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한탄강댐 건설 재검토 요구"
주민들 "<조선일보> 절독운동 전개"

[현장취재] 한탄강댐 백지화해야 하는 7가지 이유 (후)

등록 2003.02.05 18:46수정 2003.02.06 16:39
0
원고료로 응원
a 주민들은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 바로 위쪽에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다락터 사격장이 위치해 있는데도 국방부가 댐 건설에 조건부 동의를 해준 사실에 강한 의혹을 제기해 왔다.

주민들은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 바로 위쪽에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다락터 사격장이 위치해 있는데도 국방부가 댐 건설에 조건부 동의를 해준 사실에 강한 의혹을 제기해 왔다. ⓒ 노순택

지난 1월 28일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도중 기자는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국방부가 건교부에 한탄강댐 건설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환경부가 주관한 간담회를 지켜보기 위해 강원도 철원에서 경기도 의정부까지 달려온 한 주민이 기자에게 전달한 <강원일보>에 보도된 기사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국방부가 한탄강댐 건설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달라고 건설교통부에 공식 요청해 철원·화천·양구지역 주민들의 한탄강댐 건설 백지화 요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용삼(철원·화천·양구)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한탄강댐 건설을 조건부 승인해 줬던 국방부가 대체시설 확보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건교부에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요구를 한 뒤 이를 국회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지난 1999년 12월 건교부가 협의 요청한 한탄강댐 건설 문제에 대한 회신에서 임진강 유역의 홍수피해 방지대책과 수몰에 따른 훈련장을 비롯한 군사시설 이전을 조건으로 댐 건설을 동의했다.

이용삼 의원은 '국방부에 이어 환경부에서도 댐 건설에 따른 환경성 검토 압력을 넣고 있는 만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한탄강댐 건설 계획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한탄강댐 건설 예정지 내에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다락터 사격장 등 대규모 군사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군사지역 내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방부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련
기사
- ' 동양최대 ' 다락터 사격장을 가다

a 국방부가 지난 1월 21일 건설교통부에 보낸 한탄강댐 건설 재검토 요청 공문. 환경부도 건교부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들어 추인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1월 21일 건설교통부에 보낸 한탄강댐 건설 재검토 요청 공문. 환경부도 건교부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들어 추인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국방부는 3년 전 군사시설 이전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건교부에 동의를 해준 바 있다. 그 동안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건교부 뿐만 아니라 국방부에 몰려가 "조건부 동의를 철회하라"며 줄기차게 시위를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최근까지 침묵을 지켰던 국방부가 국방부장관 명의로 지난 1월 21일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내용의 공문을 건교부에 보낸 것이다. "한탄강댐 백지화 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강원일보>의 분석은 바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추진해온 한탄강댐 건설 계획이 왜 '부실과 오류 투성이의 엉터리'라는 것인지 주민들의 주장을 계속 들어보자. 앞 기사에서 밝힌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에 이어 이번에는 세 번째 이유부터 살펴본다.

@ADTOP7@
(3) 원하는 결과 위해 홍수조절 효과를 조작했다?


a 한탄강댐 건설 논쟁이 몰고 온 현장의 상흔들. 보상비를 노리고 갑자기 생겨난 양어장을 한 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한탄강댐 건설 논쟁이 몰고 온 현장의 상흔들. 보상비를 노리고 갑자기 생겨난 양어장을 한 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 이종호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한탄강댐 건설에 따른 홍수조절 효과도 조작했다고 한다. 이철우 사무처장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자.

"한 유역에 댐을 짓고 그 댐으로 인하여 하류지역에 어느 정도 홍수조절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역에 같은 기준과 조건을 적용해서 측정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특정 지역에 다른 기준과 조건을 적용하는 '꼼수'를 씀으로써 한탄강댐 건설의 필요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한데, 우선 '비홍수량'(홍수량/면적)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홍수가 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비홍수량은 유역면적이 작을수록 커지고, 유역면적이 클수록 작아진다는 것이 교과서적 정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유역면적이 1279㎢나 되는 한탄강댐의 비홍수량이 3.82로 산정된 반면 유역면적이 565㎢로 한탄강댐 유역의 절반에 불과한 영평천(한탄강의 지류)의 비홍수량은 1.82로 산정됐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한탄강댐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홍수조절 효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결과라는 것이 이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수자원공사가 산정한 영평천의 비홍수량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됐다는 것은 경기도에서 발간한 하천정비 기본계획 보고서에서 산정한 결과와 비교해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의 보고서에서 산정한 영평천의 비홍수량은 경기도의 보고서에 나타난 수치보다 23%∼3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의 보고서는 영평천을 비롯하여 한탄강댐 유역 이외의 다른 지역에도 거의 모두 비홍수량을 30∼50% 정도씩 줄여서 산정했다고 한다.

한편 공개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자 수자원공사 측은 "한탄강댐 유역과 다른 유역을 같은 기준과 방법으로 산정하게 되면 한탄강댐의 홍수조절 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조정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들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이철우 사무처장은 당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했던 답변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와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ADTOP8@
(4) 원하는 결과 위해 경제성 평가도 조작했다?

한탄강댐 건설 논쟁과 관련해 경제적 타당성도 뜨거운 논점 중의 하나다.

현재 순수하게 한탄강댐 건설에만 들어가는 사업비로 책정된 액수는 9750억원. 경제적 타당성 평가의 기준은 그만한 돈을 들여서 과연 초당 2700톤을 절감시켜 파주·문산지역의 홍수피해를 막을 수 있느냐에 있다.

물론 수자원공사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애초에 한탄강댐의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데도 수자원공사가 억지로 꿰어 맞추기 위해 각종 자료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첫째,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총액 산정을 처음부터 잘못했다고 이철우 사무처장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한탄강댐 건설 계획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한탄강 지류인 영평천에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자원공사는 이번에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영평천댐 건설 논의 당시 책정됐던 비용을 뺀 뒤 편익/비용을 산정했는데, 그 결과가 1.14였다(참고로 경제적 타당성의 기준은 1.00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는데, 수자원공사는 영평천댐 사업비를 5226억원으로 산정했다. 따라서 9750억원에서 5226억원을 뺀 나머지 액수인 4524억원만 가지고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셈이 된다.

a 한탄강 유역 주민들은 댐 건설 논쟁 과정에서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 두 촌노가 작업 중 술잔을 나누는 모습.

한탄강 유역 주민들은 댐 건설 논쟁 과정에서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 두 촌노가 작업 중 술잔을 나누는 모습. ⓒ 월간 <말> 박여선

그러나 전문가 자문검토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는 영평천댐 사업비가 2400억원이었다는 것이 바로 그것. 결국 수자원공사는 누락된 2800억원까지 포함해서 경제적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경제적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편익/비용은 1.12였다. 무려 2800억원이라는 거액이 새롭게 더해졌는데도 기존의 수치와 거의 동일한 결과, 즉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욱이 재검토 과정에 전문가의 참여는 없었으며, 수자원공사의 일개 과장이 이 수치를 직접 작성해 집어넣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이 사무처장은 증언했다.

둘째, 한탄강댐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공사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주변지역의 경제성장률을 과다하게 산정했다고 이철우 사무처장은 주장했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문산 등 파주지역의 경제성장률을 11%로 산정했다. 다시 말해 파주지역의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따라서 각종 용수가 필요할 것이므로 한탄강댐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KDI가 예측한 경제성장률 3.5∼5%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이며, 경기개발연구원이 예측한 6.5%에 비해서도 2배나 높은 것이다.

그리고 KDI와 경기개발연구원의 경제성장률을 적용할 경우에는 한탄강댐 건설의 편익/비용은 0.6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경제성장률을 적용할 경우에는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더욱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애초에 한탄강댐이 홍수조절 전용댐이지 용수공급 등을 위한 다목적댐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한탄강댐이 하루 30만톤의 용수공급을 추가적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산정하여 5200억원(용수공급 전용댐 건설비용)을 편익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한탄강 유역 주민들이 지적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보고서의 오류와 부실 사례는 이밖에도 셀 수 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만 요약하면 이렇게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한편 한탄강 유역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타당성 검토를 위한 종합토론회가 무산됨에 따라 환경운동연합, '댐반대국민행동' 등과 함께 수자원공사 사장, 건교부 장관, 프로젝트 참여자들에 대한 민·형사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앞에서 설명한 4가지 조작과 날조 사례가 고발장에 포함될 것임은 물론이다.

a 한탄강 유역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탄강댐 건설 반대운동에 동참해 왔다.

한탄강 유역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탄강댐 건설 반대운동에 동참해 왔다. ⓒ 이종호

그런데 한탄강댐 건설을 반대해온 포천·연천·철원·화천·양구 주민들은 "한탄강댐 건설 백지화를 성공시킨 뒤에는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이렇게 나선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최근 환경대책 비용 550억원을 마련해 한탄강댐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댐을 건설할 때 어도(魚道)를 건설하고 상류 건지천을 사행 하천으로 바꾸어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락터 사격장으로 인한 토양 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20여 곳에 저류지를 만들어 토양을 복원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겉으로만 본다면, 발표 내용 자체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한탄강댐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위한 몇 차례의 토론회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와 잘못이 드러나면서 백지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물타기 전술' 차원에서 수자원공사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전국의 12개 댐 건설 예정지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 등의 연대기구인 '댐반대국민행동'은 즉각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박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수자원공사가 이번에 밝힌 내용은 그 자체가 한탄강댐이 건설되면 얼마나 큰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지 말하는 것이다. 또한 댐 건설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탄강은 한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경관과 함께 천연기념물 어름치와 보호종인 묵납자루 등 수많은 동식물들의 서식처로서 댐이 건설되면 모든 것이 수장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어도 건설을 핑계로 대는 것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겠다는 수작에 불과하다. 또한 토양 오염 복원은 수자원 공사가 댐 건설 예정지 부근이 사격장으로 인해 얼마나 심하게 오염이 되었는지, 그리고 결코 댐 건설 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에게 묻고 싶다. 한탄강댐 위로 한 해 수만 발의 포탄이 지나는 상황이 상상이 되는지, 만약 단 한발의 오발이라도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상상이 가는지 말이다."

이와 관련 이철우 사무처장은 "속셈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 수자원공사의 발표를 상세하게 보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가 유일했다"면서 "그 보도가 나온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전개하자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a 이철우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은 "한탄강댐을 백지화시킨 후 한탄강 유역 5개 군민들은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은 "한탄강댐을 백지화시킨 후 한탄강 유역 5개 군민들은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종호

다음은 마지막으로 이철우 사무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민·형사 고발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지난 3년 동안 각종 문서와 자료를 왜곡, 날조하여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국가의 수자원 정책에 대한 신뢰와 판단을 흐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주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하여 투기행위에 나서도록 만들어 지역공동체까지 파괴했습니다. '나라 돈은 임자 없는 돈'이라는 일부 공무원들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사업 수립에서부터 추진 과정까지 행정적 절차를 끝까지 추적해 책임 소재를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그러나 임진강 하류지역의 만성적인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댐 건설 등의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 아닙니까?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우리는 지금 무조건적으로 댐 반대만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임진강 전체 유량의 15%에 불과한 지천인 한탄강에 댐을 짓는 것은 처음부터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었습니다. 정작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은 부실와 오류 투성이의 계획을 가지고 무조건 댐을 짓겠다고 나선 수자원공사입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임진강 치수는 유역 면적의 62%를 차지하는 북한까지 포함해서 남북이 공동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임진강 본류에 치수 구조물을 설치해서 남한은 홍수 방지라는 이익을 얻고 북한은 전기 공급이라는 이익을 얻는, 상생과 화해의 시대에 걸맞는 발상과 방법도 강구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다 하류지역의 제방을 높이고 분수로를 설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경제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앞세웠기 때문일 겁니다. 한탄강의 규모가 작으니 주민들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반대도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러나 수자원공사도 이제 발상을 전환할 때가 왔습니다. 대형 댐 중심의 수자원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수량 관리에서 수질 관리로 수자원공사의 역할을 바꾸고 불필요한 인력을 구조조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한탄강댐을 백지화시킨 뒤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한탄강댐 건설논쟁은 지역사회에서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의 대결로 귀결되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댐 찬성을 하는 사람들은 댐 반대를 하는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후보를 선택했는데, 연천·포천·철원·화천·양구에서 노무현 후보가 모두 승리한 이유를 잘 봐야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은 한탄강댐 건설논쟁이었고, 그것은 곧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만이 백지화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거짓에 동조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참으로 <조선일보>다운 행위였고, 거기에 걸맞는 우리 지역 주민들의 대응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계획입니까?
"작년 10월 22일 1만5천여 명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한탄강댐 백지화 결의대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숫자는 관내 거의 모든 성인들이 모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5개 군민은 앞으로 순수한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이고, <조선일보>는 다른 지역에서 받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타격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한탄강댐 백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까?
"한탄강댐 백지화 여부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과연 노무현 정부가 '개발독재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것인지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한탄강댐은 지금 당장 백지화가 된다고 해도 동강댐이나 새만금처럼 사회적 비용이나 혼란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새만금은 이미 수조원의 재원이 투입되어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상황이지만 한탄강댐은 주민들이 지난 3년 동안 치밀한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논리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예산투입 자체를 막아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자에게 이철우 사무처장이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개발독재 시대의 불도저식 국책사업 추진은 이제 한탄강에서 끝내야 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