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기획
지난 2월 10일 가수 윤도현씨와 함께 성공회대학교에 다녀왔다. 올 3월부터 이 학교 신입생이 되는 그는 수강신청 등 앞으로 학교생활을 상의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고, 나는 그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던 터라 동행을 자처했던 것이었다.
학교에 도착한 뒤 매니저와 함께 스케줄을 조정하고 담당교수와 함께 선택, 필수 강의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면서 첫 학기 강의시간표를 짜는 그는 듣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영락없는 새내기였다.
학교 연구실을 나오면서 내친김에 동아리까지 가입하자며 교내 ㄺ밴드 연습실로 쳐들어가(?) 때마침 그의 곡을 연습하는 나이 어린 선배들을 놀라게 하지 않나, 우격다짐으로 오디션을 보고 가입을 결정해 버리질 않나, 급한 성격 하나는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주변에 성격 급한 사람들이 있으면 알겠지만 사실 이런 사람들은 화도 잘 내고, 곧바로 후회하기도 한다. 또 마음도 여려 주변 사람들이 난감해질 때가 종종 있다.
"이거 바보 아냐?"라고 여겨질 정도로 단순·고지식한 윤도현
지난 연말 대선과정에서 개그맨 심현섭씨의 무책임한 말에 대해 분노하던 그가 며칠만에 소송만은 피하고 싶다거나 개인적으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이에 주변에서는 일반인도 아닌 사람이 이런 일로 이미지가 나빠지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사실무근인 게 확실한데 좀더 세게 밀어붙여야지 않느냐고 부추겼지만,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라면서 '나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빤히 쳐다보는 그는 '이거 바보 아냐'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단순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급하면서 단순하고 고지식하기까지 하며 여하튼 이모저모로 참 안타까운(?) 사람이다.
10억대 CF 이야기나, '오 필승코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들, 잦아진 방송활동과 관련된 이런저런 말들은 그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그럴 때마다 흥분하고 분노하고 이내 이해해버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년 된 그의 음악 이력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는 라이브 공연을 중심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고, 폭발적인 인기는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몇몇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었으며. 늘어나는 음반판매량, 점점 많아지는 관객들로 매년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다.
솔직히 필자는 오히려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윤도현씨가 좀더 천천히 그리고 완만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고 특혜니 수혜니 하는 비아냥거림과 남의 노래를 강요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필자는 적어도 윤도현씨가 인기에 대한 욕심이나 불안보다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월드컵기간 중 어느 날 갑자기 광장에 중심에 서게 된 그가 획기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예정된 결혼식을 올리고 한갓지게 신혼여행을 가버린 사건(?) 때문이었다.
월드컵때 뜬 '윤 밴', 한갓지게 신혼여행을 가버린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