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 체험관, 전국 확대해야

등록 2003.02.27 09:21수정 2003.0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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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형사고를 주기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대형사건만 해도 삼풍백화점 붕괴를 비롯하여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씨랜드 화재, 인천 호프집 화재, 비행기 추락 등이 있었고, 지난 대구 지하철 참사로 다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할 대책 마련이 없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재난 예방교육 시스템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재해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일상생활에서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생명까지 앗아가는 것이 바로 안전사고이다. 무방비상태에서 일어나는 여러 안전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의 교육이 중요하다.

이번 대구지하철 방화사건만 하더라도 승객들의 대부분은 문을 여는 방법은커녕 문을 열 수 있는 장치가 어디에 설치되어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고발생 직후 수동으로 전동차 문을 열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무척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번 일뿐만이 아니다. 학교나 백화점, 지하철 등에는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지만, 실제상황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했다는 보도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것은 재해 예방에 관한 교육이 되어 있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교육을 받아서 생긴 결과들이다.

예를 들어 민방위훈련의 경우만 하더라도 숙달된 조교의 시범이나 보고 박수나 치는 것으로 교육을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곳에서의 방재교육은 두 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론으로만 알 뿐 실제적인 훈련을 하지 않으니 어쩌면 이런 결과들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학교 교육활동에도 안전교육을 적극 반영해야

일본의 경우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부터 지진을 비롯한 재난예방을 위한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교육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드러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똑같은 태풍 피해를 당했을 때 재산 피해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우리와 비교하여 인명 피해는 훨씬 적은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안전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에 있다고 하겠다.


입시를 위주로 한 우리의 현 교육현실에서 볼 때 안전교육활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시를 위한 주요 교과목 이외의 과목에 대해서조차 관심이 없는 마당에 이런 활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학에 입학한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이 방재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학교 급별에 따른 실습위주의 안전교육활동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만약 시간이 할애되지 않는다면 비효율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 시간을 줄이고 실제적인 안전교육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시민안전 체험관의 역할 기대

2003년 2월 6일 시민안전체험관 전경
2003년 2월 6일 시민안전체험관 전경최원호
지난 6일 서울시 광진구에 마련된 서울 시민안전 체험관을 다녀왔다. 반가운 것은 오는 3월 초 개관 예정인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에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체 영화를 보면서 재난을 체험하는 우주여행 공간, 각종재난 관련 정보 검색이 가능한 방재 도서관, 강도 1에서 7까지 지진을 경험할 수 있는 지진 체험실, 순간 초속 10~70m의 비바람을 동반한 풍수해 체험실, 대형 스크린에 비친 발화지점에 소화기를 내뿜는 소화기 체험실, 완강기와 피난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하는 화재체험실, 마네킹을 이용해 직접 인명소생술을 펼쳐보는 응급구조 체험실 등이 들어서 있다. 재난발생 때 대처요령 등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학습 공간이라 할 만했다.

이런 시설이 일본의 경우 동경에만 3곳, 전국적으로 150여 곳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우리는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계기로 재난 예방에 대한 교육이 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중 일부 내용은 <한겨레신문 2003. 2. 27일자 13면 국민기자석>에 기고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중 일부 내용은 <한겨레신문 2003. 2. 27일자 13면 국민기자석>에 기고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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