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가게에서 집어온 로또용지강구섭
혹시 이곳에도 로또에 중독된 사람이 있거나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고 아마 한국에 로또가 들어간지 얼마 안돼어서 그런 일이 생기는거 아니겠냐고,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제법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상점을 나왔습니다.
로또 가게 주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의 상황을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여하든 한국의 현재 상황이 보통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고 작은 로또 용지가 이제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작은 종이 조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에게도 로또는 아니지만 복권과 관련된 작은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 3학년때 활동을 하던 동아리에서 목돈이 좀 필요한 적이 있었습니다. 목돈이라야 사실 백만원 정도 였는데 –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요즘은 하도 억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서 꼭 그렇지도 않은거 같습니다 - 당시의 상황에서 그돈을 마련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궁리를 하다 생각해 낸 것이 500원짜리 즉석 복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이전까지 복권을 사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복권 판매소 앞에서 열심히 복권을 긁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최대한의 경멸의 눈길을 던졌었구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처음으로 복권을 살때 적지 않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무슨 죄 짓는거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후딱 사서 얼른 주머니에 넣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한번 두번 즉석 복권을 샀었는데 가끔 500원에 당첨되기도 했고 드물게 천원에 당첨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5000원에 당첨되어 바꾸러 갔더니 복권판매소 아주머니도 ‚큰게 맞았네’ 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처다보면서 다시 복권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종종 복권을 샀었는데 가장 높은 당첨액은 그 5000원 한번이었고 그 이외에는 좀처럼 천원짜리도 잘 당첨되지 않았습니다.
복권을 긁는 일은 그 이후 얼마 가지 않아 끝났지만 그 작은 경험을 통해 저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한가지 이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즉 사람은 어떤 가능성, 희망 같은 것으로 살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복권이라는 것이 당첨될 확률은 참 희박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 다는 그 가능성 – 어떻게 보면 비판의 소지도 없지는 않지만 – 그것이 의외로 삶에 적지 않은 활력이 되는거 같았습니다.
별로 사는 재미도 없고 삶의 비전도 보이지 않고 그래서 오토바이 폭주를 유일한 낙으로 즐긴다는 가스배달 청년의 이야기를 한참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복권 한장이 정말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아주 잠시 나마 자신의 꿈을 그려볼 수 있는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그렇게 비판만 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 작은 경험 이후로 저에게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는데 길에서 복권을 긁는 사람들을 더 이상 경멸의 눈으로 처다보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