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61

으으…! 이제 죽었다. (1)

등록 2003.02.27 13:51수정 2003.02.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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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으으…! 이젠 죽었다.

쐐에에에엑! 챠아아악!
"으아아아악!"


쒸이이이익! 촤악!
"케에에엑!"

쓔아아아아아앙! 철썩!
"아아아아아아악"

이회옥과 냉혈살마, 그리고 비접나한의 등은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얼마나 당했는지 시뻘건 뱀 수십 마리가 뒤엉켜 있는 듯한 상처마다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쉴 새 없이 채찍이 작렬하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단말마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형틀에 묶여 있는지라 제대로 반항조차 할 수 없던 셋은 고통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거나 비명을 지르며 꿈틀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셋 가운데 가장 상황이 안 좋은 사람은 역시 비접나한이었다. 완전히 봉두난발이 되 머리카락은 선혈과 땀으로 젖어 있었고, 등판은 온통 선혈로 낭자한 것은 물론 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터진 입술 사이로 선혈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오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청삼을 걸친 그는 지옥갱의 갱주였다. 그런 그의 가슴에는 구름 위로 솟아오른 검이 수놓아져 있었다. 알고 보니 지옥갱을 지키는 옥졸들 모두가 무림천자성 소속 정의수호대원들이었다.


"말해라! 몇 놈이나 가담한 것이냐?"
"으으으! 믿어 주시오. 우, 우리 셋 뿐이오."

"이놈이…? 지금 누굴 바보로 아느냐? 네놈들이 하옥된 것은 불과 일 년이다. 너희 셋 중 독방에 간 적이 있는 놈은 이놈뿐이다. 그런데 이놈 혼자서 그것을 팠다고 믿으라는 것이냐?"
"으으으! 그, 그렇소. 나 혼자서 팠소."

"오호! 이제보니 네놈들이 감히 본좌들을 가지고 놀려고 해? 안 되겠다. 뭐 하느냐? 매우 쳐라!"
"존명!"

갱주의 명에 세 개의 채찍이 또 다시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쐐에에에에엑! 챠아아악!
"크아아아아악!"

쓔아아아아아앙! 촤아악!
"으으으으으으윽!"

쇄에에에에에엑! 철썩!
"크으윽!"

이번에 노린 곳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등이 아니었다. 등은 물론이고 둔부와 허벅지, 종아리, 심지어는 머리까지 채찍들이 사정없이 휘감았다. 맞을 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너무도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머리를 맞을 때에는 채찍에 머리카락이 묻어나면서 뭉텅 뭉텅 뽑혀 비명소리가 더욱 컸다. 이 순간 이회옥 등의 모습은 가히 지옥에서 올라 온 악귀나찰처럼 보였다.

가장 먼저 비명을 멈춘 것은 이번에도 비접나한이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혼절해 버린 그는 채찍이 작렬할 때마다 약간씩 꿈틀대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크흐흐흐! 물을 끼얹어라!"
"존명!"

갱주의 명에 살을 에일 듯 차가운 세 동이 물이 끼얹어졌다.

촤아아아아아악!
"으으으! 으으으으…!"

"크으으으으윽!"
"불어라! 네놈들 이외에 또 누가 가담했느냐?"

벌써 사흘 째였다. 지독한 채찍질에 혼절하면 찬 물을 끼얹어 깨우고, 대답을 하면 또 채찍질을 가했다. 너무도 강렬한 고통에 셋은 혼절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갱주는 이회옥이 혼자서 동혈을 뚫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규모 동조자들이 있다 판단하고 있었다.

갱주로서 탈출을 도모한 모든 죄수들을 벌하는 것은 의무이다. 따라서 그들이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내야 하였다. 그렇기에 이토록 지독한 고문을 가하는 것이다.

무림천자성의 성규(城規)에 의거하여 모든 죄수들은 하옥하기 전에 반드시 단전을 파괴하게 되어 있다. 혼자서 이를 처리하다보면 혹여 누락될 수도 있기에 반드시 세 사람의 정의수호대원이 입회하여 동시에 그 일을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죄수들은 과거에는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단전이 파괴된 이상 범인(凡人)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제아무리 초인적인 인내심을 지닌 자라 할지라도 매일매일 할당된 작업량을 끝내는 것도 벅찰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지친 몸으로 혼자서 불과 일 년만에 길이 이백여 장에 달하는 동혈을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동혈은 다른 갱도보다도 훨씬 더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적어도 수십여 명 혹은 수백여 명 이상의 동조자가 있으며, 그 동안 조직적으로 일이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동혈이 완성되도록 아무도 몰랐겠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셋의 탈출을 미리 알게 된 것에는 천우신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 이회옥 등이 무사히 탈출했다면 지옥갱에 배속된 모든 정의수호대원들은 경을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옥졸들 가운데에는 은밀한 비밀이 있는 자가 있었다. 그는 근무시간이 끝나자 술 한잔하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검법을 연마하겠다며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였다.

무천장주들의 자식들 가운데 사내들은 여인들과는 달리 보타암이 아닌 태산에서 무공을 연마한다. 그리고는 관문을 돌파하면 정식 정의수호대원이 된다. 이때까지의 성적을 바탕으로 향후 오 년간 근무하게 될 임지를 배정 받게 된다.

사내들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무공교두 등에게서 무공을 전수 받기에 여인들과는 달리 오 년이 아닌 삼 년 정도면 관문을 돌파한다. 빠른 자는 불과 일 년만에 돌파한 자도 있다 하였다.

아무튼 삼 년만에 간신히 관문을 돌파한 그는 지옥갱에 도착하자마자 희희낙락하며 한 통의 서찰을 띄웠다. 그동안 애타는 마음으로 서찰만 주고받았던 정혼녀에게 보낸 것이다.

이날 그는 정혼녀로 하여금 운곡으로 오도록 하였다. 절경 중의 절경인 구룡폭의 장관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둘의 만남은 실로 삼 년하고도 수개월만의 해후였다.

둘은 햇볕 따뜻한 양지에 앉아 정감 어린 시선을 교환하며 미래를 설계하면서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기대고 있던 절벽 뒤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리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잘못 들었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정혼녀도 분명 무슨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저 평범한 절벽 면이었다. 그래도 소리는 들렸다. 하여 귀를 대고 살핀 결과 바위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 소리는 사람이 잠을 자면서 이를 가는 소리와 코를 고는 소리와 흡사하였다. 놀란 그는 즉각 상부에 보고되었다.

갱주는 누군가가 동혈을 뚫었으며 도주하기 쉽도록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뚫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다.

누가 탈주의 주모자이며, 누가 가담했는지를 확인하려면 그냥 두는 것이 좋다 판단한 것이다.

"어서 말해라! 어떤 놈들이 연루되어 있느냐?"
"으으으! 없소. 정말 우리 셋뿐이오."

대답은 이회옥 혼자 했다. 지독한 매질에 냉혈살마마저 혼절의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지독한 놈들…! 정말 끝까지 고집을 피울 셈이냐?"

갱주는 분기가 극에 달했는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으으! 없는 사실을 어찌 고하라 하오?"
"그으래…? 좋아, 네놈들의 말을 모두 믿어 주지. 여봐라! 이 놈들을 규정에 의거하여 피거형에 처한다. 즉각 시행하도록!"

"존명! 즉각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고개를 떨구고 있던 이회옥은 피거형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 순간 갱주의 눈에서는 어디 한번 두고보자는 듯한 눈빛이 형형하게 쏘아져 나오고 있었다.

"흐흐! 피거형이라고 했다. 여기 처음 온 날 보았을 텐데?"
"으으으! 피, 피거형이라니…"

"탈출하려다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보여 주었으니 이의는 없으리라 믿는다. 무엇들 하느냐? 즉각 시행토록 하라!"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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