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현 화백
인터넷에 쏟아지는 갖가지 사연
인수위 홈페이지에 '내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왜 참석하고자 하는가'하는 갖가지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전까지 식품 대리점을 하다가 불황 탓에 실직했다는 충북 청주시의 배아무개(46)씨는 "다시 도전할 기회에 많은 보탬이 될 것 같아" 참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아무개(43)씨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습니다. 대통령님을 보구요. 열심히 살면, 아니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요."
재미있는 사연도 많다. 경기 안산에 사는 부아무개(30)씨는 "평생동안 국회의사당이나 청와대나 가까이 가본 적이 없는 촌놈이라 이번에 구경 좀 실컷 하고 싶다"며 신청했다. 경북 영천의 김아무개(42)씨는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이 2월 25일입니다. 1989년 2월 25일이지요"라며 "결혼기념일과 취임식이 같은 날 저희 부부가 초청된다면 평생 잊지 못할 그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역사적인 현장을 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고양시 화정에 사는 최아무개씨는 할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를 대신 입력한 후 "유난히 저와 쌍둥이 동생을 사람해주시는 우리 할아버지를 위해서 설날 선물을 고민했는데, 할아버지께서 TV를 보시다가 '대통령 취임식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동생과 저는 할아버지 선물로 신청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빼놓을 수 없는 사연이 '데이트'다. 대학생인 충북 청주 이아무개(26)씨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코스로도 매우 좋다고 생각하여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대에 다니는 문아무개(24)씨 역시 "이번 대통령 취임식을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해서 여자친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데…"하면서 "젊은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단상 위 '국민대표' 40여명 초청 방침
취임준비위는 대통령 취임식 수용인원 4만5000명 중 과반수 이상을 일반 국민들의 몫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난달 29일부터 2월 9일까지 인터넷, 행자부 전화(3703-3200), 전국 읍·면·동 사무소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7일까지 신청자는 약 3만여명.
취임준비위는 국민의 호응이 좋고 특히 인터넷을 통해 갖가지 사연이 쏟아지자, 단상위 초청인사 850명중 약 40여명을 평범한 '국민대표'로 할 방침이다.
대통령 취임식의 단상 위는 최고 VIP 자리로서, 지난 97년 15대 취임식에는 당선자와 함께 전현직 대통령·3부요인 및 헌법재판소장·정당대표·장관 등이 앉았다.
취임준비위 관계자는 "단상위 초청인사는 사연을 중심으로 뽑을 계획"이라며 "간소하고 담백한, 일반 국민과의 거리감이 줄어드는 대통령취임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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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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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역사적 현장 보여주고 싶어" "여자친구와 데이트 코스로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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