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기
올겨울 들어 세번째로 태백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천제단 아래에 있는 망경사라는 절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날이 저물기 전 까진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으므로 무리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문수봉으로 가는 자작나무 숲길에 다녀오기로 했다.
눈보라가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만큼 몰아쳤다. 걸음을 총총 서둘렀지만 아무래도 무리인 듯 싶어 도중에 돌아섰다.
저녁 눈보라가 몰려들고 있었다.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절집엔 눈발들이 묵을 방이 없었다.
망경사에서 하루밤을 자고 천제단에 다시올라 능선을 타고 문수봉 쪽으로 해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도처에 눈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 그 눈부심 앞에서는 그야말로 言語道斷(언어도단)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침 태백산은 그렇게 모든 언어는 길을 잃은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