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감리제도는 건교부 ‘전관예우용'

[주장]건교부출신 퇴직공무원들을 특별 우대해 주는 현행 ‘건설감리제도’

등록 2003.02.16 16:59수정 2003.02.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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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목시공기술사이고 경력 23년차로서 대기업의 시공사 출신인 서모(53세)씨는 토목감리업체에 취직을 하려다가 취직은커녕 분노를 느꼈다. 현행 ‘토목감리제도’상 감리회사로의 진출은, 건교부 출신 퇴직공무원들만 가능하고, 건설회사 출신들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씨는 “건교부가 만들어 놓은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을 보니, 건교부출신 퇴직공무원들만 높은 점수를 받게끔 만들어 놓은 관계로, 시공사 출신들은 설 땅조차 없었다” 며 “대기업 시공사에서 30년 이상을 시공만 하고, 국제적으로도 알아주는 베테랑 기술사가 그래, 공사연락관 등 공사지원 업무만을 주로 취급하던 건교부 출신 퇴직공무원들 보다도, 공사감리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냐”며 개탄했다.

이처럼 토목공사의 경우, 현행 건설감리제도상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이, 건교부출신(소속기관 포함) 퇴직공무원들에게만 경력을 100% 인정해 주고, 시공사 출신들에게는 경력을 60~80% 정도만 인정을 해주는 바람에, 시공사 출신들은 물론이고 자치단체(광역 제외) 토목직공무원 출신들까지도, 감리회사로의 진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교부 출신을 특별 우대하는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과 더불어, 기술자격 보유여부와는 관계없이, 오직 경력만을 인정하는 ‘참여감리원의 평가기준’도 기술자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자들을 설 땅조차 없게 만든다는 건설감리제도, 무엇이 문제인지 집중취재 했다.

'건설감리제도’의 실태

‘건설감리제도’의 법적근거가 되고 있는 ‘건설기술관리법’은, 1987년도에 발생한 독립기념관 화재사건을 계기로 제정공포(1987년 10월 24일)가 되었다. 대규모 공공공사에 대한 감리를 공무원 감독 대신, 민간책임감리로 돌린 것은 지난 1993년, 신행주대교 및 남해창선대교 붕괴사고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건설기술관리법을 1차 개정하면서부터다.

현행 ‘건설감리제도’의 골격이 완성된 것은 지난 1995년. 1994년 10월 24일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건설기술관리법을 2차 개정하면서부터다.


현재 감리전문회사가 감리용역 업무를 수주하려면, 공사금액 100억 원 이상인 건설공사의 경우, 감리업체가 감리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인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PreQualification)에 통과를 하고, PQ점수가 경쟁업체보다 높게 나와야 낙찰을 받을 수가 있다.

이러한 PQ제도의 시행으로 건교부에서는, ‘감리전문회사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고시 제2001-360호, 2001. 12. 31)’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동 기준 제4조가, 발주청도 평가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함에 따라, 건교부 소속기관인 발주청들이 개별적으로 ‘감리전문회사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을 만들어서 감리회사 선정에 적용을 시키고 있다.


동 평가기준에 의거 감리회사 선정은, 참여감리원과 감리회사를 평가하여 점수가 가장 높은 회사를 낙찰자로 결정을 한다. 참여감리원의 평가는, 감리원 3인을 자격증 보유와는 관계없이, 오직 경력만으로 평가를 하는데, 경력도, 인정율을 적용한 해당분야 경력과 직무분야 경력을 점수로 환산하여 평가한다. 감리회사 평가는, 유사용역 수행실적, 신용도, 기술개발 및 투자실적 등을 점수로 환산하여 평가한다.

그러나 동 평가기준에 있는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이, 건교부출신(소속기관 포함) 퇴직공무원들은 경력을 100%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반면에, 시공사 출신이나 자치단체(광역이하) 기술직공무원 출신들은 60~80% 정도만 인정을 받도록 교묘하게 만들어 놓은 관계로, 기술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기술자들의 감리회사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

현행 ‘건설감리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이면에는 무엇보다 형평성을 잃은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기술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례로 대전지방 국토관리청(건교부 소속기관)에서 만든 ‘인정율 기준’을 살펴보면, 건교부나 광역자치단체가 시행한 도로공사의 경우, ‘발주청의 공사감독 관련업무 또는 관리자업무, 상주감리업무, 건설사업관리업무(CM)’를 수행했던 사람에게만, 그 경력을 100% 인정해 주고 있다. 즉 ‘발주청의 공사감독 관련업무 또는 관리자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인 건교부 출신에게만, 그 경력을 100%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반면, 시공사 출신들은 상주감리나 건설사업관리(CM) 경력이 있어야만, 그 경력을 100%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주감리제도(95년도 도입), 건설사업관리제도는, 우리나라에 도입이 된지가 몇 년밖에 되지 않는 관계로, 경력 많은 동 업무 경력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다시 말하면, 건교부출신과 기술자들 간의 공정한 경쟁은, 이러한 제도적 모순 때문에 애당초 불가능하였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똑같은 공사의 설계, 시공에 참여를 하였던 기술자들에게도, 그 경력을 80% 밖에 인정을 안하고 있다. 또한 도로공사 이외의 토목분야 경력도 60% 밖에 인정을 안 하고 있다. 도로공사 이외에 다른 공사의 경우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인연대(www.engforum.or.kr)의 회원인 손모(45)씨는 “건교부의 ‘경력 인정율 제도’로 설계사나 시공사 출신들은 경력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감리회사로의 진출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며 “기술사조차 연봉이 3000만원대 밖에 안 되는데, 건교부 출신들은 보통 7000만 원 이상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국가기술자격자를 천대하는 ‘참여감리원의 평가기준’

현행 참여감리원에 대한 PQ점수 산정은, 자격증 보유여부와는 관계없이 오직 경력만으로 평가를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기술자격자인 기술사나 기사도 무자격자인 인정기술자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기술자격보유에 따른 가점제도가 없기 때문에, 건교부출신 퇴직공무원들만 더더욱 유리해 졌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지적이다.

PQ점수 산정 시, 인정기술자(기술자격증이 없는 사람들)도 1주~2주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0.5~1점 정도의 가점을 준다. 그런데 기술사나 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자에게는 전혀 가점을 안 준다. 이는 이공계의 꽃, 이공계의 변호사로 불리는 기술사가, 단 1~2주만을 교육받은 인정기술자보다 못하다는 뜻이 된다. 참으로 넌센스인 것이다.

그리고 정부나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상장을 받은 사람에게 0.5~1.5점까지 점수를 주는, ‘상훈가점제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교부출신 퇴직공무원들은, 상장이 1~2개씩은 다 있어서 상훈가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기술자들은 상장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상훈가점제도’도, 건교부출신 퇴직공무원들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 기술자들의 지적이다.

건설업체에 근무를 하고 있는 기술사 유모(42)씨는 “검증 받지도 않은 인정기술자가, 단 2주 만 교육을 받아도 가점을 1점씩이나 주면서, 기술계의 최고봉이라는 기술사에게는 가점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가점제도를 진정으로 기술능력 평가를 위해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특정인들을 위해서 만든 것인지 헷갈린다”고 꼬집었다.

경력위주 평가를 ‘자격위주 평가’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

기술자들은 현재의 ‘건설감리제도 문제’는 건교부출신을 특별 우대하는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과 오직 경력만을 인정하는 ‘참여감리원의 평가기준’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고 지적을 한다.

따라서 ‘건설감리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을, 아예 폐지를 하든지 아니면 경력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자면, 토목분야 경력이면 공종에 관계없이 그 경력을 100% 다 인정을 해주어야 공정한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감리원의 평가기준’도 경력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자격위주 평가’로 전환을 하자는 것이 기술자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경력점수는 아예 폐지를 하거나 대폭축소를 시키고,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등 기술자격 보유자에게 차등적으로 자격점수를 주자는 뜻이다. 이렇게 ‘기술능력위주’로 전환을 해야, 부실공사 등 각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지적이다.

기술인연대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기술자들은 도로공사면 도로공사, 터널공사면 터널공사, 이런 식으로 한 가지 공종만을 수행하는 아니라, 회사사정에 의해서 교량공사, 항만공사 등 여러 가지 공사를 수행하게 되므로, 공무원들처럼 순수하게 도로공사 경력만 20년 이상이 나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건교부가 왜 단일공종의 경력만을 경력으로 인정하고, 다른 공종의 경력은 경력으로 인정을 안 하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모(38) 기술사는 “복요리조리사도 피에 독성이 있다하여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마당에, 이 나라의 사회간접시설 확충을 위한 SOC(사회간접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 공사를, 경력서류 몇 장으로 인정을 받은 인정기술자들에게 공사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며 “건교부는 기술자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기술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경력우대정책’에서 벗어나 ‘능력우대정책’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손방현 기자는 기술사 출신으로 현재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술인연대' 대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손방현 기자는 기술사 출신으로 현재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술인연대' 대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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