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을 이용한 화순 '예성산성'

화순군내 5대 산성 가운데 보호받지 못한 유일한 성(城)

등록 2003.02.05 23:54수정 2003.02.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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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협곡 앞에 있는 예성산성 북벽. 심하게 파괴됐지만 석축 일부가 남아 있다.

협곡 앞에 있는 예성산성 북벽. 심하게 파괴됐지만 석축 일부가 남아 있다. ⓒ 최연종

국도 29호를 따라 보성 방면으로 가다보면 베틀바위 건너편에 있는 기암절벽이 눈길을 끈다. 오고 가다 한 번쯤 눈길을 줄만한 바위로, 이 암벽 주변에 예성산성(禮城山城)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은 그 자체로도 빼어난 볼거리요, 왜구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이기도 하다. 예성산성은 화순군 춘양면과 청풍면의 경계인 예성산 (362.4m) 일대에 있다. 용두교에서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면 베틀바위가 나오는데 다시 지석강을 따라 하류쪽으로 500여미터쯤 가면 철길 건너편에 산성 입구가 있다.


등산로는 가파르지만 길목 곳곳에 나무계단과 로프가 설치돼 산행은 비교적 수월하다. 예성산 중턱에 다다르면 주변에는 유난히 많은 돌들이 눈에 띈다. 무너져 내린 예성산성 북벽이다. 성벽의 연결선을 추정할 수 있는 석축 일부가 남아 있어 이 곳이 성터였음을 말해 준다.

a 암벽 사이에 있는 협곡. 입구를 봉쇄한 석축이 보인다.

암벽 사이에 있는 협곡. 입구를 봉쇄한 석축이 보인다. ⓒ 최연종

성터 바로 위쪽으로 올라가면 양쪽 암벽 사이로 길다란 협곡이 나온다. 골짜기는 암벽 끝을 향해 200여미터나 이어지고 너비는 10여미터에 달해 유사시에 수천명의 군사들이 이 곳에서 머무르며 생활 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계곡 안에는 두 곳에 성벽을 쌓아 입구를 봉쇄함으로써 성을 단단히 지켰는데 성문(城門)에 해당하는 성벽이 남아 있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암벽 끝으로, 사방은 천길 낭떠러지다. 암벽 바깥 높이가 50여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그러고 보면 예성산성은 자연 암벽을 이용한 천혜의 요새. 발 아래로는 무너진 산성 서벽의 연결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용암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고 바로 건너편에는 용랑처녀의 전설을 간직한 베틀바위와 송석정을 휘감고 도는 지석강의 푸른 물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 어릴적만해도 시루 등 파손된 취사도구들이 정상 주변에서 쉽게 발견됐는데 6.25전쟁 이후로 사라지고 말았지요. 예성산성은 주변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에 잘 보존해 가꾸면 등산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규진(춘양면 가봉리)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예성산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a 예성산성 동벽. 따로 성벽을 쌓지 않고 기암절벽을 잘 이용 했다.

예성산성 동벽. 따로 성벽을 쌓지 않고 기암절벽을 잘 이용 했다. ⓒ 최연종

예성산성은 대동지지(大東地志)에 고려말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고 기록돼 있다. 능주읍지에 의하면 정유재란(1597)때 이순신의 막하에 있던 김대인(金大仁)과 이 곳 출신 김명철(金命哲)이 성을 다시 쌓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수세에 몰린 우리 군은 이 곳에 식량과 식수를 충분히 비축해 두고 전열을 가다듬는다. 왜적은 이 곳을 포위한 채 식량이 떨어지면 스스로 항복할 것으로 보고 장기전을 폈으나 비축한 식량으로 항전이 계속되자 왜적은 결국 물러가고 말았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다 해서 일명 왜성산성(倭城山城) 이라고도 부른다. 능주현의 바깥성으로서 성 길이가 1,000여미터에 이르는데다 보성쪽에서 능주로 올라오는 길목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성(城)이다. 비록 뚜렷한 성벽은 남아있지 않지만 아픈 역사의 단면을 간직하고 있는 현장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하지만 안내표지판은 찾아 볼 수 없고 화순의 5대 산성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관계 당국의 보다 세심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 군민신문 (hsgunmi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순 군민신문 (hsgunmi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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