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글 | <성명서> 핵폐기장 건설 추진하는 새 정부 역시 우리의 희망이 아니다
오직 국민에게만 빚을 졌다는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바로 오늘이다. 북핵 문제,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 대복 송금 등으로 국내외 상황이 어둡고 대구 지하철 참사로 전국이 슬픔과 충격에 빠진 터이긴 하지만, 개혁적이고 소박한 새 대통령의 등장에 희망을 품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첫 마음을 지켜서, 떠날 때 박수를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참여정부'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개혁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환경담당 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전북의 표를 의식해 노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에 대해 입장을 바꾸었으며 주요 국정 과제에 환경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인 핵폐기장 문제에 대해 인수위와 노 당선자는 침묵한 채로, 김대중 정부의 말기에 산업자원부의 핵폐기장 후보지 발표를 일절 손대지 않고 있었다. 뜨거운 감자인 핵폐기장 문제를 검토도 하지 않고 입장도 내지 않은 채, 단지 곧 바뀔 정부와 장관의 책임인 상태에서 이 문제가 넘어가기를 바라는 태도였던 것이다.
생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핵폐기장 건설은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없이 강행되는 비상식적인 폭력이다. 지역주민과 어떠한 합의도 없이 느닷없이 밀실 행정의 결과를 고시하는 일이 여전히 자행되는 상황은 노무현 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핵발전을 비롯한 에너지/전력 문제는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 체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이는 전국민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졸속으로 핵폐기장 후보지를 발표하고 인수위가 이를 묵인한 것은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낳게 될 것이다. 우리는 새 정부가 비과학적이고 비민주적인 핵폐기장 후보지 발표를 철회하고 세계적인 탈핵 흐름에 따라 핵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민적 토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참여 정부'의 기본은 국민이 참여하지 않은 정책을 강행하지 않는 것이다. 수십만년 동안 방사성을 띤 채로 남아 있는 핵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핵공화국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탈핵 국가로 나아가는 희망을 새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에
핵추방을 위한 모임(핵추모)
* 문의 및 참여희망 연락 : 차수인(02-718-0371/ wooa@eco-cente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