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길 환경 훼손 우려

등록 2003.02.12 16:00수정 2003.02.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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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건설되는 동해선 사업의 환경문제의 실상을 밝힌다.

-문화관광부와 강원도가 동해선 민통선 한가운데 환경훼손 우려가 큰 4만3천평의 대규모 관광단지를 추진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을 확인
-동해선 CIQ(출입국관리소)를 민통선 내로 건설할 계획을 정부합동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 환경평가를 결정적으로 무시
-건교부의 동해선 남북연결도로의 수요예측보고서가 2004년부터 금강산에 스키장과 골프장, 카지노건설, 대규모 위락단지건설 등 온갖 난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을 확인
-환경평가에서 중요한 검토 항목인 소음과 진동에 대한 검토와 고려가 없어 지뢰제거시 발생하는 폭파 및 발파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무방비 상태.


a 환경영향평가 없이 자연환경을 파헤친 현장.

환경영향평가 없이 자연환경을 파헤친 현장. ⓒ 서재철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해 추진 중인 동해선 철도와 도로 및 임시도로 사업이 난개발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4일과 5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일대에서 동해선공동생태조사단의 현장조사가 진행되었다.

이 조사과정에서 동해선 사업 전반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등 접경지역의 자연생태계를 상당히 훼손하는 계획들로 수립된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민통선 내에 계획중인 남북관광교류단지와 CIQ(출입국관리소) 건설 계획이다. 이 두 사업은 모두 민통선내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와 송현리에 계획되어 있다.

남북관광단지 건설사업은 문화관광부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약 4만3천평의 면적에 479억원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박물관, 문화교류관, 철책공원 등 대규모의 건축물과 시설들이 민통선 한가운데에 들어설 예정이다. 각종 관광시설을 민통선 내에 설치하는 심각한 환경훼손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기본계획 수립과 사전 환경성 검토는 2002년에 이미 완료된 상태다. 정부 내에서는 동해선 사업과 연계하여 이미 확정된 내용이다.

a 통일전망대에서 본 환경파괴의 현장, 띠처럼 이어진 것이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도로착공한 현장.

통일전망대에서 본 환경파괴의 현장, 띠처럼 이어진 것이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도로착공한 현장. ⓒ 서재철


아울러 당초 민통선 외곽으로 건설하겠다던 CIQ(출입국관리소)도 민통선 안쪽 지역에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 1월 10일 통일부 주도로 법무부, 농림부, 국방부, 환경부 등의 합동회의 과정에서 정부는 민통선 지역의 생태계와 환경은 뒤로 미룬 채 일방적으로 민통선 내에 설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도 이 자리에 참석했으나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사업에 동의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놓고 철도청이나 환경부는 동해선 공동생태조사단에 가급적이면 민통선 내로 CIQ를 설치하는 것에 동의해 달라고 조르고 있다. 하지만 2월 4일 현장조사에서 다수의 의견이 CIQ는 민통선 외곽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저진검문소 남쪽이 환경적으로 훨씬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남북관광교류단지와 CIQ가 민통선 내에 설치될 경우 전체 접경지역 중에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동해안 일대는 생태환경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환경 압력에 내몰리게 된다. 이로 인해 향후 5년 이내에 회복 불가능한 파괴와 훼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

동해선이 지나가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은 전체 접경지역 중에서도 유일에 가까운 자연생태계를 자랑하고 있다. 온갖 희귀한 생물의 서식지로서 사구와 사빈을 비롯해, 저습지와 염습지 등의 습지와 초지와 평지숲, 농경지와 산림 다양한 형태의 서식처가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는 접경지역 유일의 생태적 공간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곳보다 공간 그 자체로서 보전가치가 높은 곳이다. 그래서 불가피한 사업이 있더라도 환경 친화적인 방법과 훼손영향에 대한 생태복원의 개념에 입각한 개발방식이 선택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광교류단지와 CIQ의 건설은 수 없는 관광객들이 민통선을 찾아와 제 2, 제 3의 추가 개발과 훼손의 손길을 유인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환경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백두대간과 접경지역을 한반도 생태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해선 사업의 난개발 흐름을 통해 확인된 것은 환경부가 민통선을 비롯한 접경지역의 보전과 관리에 대해서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비무장지대의 보전도 민통선이 살아 숨쉬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접경지역 전반의 관리 속에서만이 가능하다. 순수하게 폭이 1km 내외 밖에 안 남은 비무장지대만을 보전한다고 해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통선이라는 완충지역이 함께 연이어 질 때만이 그 빼어난 생태적 가치도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지난 2000년 이후 접경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차 하지 않고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그 구체적인 증거가 문화관광부와 강원도가 2001년부터 추진한 동해선사업지구의 남북관광교류단지에 대한 계획을 접경지역담당과인 자연정책과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환경평가를 담당한 원주지방환경관리청은 덥석 사전환경성 검토를 협의해 주기까지 했다.

a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비무장지대가 열린 모습, 군인들이 철책선 안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비무장지대가 열린 모습, 군인들이 철책선 안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 서재철


동해선 도로 건설도 난개발을 부추기는 전제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건교부가 제출한 남북연결도로 교통수요예측에 보면 금강산을 난개발하는 전제 위에 관광객 중장기 수요예측이 작성되어 있다.

금강산 교통량 수요예측에 보면 2004년부터 금강산에 스키장과 골프장을 비롯해 대규모 위락시설을 확충하고 카지노시설 확충 등의 계획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금강산을 설악산을 비롯한 기존의 난개발 방식으로 개발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파헤치고 훼손하여 관광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본격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임시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10월까지 성급하게 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이런 난개발 계획의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는 귀찮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a CIQ(출입국관리소)를 민통선 내로 할 것인가 외곽으로 뺄 것인가를 두고 정부측 관계자와 공동생태조사단이 민통선 현장 내에서 현장 논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CIQ(출입국관리소)를 민통선 내로 할 것인가 외곽으로 뺄 것인가를 두고 정부측 관계자와 공동생태조사단이 민통선 현장 내에서 현장 논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서재철


동해선 사업의 소음·진동의 경우 가장 영향이 큰 것이 지뢰제거 시에 발생하는 폭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다. 당초 녹색연합은 경의선 때부터 지뢰제거의 방법부터 과정상의 환경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동해선 사업이 시작되고 공동생태조사단이 구성되었을 때 첫 회의 때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이를 회피하고 무시했다.

그리고 공동조사단 내에도 소음과 진동 분야는 전문가가 빠져 있다. 특히 2002년 9월부터 진행된 동해선 임시도로 개설을 위한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 시에도 소음과 진동에 대한 기본적인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지뢰제거 시에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본적으로 무시하면서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 된다.

환경부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사례에서도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이 공사과정의 소음과 진동에 관련된 분야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에서 공사를 하면서 정작 중요한 환경저감대책 영역인 소음과 진동은 기본적인 측정조차 하지 않고 졸속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금강산의 육로관광을 비롯한 남북교류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강산을 설악산처럼 훼손과 파괴로 몸살을 앓는 방식으로 난개발하는 것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동해선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또다시 금강산 난개발 계획을 추진하려고 준비중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2001년 5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설악-금강권 관광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 계획을 버리지 않고 이렇게 동해선 사업에 끼워넣기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a 그대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기존 7번국도를 두고 건교부는 환경파괴가 심각한 신규도로 건설을 고집하고 있다.

그대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기존 7번국도를 두고 건교부는 환경파괴가 심각한 신규도로 건설을 고집하고 있다. ⓒ 서재철


이렇듯 동해선은 사업은 환경대책의 기본인 환경영향평가는 부실하게 검토되며 협의를 하려한다. 반면 동해선과 관련된 정부의 각종 사업은 난개발 계획으로 가득차 있다. 동해선 사업의 기본적인 목적인 금강산육로관광의 보장을 위한 임시도로는 이미 개설되어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반면에 환경적인 검토는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더욱 심각한 환경훼손을 유발하는 사업을 접경지역과 금강산에서 펼치려 하고 있다.

우리가 수없이 목격했던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환경의 파괴와 훼손을 금강산 가는 길에서도 재현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접경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친화적인 남북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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