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판별하는 탐색기?

<초보목수이야기 4> 기둥을 찾아내는 '스터드 파인더'

등록 2003.02.10 09:01수정 2003.02.18 16: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스터드 파인더(stud finder)
스터드 파인더(stud finder)조명신
앞에서 몇 번 공구(혹은 연장)에 대한 글을 썼지만 이번에도 역시 공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목수에게 있어서 공구는 늘 관심의 대상이고,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목수에게는 계속해서 탐구해야할 대상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미국은 목공이 취미의 하나로 잘 발달된 나라답게 셀 수 없이 많은 목공구들이 있기 때문에 별의별 희한한 도구가 다 있습니다.


따라서 초보목수 주제에 어설픈 목수이야기를 쓰는 저에게 '공구'란 무한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자원의 보고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잡다한 공구들을 계속해서 나열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인상깊은 공구가 있을 때에는 주저 없이 소개할까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스터드 파인더(stud finder)'입니다. 이 공구의 정확한 한글 이름을 찾기 위해 여러 번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지만, 혹시라도 이름을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편의상 붙인 한국명은 '기둥 탐색기'입니다.

미국의 일반적인 건물은 건축방식에 있어 한국과 다른 편입니다. 벽돌로 지어진 집에 비해 나무로 지어진 집이 많고, 벽돌집이라 하더라도 내벽의 경우에는 대부분 나무기둥에 석고보드(drywall)를 붙여놓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구조변경을 하거나 집을 꾸미기에 쉽고 편한 잇점이 있으나, 석고보드의 특성상 못을 박아서 무거운 것을 매달 때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벽의 기둥을 찾아내 찬장을 달기 전(상)과 후(하)의 모습
벽의 기둥을 찾아내 찬장을 달기 전(상)과 후(하)의 모습조명신
작고 가벼운 액자나 벽시계 등은 큰 무리가 없지만 웬만큼 무게가 나가는 것들은 석고보드만으로 지탱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벽에 선반을 매어 달거나 부엌이나 욕실 벽에 장식장을 부착할 때는 더욱 그렇지요. 따라서 일정정도 이상의 무게가 나갈 경우에는 반드시 석고보드 뒤에 있는 나무기둥을 찾아서 그 기둥에 못을 박아 부착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페인트칠이 끝났거나 벽지가 발라져있는 곳에서 맨눈으로 벽 뒤의 기둥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는, 수박 고르듯 주먹으로 치면서 들리는 소리로 기둥과 빈 공간을 구별한다거나 아니면 촘촘한 간격으로 못을 박아서 기둥에 박히는 느낌으로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에는 완전히 확신하기가 어렵고 후자의 경우에는 벽에 자국을 남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용하는 것이 바로 '기둥 탐색기'라는 공구입니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이 탐색기를 벽에 대고 스위치를 누르면서 서서히 움직이면 작은 신호음과 점멸등을 통해 나무기둥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줍니다. 이 탐색기를 이용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벽 뒤 기둥의 위치를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벽에 무엇인가를 매다는 작업을 할 때는 아주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탐색기가 기둥을 찾기 전(좌)과 후(우)의 점멸등 비교
탐색기가 기둥을 찾기 전(좌)과 후(우)의 점멸등 비교조명신
처음 이 탐색기를 접했을 때는 굉장히 신기했었습니다. 크기도 작고 가벼운데다 그 작동원리도 간단한 것이지만 필요한 작업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탐색기는 알고있다는 점이겠지요. 장난삼아 뼈를 찾을 수 있는지 몸에 대보다가, 문득 이 탐색기가 사람의 됨됨이를 구별한다면 어떨까 하는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생각과 마음이 바른 사람을 '속이 꽉찼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이런 류의 탐색기가 사람 마음의 꽉차있음을 판별해 버린다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겠지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혹 배고픔이나 배부름을 구분할 수 있을지라도 마음의 차고 비어 있음을 구분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색기가 혹시라도 내 마음의 비어있음을 표시할까봐 뜨끔하는 심정으로 슬며시 내려놓으며 혼자 웃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가 사람의 마음을 판별하는 탐색기를 발명한다면 많이 팔릴 듯 싶습니다. 회사에서 사원을 신규채용 할 때 사용한다든지, 아니면 선거에서 누군가를 선출할 때 혹은 정부에서 각료를 임명할 때도 인사청문회 대신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탐색기가 있다면 여러분은 사용해 보고 싶으신지요? 남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 말입니다.

'기둥 탐색기(stud finder)'란?

▲ 자석식 탐색기(좌)와 전기식 탐색기(우)
'스터드 파인더' 즉 '기둥 탐색기'란 말 그대로 내벽에 있어서 기둥의 위치를 찾아주는 도구이다. 작동원리 및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탐색기가 있다.

자석을 이용한 방식에는 '피버팅 매그넛(pivoting magnet)'이라는 '자석식 기둥탐색기'가 있는데 작은 플래스틱 상자 안에 가는 축이 연결된 자석을 이용하여 기둥에 박혀 있는 못이나 나사를 찾음으로서 기둥을 발견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촘촘히 벽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못 이외에도 철제파이프와 같은 철물에는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식 스터드 파인더(electric stud finder)'는 가장 널리 이용되는 기둥탐색기로서 전기용량의 변화를 통해 기둥의 위치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즉 기둥과 빈 공간의 밀도 차에 따른 정전용량의 변화와 그 차이를 감지해 점멸등이나 신호음으로 표시함으로서 정확한 기둥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러나 기둥의 양 모서리 위치만을 알려주기 때문에 기둥의 정확한 중심은 양쪽 모서리 사이에서 스스로가 판단해야 한다.

이외에도, 나무기둥과 철제기둥 혹은 파이프와 전선 등을 구분해서 표시해주는 좀더 정밀한 탐색기도 있고 소형 레이다를 이용하는 첨단제품과 콘크리트에 감춰진 철제의 위치를 찾아내는 '콘크리트 탐색기'와 같은 도구도 있다. / 조명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