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진 밥상류종수
자취생활 5년 동안 콩나물 무침은 한 번도 도전한 적이 없어 잠시 요리 구상을 했다. '무엇이 들어가야 할까?' 일찍이 먹어본 콩나물 무침의 맛과 부엌에 있는 양념들을 매치시켜 보았다. 고춧가루, 소금, 참기름, 파, 다진 마늘을 데친 콩나물과 버무려 머리 속으로 맛의 향연을 벌려보니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았다. 이제는 일사천리 요리하는 것만 남았다.
먼저 컴퓨터를 켜고 윈엠프를 틀었다. Van morrison의 'Have I Told You Lately'가 조용한 오전을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어제 남겨둔 설거지를 마치고 쌀을 씻어 안쳐 놓았다. 가스렌지가 한 쪽밖에 되지 않는 관계로 먼저 콩나물을 데치기로 했다.
콩나물이 한창 끓을 때쯤 파를 썰어 넣고 적당히 익힌 다음 머리 속 구상처럼 양념들과 대충 버무렸다. 어라! 모양이 좀 나는 것이었다. 맛도 괜찮았다. 흐뭇한 마음으로 오뎅탕을 시작했다. 콩나물 끓인 물에다 오뎅을 넣은 다음 싱크대 밑에서 노랗게 싹을 틔우며 상해가던 양파를 다듬었다. 속살의 반은 버려야했다. 그래도 양파 한 다발을 사서 오늘로 다 먹게 되니 이것 또한 흐뭇했다. 함께 포장되어 있던 간장과 양파, 다진 마늘을 넣고 좀 더 끓였다. 보글보글. 맛있는 냄새가 내 위장을 벌렁거리게 했다.
시답잖은 말들과 마음
드디어 모든 요리가 준비됐다. 취사만 되는 밥통은 증기를 뿜어내며 열심히 달리다 좀 전에 '취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서 뜸들이기에 들어갔다. 밥상을 차리며 소주도 함께 깠다. 오뎅탕에 소주라는데 낮이 따로 있을 순 없었다. 오늘 첫 끼니 밥상차림은 이랬다. 양은 냄비에 버무려진 콩나물무침, 양반 김, 무말랭이, 콩볶음, 밥 그리고 오뎅탕과 소주 한 잔.
음악을 끄고 TV를 틀었다. 고건 총리의 인사청문회가 실시중이었다. 연일 대구지하철참사로 우울하게 하던 방송이 이번엔 총리 되겠다고 나서는 별 시답지 못한 사람과 이를 검증하겠다는 별 시답지 못한 의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펼치는 것을 보여준다. 에이~ 입맛 쓰려서 소주 한 잔 했다. '뒷북들 치고 앉자 있네. 커억...'
시간이 시간인 관계로 '알큰하게(알딸딸+얼큰하게)' 식사를 마치고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이 놈의 학교는 졸업생이 왜 가나 싶다. 딱히 갈 때가 있어야지. 취업? 해야지. 마음처럼 쉽지 않더군 그 놈의 취업이라는 것(웬 오만). 요즘은 성공가이드 책이나, 처세술에 관련된 책, 철학 책, 여성심리에 관한 책 등을 읽고 있다. 절박함을 넘어 이젠 호사스런 여유마저 부리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보라.
나 참. 그래도 이런 시답잖은 글도 나에겐 훈련이다 싶어 위안을 삼는다. 정말이지 읽는 책처럼만 살아간다면 돈, 여자, 명예는 따 논 당상 같은데 언제나 이 놈의 마음이 문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는데 나 자신 하나 가지런히 하지 못하고 어찌 세상을 탓하리요.
오늘만은, 오늘만은 하고 다짐을 해보지만 하루하루 변명만 늘어간다. 졸업식 때 올라오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 아~ 이젠 정말 그리고 다시 뜨겁게 살고 싶은데...
에잇! 책이나 마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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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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