓게 만들어 쌀이 고루고루 잘 호화가 되도록 한다.

이 시기에 너무 강한 불로 급속하게 가열시키게 되면 밥이 좀 꼬들꼬들하게 되고 좀더 심하면 쌀알 내부까지 물이 스며들어서 충분히 호화가 되지 않아서 밥알에 딱딱한 심이 있는 밥이 되고 만다. 또한 너무 약한 불로 오래 가열하게 되면 너무 무른 밥이 되어서 탄력감과 씹히는 조직감이 떨어지는 밥이 되고 만다.

③ 뜸들이기

마지막 단계는 물이 쌀에 흡수되거나 증발되어 잦아지면서 쩌지고 밑바닥은 눋기 시작하는 단계로 가열하는 불을 조금 약하게 하여야 한다. 이 시기에 밥물이 완전히 잦아져서 눋는 소리가 나면 일단 가열을 중단시켜서 10∼15분 정도 충분히 뜸들이는 시간을 가진다. 위쪽에 떠 있던 밥물이 아랫쪽 밥 속으로 깔아 앉은 후에 약한 불로 5분 정도 가열하여 남아 있는 수분을 날려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밥짓기가 완전히 끝나면 아래·위로 뒤집으면서 잘섞고 일구어서 밥알끼리 공간을 두고 떨어질 수 있게 해 두어야 밥이 덩어리져서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천지에 음기가 가득한 겨울에 땡볕 속에 영근 쌀에서 양기를 취하여 음양 조화를 꾀하고자 옛 어른들은 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쌀밥을 으뜸으로 여겼다고 한다. 요즘같이 추운 아침에는 따뜻한 쌀밥 한공기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하루를 시작하자. 그리고 올해는 맛있는 밥을 먹을 권리를 찾는 캠페인을 벌려 우리의 외식산업도 업데이트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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