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빙교수는 파리목숨?

"절차 무시" vs "신입생 줄어.."

등록 2003.02.28 12:33수정 2003.03.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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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천대학이 신입생 모집 대폭 감소 등을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초빙교수를 해고시키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a 대전 서구 복수동에 위치한 혜천대학이 신입생 모집 대폭 감소 등을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초빙교수를 해고시키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 서구 복수동에 위치한 혜천대학이 신입생 모집 대폭 감소 등을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초빙교수를 해고시키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대전 혜천대학(대전광역시 서구 복수동 소재) 초빙교원 이모(남.47) 교수는 지난달 초 '2003년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2002년도 초빙교원 평가 결과가 기준 미달이라는 것과 신입생 모집 대폭 감소 등을 이유로 대학 측이 재계약 불가를 구두 통보한 것이다.

문제는 교원규정에도 명백히 나와 있는 절차(학장제청-이사회의결-이사장결정)를 무시한 채 학장전결의 내부결재만으로 간단히 처리됐다는 데 있다. 또 대학 측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초빙교원 평가 결과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빙교원 평가표는 '수강생들의 강의평가 50, 계열부장 및 학과장 등의 평가 30, 전공교수 및 전임교원 평가 20'으로 산출되는데, 특히 전공교수 및 전임교원 평가는 10여개 평가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형식이다.

그러나 평가항목이 '국내외 학술활동 참여 및 노력 정도', '학생 진로 상담 및 취업알선 노력 정도', '대학과 산업체간 산학연계 역할 수행 정도' 등 내용상 피 평가자의 참고 자료 등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대부분이다.

"근거 자료 없이 일방적 점수 사정"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일년 내내 일면식도 없던 타 교수가 이에 대한 근거자료 요청 내지는 평가 결과치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이 주관적이고 일방적으로 점수를 매겼고 그 결과를 근거로 재임용 여부를 결정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세 가지 분야의 평가를 거쳐 하위 80% 또는 80점 이하인 경우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혜천 대학 초빙교원 규정상에는 "평가표를 재계약 및 보수지급 등 필요한 경우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이 교수의 경우 "1학기 평가에서 85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왔음에도 유독 2학기만 되면 60-70점대 점수를 받아왔다"며 "이러한 평가 결과 역시 재계약 시점을 의식한,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반문했다.


학교측은 또 이 교수가 재계약 불가 통보이후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참고자료를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평가를 실시한 교수들의 개인 양식을 믿기 때문에 그 결과치가 맞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이유로 줄어든 신입생 수를 든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직 학생 모집이 끝나지 않은 데다 신입생 확보 난을 특정 교원의 명예와 자존심을 희생양으로 삼아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과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사정에 따른 맞춤형 인사조치' 비난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도의적으로나 법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학측이 외부적 상황을 빌미로 비민주적이고 반사회적인 해고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동일계열의 이모(남.43)교수도 "재계약 불가 구두통보 전 시간표 편성 과정에서부터 누락돼 있었다"며 "학교측 관계자와의 면담 과정에서 '학교 사정에 따른 맞춤형 인사조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뿐만 아니라 같은 계열에 있는 초빙교수 5명 전원이 이미 재계약 불가 구두 통보를 받았고, 이 중 4명은 재계약일(3월 1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태에서 재계약 불가통보를 받았다. 이는 '재계약일 한 달 전에 재계약 가부 결정을 통보한다'는 초빙교원 관련규정에도 어긋나는 것.

혜천대학 최재하 교수(계열부장)는 "현재로서는 학교 상황이 매우 좋지 않고 시수도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며 "절차상,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혜천대학 교무처 관계자는 "초빙교원 재계약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3월말까지 신입생 모집을 끝낸 후 교수가 더 필요하다면 초빙교수 건 시간강사 건 늘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학교 사정에 따른 맞춤형 인사조치'라는 의혹을 짙게 했다.

전국교수노조 김재남 사무국장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의 현실이 지방대와 전문대부터 압박해 들어가면서 비정규 계약직인 초빙교원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학교측의 내부 사정을 이유로 초빙 교수를 해고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김국장은 이어 "학교측에 항의라도 했다가는 타 학교 임용시 불이익을 겪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 당하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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