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방화는 사회병리현상의 폭발

[주장] 상황덮기식의 해결은 이제 그만

등록 2003.02.19 14:30수정 2003.02.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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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는 분명 인재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지하철의 화재 무방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 있다. 금번 사건은 테러가 아니다. 역무원의 불성실도 아니다. 승객들의 잘못도 아니다. 세계의 어느 지하철도 화재예방을 위한 완벽한 대책은 되어 있지 않다. 물론 앞으로 지하철 화재 예방을 위한 여러 차원의 보조적인 방안은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금번 사건은 지난 많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의 여러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병리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냉정하게 사건의 원인을 되짚어보자. 불을 지른 김씨는 지체장애자에 정신병증을 지니고 있다. 그가 왜 정신병증을 지니게 되었으며,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탓도 있겠지만 급속한 근대화의 후유증인 개인에 대한 사회보장책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뇌졸중-실업-장애-빈곤-개인의 정체감 상실-사회 원망-정신적 공황-지하철 방화로 연결된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의 폭발에 다름 아니다.

현 시점에서 김씨를 어찌할 것인가. 아마도 방법이 없을 것이다. 대구지하철의 보험액수를 보라. 10억이라니... 지하철 사고 나면 대형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말인가?

앞으로 제2, 제3의 김씨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본주의와 경제적 불평등과 기회의 불공정과 실업, 시장경제적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갈 곳이 한국사회에는 없다. 그들에게 나누어줄 빵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그럼 그들이 배고프고, 아프며, 속된 말로 돌아버리면 어찌할 것인가. 오늘의 한국 사회는 그 대책이 형편없이 미흡하기 때문에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우발적인 사건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어찌 대구지하철 참사만 있을 것인가. 살인, 강도, 방화, 납치 등의 사건사고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가정도 속출할는지 모른다. 그들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정신적 공황을 달래주고, 치료해 줄 기관이 이 나라에 있는가?

근대화 과정에서,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과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다. 1980년 이래 발생하는 여러 사회 사건들을 보라. 바로 대변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혼율 세계2위의 나라에서 앞으로 또 발생할 사건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청소년 문제, 사회부적응자 문제, 여성 문제, 고아 문제, 정신지체자 문제, 마약 문제, 성범죄, 안전 문제 등등.


이런 제반 사회병리현상을 재촉하고 있는 현행의 사회구조와 복지정책에는 해결책이 없다. 강요된 사회구조에 생존경쟁의 시달림 속에서 한국인은 스스로를 죽여가고 남까지 죽여가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개인, 안정된 사회, 부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운 인식으로 우리의 사회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생존의 날을 세우지 않고도 서로에게 웃으면서 생존할 수 있는 철학과 정책과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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