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손길승호, '재벌 총알받이?'
손회장 "총수들 적극 지원해달라"

시민단체, "전문경영인 내세워 '소나기 피해보자'는 식"

등록 2003.02.07 19:41수정 2003.02.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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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제 42차 전경련 총회가 열렸다.
7일 오전 서울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제 42차 전경련 총회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참석자 여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결의안을) 채택해 주십시오."

7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20층에 모인 260여명의 기업 임원들은 사회자의 요구에 따라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미 '국민소득 2만불 달성 위한 우리의 결의'라는 제목의 내용을 듣고 박수로 다음 행사를 기다리던 기업 대표들의 얼굴에는 '뜬금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재계 오너들의 대표적인 이익집단인 전경련 회원사들이 이날 결의한 내용은 한마디로 '새 정부와 힘을 합쳐 국민들이 배불리 먹고 잘 살도록 일조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또 이같은 다짐을 보여주기라도하듯, 행사장 오른편 벽면에는 '2만불 달성을 위한 우리의 결의'라는 제목으로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이라이트 1분 클립!' / 김정훈 PD

”축하보단 위로를 해달라” / 김정훈 PD
막중한 책무에 어깨가 무겁다고 밝힌 손 신임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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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전경련호, 재벌총수들의 방패되나?

7일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손길승 회장 체제가 본격 출범했다.

손 회장은 이날 열린 전경련 총회 취임사에서 "새 정부의 국가전략 및 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와 재계 뿐 아니라 국민이 서로 대화하고 토론을 거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길승 전경련 신임회장
손길승 전경련 신임회장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는 이어 "기업과 재계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도록 기업들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전경련이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이같은 취임 일성이 재계와 기업, 정부에 어느 정도 먹혀들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재벌 오너들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전경련 회장 자리에서 재계와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전경련이 새 정부 집권초기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 정책에 오너 총수가 직접 나서기보다 '전문경영인'이라는 대타(代打)을 내세워 '소나기는 잠시 피해가자'는 식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재벌총수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에 전문경영인 출신이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문제는 과거 정부의 재벌개혁 분위기때 재벌 총수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 4년동안 재벌총수도 아니면서 회장을 맡았던 유창순 회장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의 주도로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 등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진행될 당시에도 재벌총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경련회장 자리를 고사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손길승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며 "(회장직을) 맡을 수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지만 맡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면서 걱정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앞선 취임사에서도 "회원사와 회장단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재계 원로분들의 편달과 회원사, 회장단 여러분의 성원이 없다면 부족한 제가 그 소임을 다할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임 회장 선출자리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대표적인 재벌 총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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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노무현, 재벌개혁 단판 이뤄질까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임 손 회장은 일단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 '새정부 정책에 적극협조'라는 카드를 내놓고 일단 노무현 차기정부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손 회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의 면담을 신청한데 이어 다음주부터 10대그룹 총수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본격적인 재계의 대변자로 나설 전망이다.

특히 오는 12~14일 전경련 국제경영원 신년포럼에 노 당선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손회장과 노 당선자간 단독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손 회장과 노 당선자와의 단독회동 여부가 성사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대신 신년포럼에 당선자가 참석할 예정이서 어떤 식으로든 손회장과의 만남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일단 재계가 정부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차기정부에서 대표적으로 추진될 상속증여 포괄주의나 집단소송제 등 재벌개혁 프로그램에 재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은 지난 5일 새정부 출범에 맞춰 내놓은 '정책제안' 보고서를 통해 "대중주의에 의거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방법으로 재벌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반재벌정책과 공정거래법상의 재벌규제정책 모두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노 당선자측은 재벌개혁에 대해서 여전히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노 당선자는 지난 구랍 30일 경제5단체장과의 면담에서 "재벌정책이나 기업 구조조정정책 등은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충격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점진적인 개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지난 3일 인수위 전체회의를 통해 "재벌개혁 과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므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고, 6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토론회에서 "경제단체와 일부 언론의 저항을 받고 있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강력한 개혁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노 당선자가 전경련 행사에 참석할 경우 과거 점진적인 개혁의지 보다는 강도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 당선자쪽의 (재벌개혁 관련) 언급 내용을 보면 전보다는 강도가 세질 것"이라며 "손 회장과 당선자 사이에 어떻게 조율이 이뤄질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총리'

▲ '새정부와 함께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열어갑시다'라는 홍보물이 내걸린 전경련 회관.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재계의 실질적인 수장이라는 명예와 함께 재계의 대표로 경제발전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임무도 떠안는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면서 마치 경제대통령이 된 것처럼 착각했다'라고 회고할 만큼 재계 최고봉의 자리다.

전경련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380여개 회원사를 대표하고 직원 130명여명인 전경련 사무국, 한국경제연구원, 전경련 국제경영원 등을 책임지지만 한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재벌 계열사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재계대표로 불리는데 아무런 손색이 없다.

특히 재벌그룹 총수들로 구성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가끔 대통령이 경제5단체장과 회합할 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선임역할을 맡아 재계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해 전경련 회장은 `재계 총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재벌개혁을 추진함에 따라 전경련 회장은 이런 재벌개혁 드라이브에 맞서기도 하고 타협하면서 재계의 이해를 지켜야 하는 적지않은 부담은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 자리는 실속은 없이 봉사만 해야 하고 정부와 재계를 같이 상대하며 재계의 이익을 최대한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면서 "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어른으로서 재계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선임한 이후 이번 손길승 회장까지 모두 11명의 회장을 맞았다.

그러나 역대회장중 자신의 뜻에 의해 회장을 맡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상당한 진통을 거친 끝에 새 회장이 선출됐다.

김각중 회장의 선친인 김용완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연임하지 않으려고 2개월간이나 피해다녔으며 김각중 회장 역시 2년전 회장 추대회의 석상에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전경련 회장은 이병철 회장(초대), 구자경 회장(18대)을 제외하고는 모두 2차례 이상 연임했다.

특히 김용완 회장과 정주영 회장은 무려 10년간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정 회장은 "81년 5공 권력이 전경련 회장직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전경련 회장은 회원들이 뽑는 것이지 권력이 임명하는 것은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훗날 회고하기도 했다.

역대 전경련 회장중 김우중 회장이 가장 불운한 회장으로 꼽힌다. 그는 김대중 정부들어 대우그룹이 파산되면서 중도퇴진했으며 아직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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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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