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16

등록 2003.02.19 17:25수정 2003.02.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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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뜨려면 늦은 새벽이라 사방은 어두웠다. 주몽이 탄 말은 제대로 먹이를 먹고 쉰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았음에도 준마답게 힘차게 내달리고 있었다. 정신 없이 예주낭자의 집 앞까지 당도한 주몽은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예주낭자를 불렀다.

"거 신 새벽부터 웬 놈이냐!"


한참 뒤에야 하인 하나가 문틈으로 짜증난다는 투로 응답해 왔다.

"빨리 주몽이 왔다고 예주낭자에게 전해주게."

"별 미친놈 다 봤구먼."

하인이 알겠다는 말도 없이 들어가 버리자 주몽은 더욱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예주를 불렀다. 문이 열리면서 하인들과 예주의 아버지가 나왔다.

"네가 바로 요즘 우리 딸을 꾀어 밖으로 나다닌다는 주몽이로구나!"


"늦었지만 인사드리옵니다."

주몽이 황급히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었지만 예주의 아버지는 인사조차 받지 않았다.


"그래, 이 새벽에 무슨 일로 내 딸을 찾느냐? 밤늦게 까지 어울려 돌아다니더니 아직도 볼일이 남았느냐?"

주몽은 속으로 황급한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너무 소란을 떨었던 것이 후회되었다. 어떻게든 몰래 들어가 예주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나았을 것이었다.

"이놈을 당장 포박해라!"

뜻하지 않은 예주 아버지의 말에 주몽은 적잖이 당황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이놈을 당장 포박하라 하지 않았느냐! 어차피 날이 밝으면 역적으로 잡힐 몸이다. 일찌감치 사로잡아 두는 것이 좋으리라."

일인즉 대소와 저여가 이미 몇몇 귀족들에게 주몽과 오이에 대한 얘기를 미리 전했으며 그로 인해 예주의 아버지도 이를 전해 들었던 것이었다. 주몽은 잡히지 않기 위해 달려드는 이들을 밀어내고 말에 올랐다. 주몽이 탄 말은 크게 앞발을 쳐들더니 사람들을 훌쩍 뛰어넘어 내달렸다.

"비썩 마른 말이 날래기도 하구나!"

예주의 아버지는 아쉽다는 듯이 도망가는 주몽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저여에게 이 일을 알려야만 했다.

주몽은 달리는 말에 몸을 싣고 무거운 마음을 달래며 반드시 예주를 다시 데리러 올 것이라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주몽은 예주를 남겨두고 너무나 어이없이 몸을 빼어 달아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니 기가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오이의 집에 도착한 주몽은 잠시 쉴 짬도 없이 이미 떠날 차비가 되어 있는 오이, 마리, 협부와 그들을 따르는 몇몇 하호, 하인들과 함께 길을 나서야 했다.

"일단 남쪽으로 가는 편이 좋겠소."

주몽의 말에 오이 일행은 이르다 그르다 할 것도 없이 따랐다. 동부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면 남쪽이 더욱 확실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몽과 오이가 이미 눈치를 채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안 대소와 저여는 추격병을 보내는 한편 입궁하여 금와왕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뭐라! 그들이 도망갔다고! 어찌하여 눈치를 챘단 말인가?"

대소가 앞으로 나서 말했다.

"어서 저들을 쫓아가 잡아들이지 않으면 후일 나라에 큰 화근이 될 것이옵니다."

이때 유화부인이 금와왕의 곁으로 다가가 꿇어앉으며 고했다.

"폐하, 주몽이 비록 철모르는 짓을 했다고 하나 어미인 제가 이곳에 있는 한 허튼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곳에서 분란을 일으킨다면 차라리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있는 것도 나라를 위해 득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굳이 벌하시려거든 자식을 못 다스린 저를 벌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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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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