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강구섭
"통일 10여 년이 지났지만 마음의 장벽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독 사람은 통일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고 동독 사람은 아직도 자신을 이등국민이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동독인들의 마음에 그런 게 많이 쌓여있고 그러한 갈등이 외국인에게 표출되는 거 같다. 서독인도 면대면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내면에 항상 존재한다.
직장에 동독 출신 동료들이 많이 있다. 전에 동독에서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통일되면서 자기가 능력에 맞지 않은 하위직에서 근무하면서 물론 실업자보다는 낫지만 불만이 많이 누적되어 있다.(부인 정정희 여사)
통일이 되고 물리적인 담은 없어졌지만 내면에 흐르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여전히 있다. 전에 살던 곳 근처에 장벽이 있었다. 보리밭도 있고 가끔 아이들과 산책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게 무너질 것을 상상도 못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게 없어졌다.
그것이 사라졌지만 모든 문제가 사라지고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음의 논리를 많이 개발하는 게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 접촉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자로서 남북학자들의 만남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사회통합, 주민통합의 측면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이제 시작이고 한 세대가 지나야 하지 않겠는가. 젊은 세대의 경우 가정에서의 부모를 통한 사회화의 영향이 있겠지만 한 세대가 지나야 하지 않겠나 싶다. 경제적인 것도 경제적인 것대로 여전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의 경우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 같기는 하다. 통일 후 동서독 지역 학생들이 많이 상대방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뮌스터에서 나도 그런 학생들을 많이 경험했다. 그런데 항상 그들 안에 무엇인가 그 안에 남아 있었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 초빙교수로 와서 처음 느낀 것이 학생들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규율이 있었고 선생에 대한 예우도 달랐고 서독 학생하고는 많이 달랐다. 앞으로 점점 비슷해 지지 않겠는가 싶다. 동독 학생중에는 아무래도 서독보다 동독에서 공부하려는 사람도 많이 있는거 같다. 일단 거기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낀다는게 중요한 이유인 거 같다.
우리의 경우 전쟁 경험이 있고 많은 시간이 분단 속에서 흘렀다. 빨리 다층적인 대화와 접촉을 통해 관점을 바꾸어 보지 않고 갑자기 통일이 되어서는 싸움만 하고 더 많은 갈등이 생길 것이다. "
-통일은 결과가 아닌 진행형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렇다면 남북한의 통일도 이미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는가.
"지금의 남북한의 관계, 상황도 하나의 통일의 커다란 흐름의 과정이다. 어떤 결정된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둘이 하나되는 것만 통일이라고 한다면 통일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만나는 그 자체,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 그런 것들이 갈라진 것을 하나로 합하는 과정이라면 조금 문제가 있어도 통일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둘이 합친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할 때 그것이 우리 논리의 한계다. 더 이상 1 더하기 1은 2라는 사고로는 곤란하다. 그 하나 안에 숨어 있는 다른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직은 우리의 사고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지금은 하나의 초석을 내딛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통일을 남북이 딱 하나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네 가지로 보았으면 좋겠다. 남이 크고 북이 작은 것도 있고 거꾸로 북이 크고 남이 작은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히 하나가 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서로가 걸려있는 모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두 원이 걸려 있는 때라고 본다."
-독일은 민족 문제이자 국제문제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