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평론가 김미혜한상언
- 2002년 한국연극을 성과를 돌아본다면
"언어 위주의 연극이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넌버벌(nonverbal)쪽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지금의 관객은 연극을 조용하게 보고, 언어를 통해서 메시지를 얻고, 그것을 자기 생활의 시금석으로 삼기보다 순간의 자극을 보고 듣고 잊어버리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것은 작년만의 현상이 아니라 근래 몇 년 동안 계속된 현상이다. 이것이 '상업극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이 성행하는 한 이유이기도 한다.
작년 이상우씨가 연출한 <거기>는 하이퍼리얼한 일상 생활을 보여주었고 그런 언어만으로 된 연극이 상당한 관객을 끌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연극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연극이 불황이다. 손님이 너무 안 온다. 어떤 경우는 출연하는 배우의 숫자보다 객석의 숫자가 적은 경우가 있어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 이유는 우리의 연극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뉴욕과 시카고에 가서 연극을 몇 편 보았다. 너무너무 부러웠다. 연극을 하는 수준, 퀄리티가 대단히 높아서가 아니다. 이제 우리도 그 정도 수준은 만든다. 부러운 것은 연극을 즐기는 관객의 층이다.
그곳에서는 나이 많은 분들이 연극을 많이 본다. 도리어 젊은 사람의 숫자는 굉장히 적다. 연금을 타고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노인들이 부부끼리 아니면 친구끼리 온다. 그 숫자가 거의 객석의 7~80%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을 보고 '우리 연극도 정말 이래야 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 하지만 객석을 차지하고 있는 관객층은 굉장히 다양해서 나이 드신 분들에서 젊은이들까지 있었다. 특히 나이 드신 분이 그런 생활을 즐기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은 정말 인프라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인프라가 구축이 안 되어 있다. 이것을 빨리 타계하지 않으면 '연극은 불황이다'라는 말이 앞으로 몇 십 년이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
- 불황의 해결책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 연극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연극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국민 전체의 정서에 연극을 본다는 개념이 없다. 우리가 2500년의 연극 역사를 갖은 서양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만 머지않아 선진국에 들어간다는 나라에서 연극 관객이 이렇게 없는 것은 있을 수 없다.
2002년, 작년부터 연극을 일반 초·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2002년도에 150개 이상의 학교에서 특별활동이나, 선택과목으로 연극을 배우고 있다. 연극 교육을 돕기 위해 고등학생용 교과서도 만들었다. 2003년에는 중학교용 교과서를 만들 것이다. 초등학교의 연극을 도입한 수업을 위해서 교과서류의 책을 번역 출간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소장으로 있는 교재 연구소를 개소했다.
선진국들처럼 어려서부터 연극이 무엇인지 알고, 연극을 이용한 공부를 하고, 연극을 많이 즐기고, 연극이 재미있고 어떤 의미로든지 삶을 기름지게 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 자라야 한다.
올해는 교육부에서 예산이 안나왔는데, 만약 2004년에 교육부에서 예산이 나오고 정부당국이 움직여서 우리가 애초 생각한 것처럼 유치원을 비롯해서 초, 중, 고등학교에 음악이나, 미술처럼 연극과목이 국민 공통과목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이 어린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마도 '연극이 불황이다'라는 말을 안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유익한 연극을 만들 책임과 의무가 우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