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특별한 사람들의 상처 이기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등록 2003.02.04 08:58수정 2003.02.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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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성

<키친>은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필자에게 있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실 <키친>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이야기다. 일본문학에서 동성애정도의 내용은 이미 흔할 정도의 주제가 되었단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키친>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키친을 무척 좋아하는 미카게, 그리고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 유이치, 그리고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가 된 유이치의 엄마 이 세사람은 키친의 세가지 단편소설 중 두가지 소설(키친1,2)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이들이 소설 속에서 생존해 나가면서 겪게 되는 것은 죽음, 그리고 그로인한 상처뿐이다.

죽음, 죽음이라는 상처는 소설을 뛰어넘어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많은 사건들로 죽음이란 테두리에 얽매이게 된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 자살로 생을 마친 사람, 그리고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사람, 또 원한을 사 남에게 죽음을 당한 사람 이런 죽음들은 늘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지는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속의 사람은 죽음에 익숙치 못하다. 현실속 사람들에게 신문과 뉴스에서 알려주는 사람들의 죽음은 익명인의 죽음, 즉 자신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이들의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죽음이라는 것은 소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흔한 소재이며 진부하다. 그리고 그로인해 죽음이라 것을 겪은 소설속 사람들이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 또한 반복된다. 하지만 소설 -키친-속 주인공들이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은 독특하다. 물론 그것이 옳은 방향으로의 상처 이겨내기인지는 필자는 모른다.

할머니를 여윈 미카케, 그녀는 다른 잡념들을 끄집어내 가슴 아픈 상처를 메꾸고 있다. 그리고 그 잡념의 끝에는 유이치라는 사람이 있다. 할머니와의 인연이 있었긴 하지만 유이치네 집에 미카케가 머물게 된 과정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그리고 알게되는 이야기, 전개되는 많은 것들도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소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무엇 때문일까? 필자에겐 미카케와 유이치라는 인물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가슴에 와닿지 못한다. 그들의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상식밖의 어이없는 죽음, 즉 현실에서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익명인의 죽음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카케와 유이치는 소설속의 현실을 살고 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은 쉽게 인정할 수 없고, 또 인정할 수도 없게 되고 만다. 그들만의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 현실 속에서 뉴스 속 익명인으로 생각했던 피해자들의 죽음을 이겨내는 방법이 <키친>속에는 담겨져 있는 것이다.


<키친>은 일본이라는 외딴나라 작가가 쓴, 우리현실과는 맞지 않는 소설이 아니다. 왜냐하면 <키친>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익명인들, 하지만 반짝반짜 빛나는 사람들의 상처 이겨내기 방법이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익명인들의 죽음을 수없이 만끽하는 우리시대 사람들에게 꼭 한번 추천할 책이란 생각을 담으며 글을 줄인다.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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