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광장 '유감'

등록 2003.02.03 19:55수정 2003.02.0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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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1월 27일 오후 시청 앞 광장 설계공모 작품 심사위원회를 열고 한양대 서현 교수와 (주)인터시티 건축사무소가 출품한 '빛의 광장'을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당선작은 「(주)인터시티 건축사 사무소와 한양대학교 서현 교수, 인터시티개발투자(주)」가 공동 제작한 작품 '빛의 광장'
당선작은 「(주)인터시티 건축사 사무소와 한양대학교 서현 교수, 인터시티개발투자(주)」가 공동 제작한 작품 '빛의 광장'신용철
'빛의 광장'은 1만4500㎡(4400여평) 광장 바닥에 역십자형의 2003개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를 설치한 뒤 투명한 강화유리를 덮어 빛이 가득차게 한다는 것으로 모니터 2003개는 광장조성이 이뤄지는 2003년을 상징하며 2003개의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는 평소에는 시민들에게 임대했다가 특별행사가 있을때엔 모니터 전체를 이용해 비디오아트로 활용하겠다는 구상.

광장동쪽에는 높이 15mdml '빛의 기둥'이 설치되고 광장주변에는 가로등, 무인자동화장실, 벤치, 공중전화, 대형광고판 등을 포함하고 있는 총 8개의 서비스 스테이션은 전시회나 공연무대 배경으로 활용된다.

주변 역사 유적과의 조화를 위해 덕수궁 대한문∼프라자호텔 앞 ∼원구단 구간에 역사 분위기에 맞는 조경을 할 계획이며 원구단 앞 소공로 입구에는 음악분수가 들어선다.

시청 앞 광장 어떻게 조성되었나?

시청앞 광장을 조성하자는 계획은 1984년부터 3∼4차례 있어왔으나 현실화된 것은 시청 옆 공원화 구상외에는 없다.

관(官)이 주도적으로 계획한 전시성 행정의 표본이었던 지난 서너차례의 '시청 앞 광장 조성'이 시민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002한일월드컵'때였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붉은 T-shirts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시청 앞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로 '광장화'되기 시작했다.


언론과 식자들은 '새로운 광장문화가 꽃피워진다'고 평가했고,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명박씨가 시청 앞을 광장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질적인 광장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에 앞서 문화연대, 도시연대 등에서 토론회, 정책제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안이기도 했다.


시청앞 광장의 핵심은 무엇인가?

서울시는 지난 1월 29일 「서울시청앞 광장조성」설계공모 작품심사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29일 「서울시청앞 광장조성」설계공모 작품심사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했다.신용철
광장이란 개념은 서구 민주주의와 연관성이 깊다.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과 토론도 하면서 '토론과 비판'의 문화를 민주주의로 발전시켰다. 즉, 광장이란 매개공간을 통해 민주주의를 일구고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참여민주주의를 말할 때 광장민주주의가 논의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지난 87년 '6월민주화운동'을 떠올려 보라.
많은 시민들이 서울역 앞에 모여 '군사정권 타도','직선제 쟁취' 등을 외치던 모습은 가슴 뭉클한 광장민주주의의 하나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2002한일월드컵의 시민적 에너지','미군장갑차 여중생압사사건 관련 무죄평결이후 들불처럼 번진 촛불시위와 기독교인들의 반미운동 반대 집회' 등은 광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가야하는지 초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기독교인들의 주한미군 철수반대·반미운동 반대 등의 기도회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광장은 열린공간 안에서 상호 합리적인 토론과 비판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므로 이 또한 광장민주주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청 앞 광장 설계공모 작품 심사위원회가 당선작으로 확정한 '빛의 광장'은 어디를 살펴보아도 민주주의보다는 과거 관(官) 주도의 전시성 행정이라는 고약한 냄새를 지울수가 없는 것은 과민한 반응일까?

과연 정책적 접근순서가 올바른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청계천복원사업' '강북뉴타운 건설' 등은 서울시의 일부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를 넘어 한국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경 서울시가 제출한 2003년 시예산 심의에서 시(市)가 요청했던 '시청 앞 광장 조성사업비 55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한나라당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시의회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시청 앞광장 사업비 전액이 삭감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서울시의회 임동규 한나라당 대표의원은 시(市)의회 임시회 대표연설에서 “이명박 시장은 그동안 여러 정책들을 우선 발표하고 보자는 식으로 주민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심지어 시의회의 의견조차 사전에 수렴하지 않았다”며 “시의회는 사전에 교감되지 않은 한푼의 세금도 방만하게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또한 임동규 의원은 이명박 시장은 뚝섬 공원 조성 등 전직 시장이 의회와 협의·결정한 사항을 사전조율도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변경·발표해왔다”며 “앞으로 신규정책 발표 때에는 최소한 의회와 집행부간 토론과 타협을 거쳐 결정한 뒤 발표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분명히 서울시의회가 의회와의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시의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서울시는 공사판

서울시는 시(市) 전체에 대한 도시계획, 도심부관리계획, 재개발계획 등을 세워놓지 않고 공약에 맞추어 이런 계획들을 짜깁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계적으로 과밀화된 도시로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많은 우려를 가지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극약처방을 가지고 나온 것도 바로 서울시의 과밀화된 위기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다.

서울시와 같이 과밀화된 도시공간과 구조는 조그만 충격에도 도시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의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채 서울시정을 현대건설인 것처럼 착각하고 '다수의 우려의 목소리는 일부 반대 목소리'로 치부하면서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추진하고 있고 시청 앞광장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교통광장을 시민광장으로 바꾸는데 교통대책은 없다.

서울시가 당선을 확정한 '빛의 광장'어디에도 교통처리계획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통팔달인 교통광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시 교통체계를 분석해 대책을 마련한 뒤 추진하는 것이 순서일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중심의 서울을 만들겠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교통처리계획 하나 들어있지 않으며 '시민보행권'이나 '광장 접근성'보다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이미지에 치우쳐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특히나 서울시는 지난해 11월경 시의회 별관 구내식당에서 현장설명회를 열었을 때 원구단과 덕수궁의 역사적 연계성 등을 주문했다. 이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비전 서울 2006' 의 5대문안 문화관광벨트 구상과도 관련된다.

원구단은 대한제국의 발원지로 민족적 자긍심이 깊은 곳이며, 고종은 원구단에서 황제즉위식을 가진 후 경운궁(현재 덕수궁)을 신궁으로 정했으며, 정동지역은 조선의 역사와 한국근현대사의 중심에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원구단과 경운궁은 물리적, 역사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는데 시(市)'시청 앞 광장 조성사업에는 원구단∼덕수궁 연계성'을 강조하면서도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에 대해서는 "정부의 방침대로 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하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번 당선작에는 원구단 앞 소공로에 음악분수를 설치하도록 계획되어있어 시 스스로가 역사적 연계성을 훼손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조경에서 분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은 물이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역천(逆天)'이라 하여 매우 부정시했다.
원구단과 덕수궁의 연계성에 역천(逆天)을 만든다는 것이 과연 역사문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마인드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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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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