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장병이 지하철 방화 막아

노숙자 손모씨 홧김에 불, 제지후 경찰에 인계

등록 2003.02.25 17:11수정 2003.02.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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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지하철 방화사고를 막은 군 장병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육군전진부대 소속 윤영진(22), 최정환(21) 일병.

이 두 장병은 지난 24일, 14박 15일의 정기휴가 받아 서울역에 도착 후, 수원방면으로 향하는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열차가 남영역에 정차후 용산역으로 출발할 무렵인 낮 12시40분께, 갑자기 같은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 손모(49)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범칙금 스티커에 1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손씨가 불을 붙이자 객차에 있던 승객들은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린 듯 "불을 꺼야 한다"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이를 발견한 윤영진, 최정환 일병이 재빨리 손씨를 제지, 발로 불을 끈 후 차장 김상우(34)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어 두 장병은 열차가 다음 역인 용산역에 도착하자 미리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던 용산역 역무원들에게 손씨를 인계해 경찰에 넘겼다.

당시 객차에는 50여명의 시민이 타고 있었으나, 두 장병의 신속한 제지로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노숙자인 손씨는 이날 새벽 서울역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 순찰중이던 경찰로부터 범침금 스티커를 발부받자 이에 불만을 품고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손씨는 경찰에서 "대구 지하철 방화를 모방한 것은 아니고 단지 홧김에 불을 질렀을 뿐"이라고 말했으며, 경찰은 손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후 방화미수혐의 처벌여부를 결정한 방침이다.


이날 사고를 막은 육군전진부대 소속 윤영진, 최영환 일병은 부대 내에서도 평소 모범적이기로 소문난 병사로, 이들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군인의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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