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소설 속에서 항우가 미화되는 반면에, 유방은 자주 비하 된다. 그는 얼치기 소인배로 묘사되고, 하늘의 운이 닿아 다른 사람의 힘에 의해 저절로 신분이 상승되는 것처럼 묘사된다. 유방은 겁쟁이고, 비겁하다. 하지만 유방은 솔직하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을 알고 있다.
유방의 장점은 그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편이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귀가 얇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결국 항우와 유방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유방은 신화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의견과 재주를 높이 평가했다.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장점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에서도 이러한 리더를 만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유방의 리더십은 현대적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천하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천하를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임무를 맡기고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대적인 리더십이 아닐까. 거기에 신하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까지 더해서.
영웅은 없다. 좋은 리더십만 있을 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웅도 인간이다. 그리고 사실 그저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보다 보다 높은 이상과 강한 의지력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완전한 인간의 전형으로서의 영웅은 없고, 좋은 리더십만 있을 뿐이다. 결국 영웅이라는 칭호는 좋은 리더십의 훈장일 뿐이다. 그리고 강하게, 혹은 약하게 할지라도 원활한 의사소통과 신뢰만이 그 리더십의 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항우와 유방 -상
시바 료타로 지음,
일각서림,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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