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과제는 언론개혁"

<인수위 브리핑> 기고문

등록 2003.02.17 15:15수정 2003.02.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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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첫 과제가 언론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인수위 브리핑>에 실려 주목된다.

"새 정부의 첫 과제는 언론개혁" 언론인 정경희씨
"새 정부의 첫 과제는 언론개혁" 언론인 정경희씨오마이뉴스 자료사진
17일 발행된 <인수위 브리핑> 35호는 연속기획 '새 정부에 바란다' 다섯 번째 순서로 언론인 정경희씨의 기고문을 실었다. 제목은 '언론개혁이 급한 까닭'.

정씨는 기고문에서 "3개 과점신문이 70% 내지 75%를 지배하는 이 끔찍스런 현실을 놔두고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첫 과제는 언론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나라에는 개혁에 반대하는 근거로 '시장의 자율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독과점이야말로 '시장의 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3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45%를 넘으면 과점으로 규정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언론개혁의 핵심으로 (1)신문시장의 과점완화 내지 타파 (2)과점신문의 내부지배구조 민주화를 꼽았다.

<인수위 브리핑> 어떻게 되나
새 청와대 박종문 국정홍보비서관이 계승

대선 기간의 <노무현 브리핑>을 이어받아 인수위 활동 기간 내내 기자들을 괴롭혀왔던 <인수위 브리핑>은 어떻게 될까. 일단 이번주 금요일(21일) 39호를 마지막으로 페이지를 덮는다.

'기자들을 괴롭혀왔던' 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인수위 브리핑>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대 언론 감시'였기 때문이다. 인수위 활동기간 잘못된 보도가 나가면 <인수위 브리핑>은 공개적으로 적시해 여기저기에 뿌렸다. 그 수위도 지금까지 없던 과감한 표현으로. 때문에 기자들에게 <인수위 브리핑>은 어쩔 수 없이 껄끄러운 존재였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보를 지적하는 <인수위 브리핑>이었지만 여기에도 몇차례 오보는 있었다. 당장 17일자(35호) 1면 청와대 비서관 인선 기사에도 31명이 확정됐는데 32명으로 한명을 더 발표해 뒤늦게 정정 발표를 했다. 지난 12일자(31호) 2면에는 11일자에 대한 정정보도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 언론 감시' 기능은 새 청와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청와대 브리핑>이라는 이름이 유력하지만 변경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무는 홍보수석실의 박종문 국정홍보비서관이 담당한다.

박씨는 연합뉴스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브리핑>의 편집인을 맡아 실무를 챙겼고, 인수위에서는 국민참여센타 부본부장으로 일했다. 박씨는 "내용 면에서 대통령의 국정활동과 청와대의 정무와 정책 활동이 주가 될 것"이라며 "대 언론 감시 기능도 물론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브리핑> 핵심 관계자는 "당선자가 '너무 저널화 하는 것 아니냐', '제목이 밋밋한 거 아니냐'고 지적하는 등 관심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 이병한 기자
정씨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거대한 수구 권력카르텔은 얼핏 보기에 숨을 죽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나라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는 신문의 존재양식에는 변한 게 없다"면서 "언론을 개혁해서 민주체제에 걸맞는 사회적 공기로 만들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부 역시 김대중 정부 5년의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노무현 후보의 대선 승리를 4·19, 5·18, 6월 항쟁과 맥이 닿는 정치적 혁명으로 규정하고 "세상에서는 이 '혁명'이 전통적 매체에 대한 뉴미디어 인터넷의 혁명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시각에 회의적"이라며 "과점신문들은 여전히 여론을 대표하는 강력한 권력으로 행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국일보에서 35년간 일하다 정년퇴직한 원로 언론인으로서 퇴직 후에도 <미디어오늘>과 <한겨레>에 칼럼을 통해 언론개혁을 설파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은 정씨의 칼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으나 법원은 지난 6일 기각했다.

<인수위 브리핑>의 '새 정부에 바란다'는 각계 저명인사에게 청탁한 글을 싣는 코너로서 지금까지 지명관 한림대 명예교수(취임사 준비위원장), 최장집 고려대 교수, 강만길 상지대 총장, 김주영 소설가 등이 기고했다.


<인수위 브리핑> 관계자는 "청탁할 때 어떤 주제를 특정하지는 않고 자유롭게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부탁한다"면서 "글의 내용과 우리의 생각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수위 브리핑>에 실린 정씨의 기고문 전문이다.

언론개혁이 급한 까닭
- 일부신문 과점 상태에서 민주주의 기대 어려워


김대중 대통령 정부 5년 동안의 정치는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과 여론의 과점지배자인 과점신문들이 한 몸이 돼서 구성한 거대 권력카르텔이 지배해 왔다. 김대중 정부는 이 거대 권력카르텔에 포위된 정치적 포로와도 같았다.

이 권력카르텔은 여론을 지배함으로써 막강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 뜻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한나라당의 패배이자, 동시에 과점신문들의 패배였다. 그것은 4·19나 5·18, 또는 6월 항쟁과 맥이 닿는 정치적 혁명이었다.

세상에서는 이 '혁명'이 전통적 매체에 대한 뉴미디어 인터넷의 혁명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필자는 이라한 시각에 회의적이다. 과점신문들은 여전히 여론을 대표하는 강력한 권력으로 행세하고 있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신문이라는 매체는 황제처럼 군림하는 오너에 의해 '사기(私器)'로서 운영되고 있다.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언론계에서 번졌던 편집권 독립 캠페인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캠페인은 신문이 군사독재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원인이 '오너지배'에 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 합의를 본 편집국장 복수추천제나 편집국장 임명 동의제는 흐지부지 빛을 잃고 말았다. 그 결과가 최근 5년 동안 특정정당과 과점신문의 거대 권력카르텔 형성으로 나타났다.

이제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거대한 수구 권력카르텔은 얼핏 보기에 숨을 죽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나라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는 신문의 존재양식에는 변한 게 없다. 이러한 언론을 개혁해서 민주체제에 걸맞는 사회적 공기로 만들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부 역시 김대중 정부 5년의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두가지다. 신문시장의 과점완화 내지 타파, 그리고 과점신문의 내부지배구조 민주화가 그것이다.

신문시장의 과점완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과점타파를 위해 과점신문의 무가지(無價紙) 살포와 경품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것이다. 또 군소신문의 공동배달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빈사상태인 지방언론이 합리적 경영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난립해 있는 신문의 자발적 합병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과점신문의 내부지배구조 민주화를 위해 지배주주 지분제한과 종업원지주조합을 의무화해야할 것이다. '지분제한'을 이미 은행과 통신업을 규제하는 입법의 선례가 있다.

이 나라에는 개혁에 반대하는 근거로 '시장의 효율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독과점이야말로 '시장의 적'이다. 필자는 3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45%를 넘으면 과점으로 규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3개 과점신문이 70% 내지 75%를 지배하는 이 끔찍스런 현실을 놔두고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첫 과제는 언론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 정경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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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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