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에 휘청이는 우리문화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우리 문화 대처 시급

등록 2003.02.27 02:39수정 2003.02.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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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와 대보름. 두 축제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우리 문화가 평형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우리 고유의 민족문화 축제인 정월 대보름이 3세기 무렵 로마 황제의 승인 없이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을 승낙하다 순교한 ‘밸런타인’을 기리는 밸런타인데이에 밀려 소중한 우리문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올 밸런타인데이와 대보름은 공교롭게도 14일과 15일. 하루 사이로 축제가 겹쳤지만 두 축제에 나타난 열기는 천양지차였다는 지적이다.

보름을 맞는 재래시장과 발렌타인데이를 맞은 백화점
보름을 맞는 재래시장과 발렌타인데이를 맞은 백화점이오용

지난 14일 마산 D백화점 밸런타인데이 상품코너는 예쁜 꽃바구니와 갖가지 포장지에 싸인 각종 초콜릿이 몇 천원에서 수 십만원까지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진열됐으나 선물 코너에는 이를 구입하려는 젊은이들과 심지어 30~40대 주부들까지 합세해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반면 대보름을 맞아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줄어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형편이다.

마산어시장 상인 조홍수(52)씨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부럼 등 갖가지 보름상품을 진열해 놨으나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이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라며 “이 때문에 매년 수십만원 어치의 재고 상품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품을 진열해 놓는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폐기 처분한 상품 값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조씨는 ”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일을 굳이 잘못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문화를 외면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미래에 과연 우리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청소년들의 서양문화 선호 유행에 이제는 30~50대 주부들까지 어울리고 있는 현실을 지켜 볼 때 우리 전통문화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윤희자(36·마산시 석전동)씨는 “물론 밸런타인데이는 서양풍습이지만 사회전반에 걸친 유행이다 보니 이를 배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 또 원영주(39·마산시 창동)씨는 “아이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을 질책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것 같아 동참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문화재연구소 박동백 원장은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켜가고 명절을 명절답게 맞는 것은 우리의 삶을 활기 넘치게 한다”며 “우리 문화에 생명을 불어넣을 경우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원장은 우리나라에도 밸런타인데이와 비슷한 사랑고백 의식으로 ‘탑돌이’가 있어 보름밤에 처녀들이 밤새워 탑을 도는데 세 번만 눈이 맞으면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됐다고 했다.


삼국유사에는 금현이란 사나이가 이 탑돌이에서 사랑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고, 세조때는 지금의 파고다 공원인 원각사 탑돌이가 너무 문란하다 하여 조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는 것.

특히 견우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날, 총각이 처녀가 있는 집의 담을 넘어가는 풍속이 있어 머슴이 몽둥이를 들고 월담을 지켰다는 기록도 있다며 이러한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를 발렌타인데이와 같은 축제로 대처할 수 있는 강한 이벤트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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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경남연합일보 사회부기자로 사회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한 열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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