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민, 탄천 슬러지처리시설 가동중단 요구

주민다수 “우린 현대판 생체실험 대상이다”

등록 2003.02.11 14:58수정 2003.02.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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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성중공업에서 설치한 슬러지처리시설 전경

삼성중공업에서 설치한 슬러지처리시설 전경 ⓒ 류철

삼성중공업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슬러지 처리시설이 본격가동한지 2개월만인 작년 12월 23일 가동 중지에 들어갔다. 강남구 일원1동 주민들이 심한 악취로 인한 두통 및 쾌적한 주거 환경 파괴를 들어 민원을 제기, 시설 보완이 완료되기까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2003년 2월7일 현재)

강남구 일원1동 환경대책위원회 위원장 윤한두 목사는 “우리가 실험용 흰쥐가 된 꼴"이며 "주변 열악한 주거환경에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탄천하수처리장 내에서 나는 악취, 쓰레기 소각장 분진, 지역난방공사에서 내뿜는 연기, 하수구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 등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주거환경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다.

a 환경대책위원장 윤한두 목사

환경대책위원장 윤한두 목사 ⓒ 류철

이번 악취로 인한 슬러지 처리시설 가동중단은 일원 1동 주민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게 된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이로인해 지역주민들이 그동안 눌러왔던 주거환경 침해에 대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하게 된다.

슬러지 처리시설과 제일 가깝게 위치한 곳에서 살고 있는 김희순(가명48) 주부는“작년 10월부터 노린내가 진동을 했으며, 마치 개털을 태우는 것처럼 역겨운 냄새로 나를 비롯해 아이들까지 두통과 구토 증세로 병원에 간 적 있다”며 슬러지 처리시설에서 나는 냄새의 심각성을 말한다. 이외에도 10여명이 넘는 주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내용이 슬러지 처리시설이 운영된 이후부터 악취가 심하게 났다는 공통된 의견들이다.

현재 문제가 발생된 강남구 일원1동 주민수는 대략 2만1천명 정도로 일반 주택지와 아파트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주거 밀집지역이라 심각성이 더한 상태다.

주명희(가명53) 주부와 김옥자(가명?52) 주부를 포함한 일원1동 주민 대다수는 현재 “혐오시설을 완전히 폐쇄조치하고 쾌적한 환경권을 보장해 달라”며 시설 개선이 아닌 원초적인 시설 이전 및 폐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a 일원동 주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일원동 주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 류철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들어 주민들은 서울시와 해당 구청(강남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 봤지만 형식적인 답변에 불구해 주민 스스로가 대책위원회를 조직해(올 1월 7일)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슬러지 처리시설에 대한 감시감독을 주민이 직접 실시하고 있다.


탄천하수처리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주민 대다수가 이야기하는 악취의 발원지로 삼성중공업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슬러지 처리시설은 현재 탄천하수처리장 내에 있다.


탄천하수처리장의 김남훈 사장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운영 중단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모르고 있지만 집진 설비의 문제로 현재 가동 중단된 상태로 알고 있으며, 주민들이 심한 악취로 민원을 제기한 사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며 어느 정도 악취 문제 신빙성을 뒷받침 해 주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환경적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현재 슬러지 처리시설이 탄천하수처리장 내에 있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은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르며, 관리책임자의 이름 역시 알지 못한다”는 성의 없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탄천하수처리장의 경우 일일 110만톤의 하수처리 시설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2000년 4월 민간 위탁되어 (주)탄천환경이 직접 운영형태로 올해로 만 3년을 맞고 있다.

처음 시작되었던 2000년 당시 198명에서 올해로 122명으로 20%가량의 인원이 준 반면, 일은 늘어나 직원들의 업무여건은 좋지 않은 형편이다. 또한 방류수의 수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하수처리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아 일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탄천 하수처리장내에 있는 문제의 슬러지 처리시설은 일일 200톤 규모의 시설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직접건조 방식으로 슬러지를 처리한다.

2000년 11월 24일 시작된 공사가 만 2년이 지난 작년 7월에 착공되었으며 총 8십3억77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드려 삼성중공업(대표 김징완)에서 시공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지 2개월만에 시설 보완이라는 미명아래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반면, 서울시에 위치한 중랑, 서남, 난지 3곳의 슬러지 처리시설의 경우 정상 가동중에 있으며 운영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탄천하수처리장 내 슬러지 처리시설 가동 중단으로 인해, 이에 따른 재산적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만 아니라 악취발생으로 인한 주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는 이루말할 수 없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 안방은 하류

그래도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초일류 기업이라는 이미지 마케팅을 하면서 정작, 대한민국 심장부의 서울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미온적이다.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탄천 슬러지 처리시설 현장에 근무하는 책임자와 기자 전화 통화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 슬러지 처리시설 운영에 대해 직접 방문해 취재하고 싶다.
"현재 가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주민 민원이 들어오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막아 시설을 봉하고 가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 시설에 문제가 있어서 가동이 중단되었나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은 이곳(슬러지 처리장) 한곳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탄천 하수처리장 전체에 대해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슬러지 처리시설 내부 설비에서 관의 부품적 하자로 인해 냄새가 새 나갔다. 하지만, 처리 시설 내부에서 냄새가 나오는데, 주민들이 옆에서 시설 담당자의 이야기를 엿듣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해당 직원이 주민들로부터 협박으로 인해 굉장히 어려움을 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강압에 의해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다. 내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 잘 모르겠다."

-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중랑하수처리장 역시 같은 건조 설비인데
"중랑이라든지 타 시설보다는 본사(삼성중공업)의 시설이 가장 우수함을 자부한다."

- 현재 가동 중단된 상태인데 언제쯤 정상 가동될 지?
"현재 검토단계이기 때문에 언제 가동 될지는 잘 모른다. 전화통화 내내 기자의 질문에 대한 시설 책임자의 주 답변은“잘 모르겠다”와 “현장에 없어서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보다 자세한 사항에 대한 기자와의 만남을 업무상 이유로 회피하며 전화를 끊었다. 시설의 우수성만을 내세우며 원천적인 해결에 미온적인 삼성중공업 현장 관리 책임자의 불성실한 답변과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슬러지 처리 설비가 뚜렷한 이유도 모른체 언제쯤 제 가동이 될지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다.

냄새로 인한 하자보수였다

실질적인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 하수계획 이원탄 과장은 “현재 4개(중랑, 서남, 탄천, 난지)하수 슬러지 처리시설은 시험가동이 끝나고, 본격 가동 중에 있으며 탄천의 경우만 시설보수를 위해 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공사(삼성중공업)측에 하자보수를 요구한 상태다. 실질적으로 내부 파이프가 하나 터지면서 발생된 냄새. 터지더라도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는데 대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시 보수하도록 조치(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했다.

이번 탄천 슬러지 처리시설의 경우 서울시가 위탁관리 총 감독을 맡고 있어 위탁업체의 하자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영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수를 완전히 하도록 하고, 보수가 끝난후 가동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고 현재 보수 중에 있다”는 답변이다.

또한, 이 과장은 “시험가동이 끝나고 정상가동이 들어가면서 하자가 났다. 정확하게 작년 12월 달에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상태로 가동은 가능하지만 냄새가 완전하게 제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설을 완전 밀폐시키고 냄새를 완전하게 차단 시켜야만 가동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보완이 많이 들어갈 예정이다. 올 6월까지 보수를 완료하겠다고 시공사 측에서 밝혔는데 그 전에 완료하라고 우리시에서는 요구를 한 상태다”

“냄새를 어느 정도 감당하면서 가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슬러지 처리시설 자체가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드려 설치한 설비인 만큼 대충의 설비 보완은 용납될 수 없다”, 지금 상태로 가동을 하게 되면 민원이 계속되므로 완벽하게 보완되지 않으면 가동을 시키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이다.

또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시설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시설 하자로 밖에 볼 수 없다. 삼성관계자 측의 주장대로 주위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한 하자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민원 쪽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책임회피성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하자를 보수해야 하며 단순 민원 때문이라면 하자를 보수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시설에 명백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현재 보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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