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원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인터뷰] 서정민, 김용민 두 교수에게 듣는다

등록 2003.02.11 15:57수정 2003.02.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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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이하 연신원)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1월 27일 학교본부에 의해 연신원이 기습적으로 철거된 것에 대하여 항의하는 50여명의 교수들이 연신원 터에 천막을 치고 '에코 캠퍼스 살리기 및 연신원 복원'을 위한 농성을 해왔는데, 이에 대해 침묵해오던 신과대학 교수들이 7일부터 '연세 신학관 건립을 위한 기도모임'을 결성하며 기존의 천막으로부터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다른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연신원 문제는 '개발과 보존', '교육환경개선과 생태적 캠퍼스' 등 다양한 패러다임의 대립을 낳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 대학 내의 세력 다툼이나 대립으로 평가절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기습 철거'에 초점을 둬 이 문제를 두고 얽혀 있는 근본적인 사항들이 제대로 조망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기자는 11일 오후 양 천막을 찾아 '연세 신학관 건립을 위한 기도모임'의 대표인 서정민 교수(신학과)와 '연신원 지키기 및 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의 대표인 김용민 교수(독문과)를 만나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해법은 어떠한 방향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만난 순서대로 서정민 교수 - 김용민 교수 순으로 인터뷰를 싣는다.

다음은 서정민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연신원 지키기 및 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측에서 제작한 포스터
'연신원 지키기 및 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측에서 제작한 포스터임명현

- 이 천막은 어떻게 세워진 것인가.
"많은 분들이 우리가 저쪽(연신원 지키기 및 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에 대해 항의하는 표시로 천막을 세운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해다. 우리는 학교 본부에 항의하기 위해 이 천막을 세웠다. 학교 본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신학관 걸립을 약속해왔고 1994년에는 착공식도 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나. 그런데 지금 다시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다. 17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 그래서 나섰다."

- 새 신학관 건립의 필요성은.
"신과대학의 교육 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다. 지금 아펜젤러관(신과대학 건물)은 너무나 낡고 오래 되어 더 이상 연구와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공간이 되어 버렸다. 여름만 되면 지하 화장실에서 풍기는 악취로 코를 막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며, 강의실도 4개로 단과대학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에게도 연구용 책상 하나 지급해주지 못하고 있다. 교수 연구실 역시 매우 비좁으며, 가끔씩 비가 새기도 한다. 연신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백양관(구 상경대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부대학 및 교육개발센터와 점유하는 공간이 겹쳐 연신원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받고 공부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많은 사람들이 환경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 공간에 굳이 3000평이 넘는 신학관을 건립할 필요가 있을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연신원 자리에 신학관을 짓겠다는 학교 당국의 약속은 이미 1994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 6000여평 규모로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으로 착공식까지 마쳤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지금까지 왔고, 그 동안 우리는 새 신학관의 환경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들의 입장을 감안하여 건물의 규모를 계획했던 것의 절반으로 줄였다. 대체 부지에 지으라고 주문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이 제기한 대체 부지를 보면 대부분 학교 측에서 이미 활용 용도를 결정해 놓은 공간이거나 법적으로 건축을 진행할 수 없는 곳들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경기도 일산으로 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웃음)."


- 연신원 보존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신과대학의 교육권을 배제하고 생각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새 신과대학 건물의 건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으나, 그것이 지금의 연신원 터에만 건립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 분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되짚어 보자. 우리 신과대학 교수들과 저 쪽에서 천막 농성하는 교수들 가운데 누가 더 연신원 건물과 터전에 애정을 가지고 있겠는가? 두 말할 필요 없이 우리다. 나만 해도 학부와 대학원 공부를 여기서 했다. 건물의 기둥 하나 하나, 주변의 풀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문과대학 건물에서 창문을 통해 이 곳을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애정에 비해 직접 이 건물에서 생활하고 공부했던 우리가 연신원에 애정을 더 갖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더욱이 인터뷰하는 친구도 느꼈겠지만 수년간 연세에 굉장히 많은 공간적 변화가 있었다. 수많은 숲이 훼손되며 제 2인문관, 광복관(법과대학), 노천극장 등이 만들어졌다. 그때 지금 농성하는 교수님들이 한 일이 무엇인가? 지난 번 공청회때 이런 질문을 했더니 그 쪽 교수분들 중 한 분이 '지금까지 침묵해온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이 일을 계기로 그런 관행을 바꿔나갈 것이다'라고 말하더라. 나는 이런 논리가 제1세계 국가들이 제3세계 국가들에게 강요하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먼저 지구적 차원의 환경 오염 다 시켰으면서 후발 국가의 개발은 막고, 이런 것 말이다."


- 학교 당국에서 이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한밤 기습 철거'라는 수단을 강행했고, 초기 언론의 보도도 이러한 맥락에 집중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는 어떻게 타개해나갈 계획인가?
"우리의 바람은 한 가지뿐이다. 신과대학은 수많은 학부 및 대학원에서 지원자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항상 신학을 연구코자 하는 학생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욕먹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러나 이 문제로 비판을 받더라도, 열정 있는 학생들이 수업 받고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환경적 문제가 개선된다면 우리 신과대학 교수들은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학교 내외의 여론이 좀더 균형적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만큼은 절실하다."

-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환경 친화적인 동시에 인간 친화적인 건물을 짓고자 한다. 이건 개인적인 얘기지만 내가 2급 장애인이다. 그런데 현재의 아펜젤러관(신과대학 건물)을 볼 때 강의실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몰려 있고, 화장실도 지하 1층에 있다. 그런데 내 연구실은 2층이다. 목발에만 의지하여 연구실과 강의실, 화장실을 오가는 것은 내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오죽하면 화장실 가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학교에 나오는 날은 집에서 물도 먹지 않고 나오겠는가. 연신원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는데다 장애인이 생활하기에는 아펜젤러관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구조이다.

이런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들이 아무 불편 없이 연구하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물, 나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환경친화적 건물이라 생각한다. 물론 저 쪽(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에서 생각하는 환경친화적인 맥락도 반영할 것이다. 그러므로 솔직한 바람은 저 쪽 천막에 계신 선생님들이 '생태캠퍼스'패러다임을 위해 하실 수 있는 상징적 역할을 다하셨으니, 이제 '생태적, 환경-인간 친화적 건물의 건립'을 부탁하며 우리에게 이 문제를 맡기고 떠나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교육 환경 개선과 환경 보존이라는 문제가 대립될 때, 여기는 엄연히 교육 기관인 대학이므로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은 김용민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철거되기 이전의 연신원 모습
철거되기 이전의 연신원 모습임명현

- 고생이 많으시다. 농성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나.
"오늘로 4주째에 접어들었다."

- 초기 농성시 조성된 우호적 여론과는 달리, '문과대 교수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의 요지는 연신원이 헐리고 새 신학관이 건립되면 우리 문과대학 교수들의 조망권이 침해되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인데, 답답한 느낌이다. 누가 조망권 침해 막을려고 몇 주 째 여기서 이러고 있겠는가. 지금도 천막을 거의 비워두지 않고 있고, 밤에도 여전히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간이 침대와 침낭을 이용하여 여기서 잠을 자고 있다. 단순히 조망권이 침해된 문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응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신과대학에서는 교육권 차원에서 신학관 건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새 신학관의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꾸 이 문제의 본질을 교육권과 환경권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과대학의 교육받을 권리를 우리가 부정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그러한 대립을 본질로 하고 있지 않다. 진정한 본질은 '개발'과 '보존'패러다임의 대립에 있다.

우리는 2001년 11월부터 이 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학교 본부측에 알려왔다. 신과대학의 새 건물 건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다수 학내 구성원을 중심으로 연신원 터를 보존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내용이었다. 230명의 교수들이 서명도 했다. 그러나 학교 본부측에서는 시종일관 '연신원 터에 새 신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신과대학 측의 편만을 들어 왔다.

신과대학의 그러한 주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학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특정 사안을 두고 대립되는 목소리가 존재하면 학교 본부는 중재자적 위치에서 그 대립을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학내 구성원간의 소통을 차단하면 학내 민주주의의 정립은 요원하다."

- '에코캠퍼스를 위한 모임'측에서 내세운 대안은 '대체 부지에 새 신학관 건립'으로 알고 있다. 학교 본부측에도 이 문제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총장 공관 옆의 공간, 백주년 기념관 옆의 주차장 등 총 5군데의 대체 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우리가 수긍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 이 문제로 양쪽이 입은 상처가 큰 것 같다. 같이 상생하며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연신원 공간의 보존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호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여 이 자리에 새 건물을 지으면 그것이 승리이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 패배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아까도 말했듯이 연신원 문제는 '개발'대 '보존'의 문제이다. 대학 내에서 좋은 환경 속에 교육 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권리의 실행이 반드시 대학 내의 '개발'을 수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난개발이 문제가 되듯이 대학 내부도 마찬가지다. 대체 부지 조성이라는 우리의 안이 조금만 신축적으로 고려된다면 '보존'의 가치와 '교육권'의 가치 모두를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 '연신원 지키자'고 이야기하는 교수들이 이전에 발생한 환경 침해적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해오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지적도 있는데, 앞으로 동일한 성격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문제를 계기로 학내 공간 전체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다. 즉 '생태적 캠퍼스'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학교 당국과 교수, 학생 등 학교 운영의 주체가 모여 학내 환경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코캠퍼스를 위한 위원회' 등의 기관을 구성한다든가... 매번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천막 치고 나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이번 일을 발판으로 삼아 중장기적인 '에코캠퍼스' 모델을 학내 구성원 모두가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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