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박근형한상언
- 연극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다. 당시 기자가 되는 꿈과 연극배우가 되는 꿈이 있었다. 기자는 공부를 잘해서 신문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 당시 사건기자가 되고 싶었다.
또한 연극도 하고 싶었다. 처음에 연극에 스텝이라는 것은 없고 배우만 있는 줄 알았다. 고3때 연극 좀 하게 해 달라고 연극하는 단체를 찾아갔다. 청소라도 하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학교는 졸업하고 오라고 했다. 고3 겨울에 연극하는 단체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연극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극에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절망이었다. 배우라는 것을 쉽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기 몸을 자기가 원하는 데로 활용할 수 있게 근사하게 만들어야 했다. 또한 소리도 좋아야 했다. 소리가 좋다는 것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니라 자기가 여러 가지를 표현하는 소리를 말한다. 또한 머리도 중요했다. 해박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세상에 대해 알아야 했다. 괴로웠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스텝이란 분야가 있었다. 이것 한번 해보자 생각해서 스텝으로 시작했다.”
-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연극계 뛰어들어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려운 것도 있고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 연극을 하게 되면 궂은일을 많이 하게 된다. 그것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이것은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또래들이랑 연극 시작했을 때 ‘우리 나중에 잘되면 후배들에게 잘해주자’라고 각오를 다졌다.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연극하는데 지장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연극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우리끼리 한번 해 보자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어떤 누가 자리를 만들어준 적이 거의 없다. 연출도 누가 연출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또래들이랑 ‘한번 해보자, 안 되면 다음에 하고’그렇게 시작했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는 것은 대학을 안나왔기 때문에 전문적인 연극과정을 공부하지 못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지만 반대로 연극과정을 거치면서 연극은‘이렇게, 이렇게 만들어야 해’라는 공식이 없으니까 이렇게도 만들고 저렇게도 만들었다. 이것이 장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