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20년 직장생활 20년의 휴가여행

아내와 단둘이 떠나려던 여행이었는데

등록 2003.03.04 14:39수정 2003.03.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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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이 되자마자 아내와 둘이 약속을 하였다. 결혼 20주년의 축하여행과 함께 직장생활 20주년 기념여행을 겸해서 둘만 멀리 여행을 떠나자고. 그러나 그것은 한낱 마음 속의 약속일 뿐 시간과 비용이 따라주지 않았다.


조금은 섭섭해 하는 아내를 달래기 위해서 회사에서 마련해 준 호텔에서 2박3일을 보내기로 하였지만, 그것도 아내의 아들 사랑(?) 덕분에 아들과 함께 경주를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체크인을 하는 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휴가내내 비가 내려 여행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방 안에서 3일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달고 간 혹 때문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는데 데려간 혹(?)인 아들은 무엇이 신나는지 아내 옆에서 밤과 낮을 같이 보낸다.

a 미운 아들 녀석과 사랑하는 아내

미운 아들 녀석과 사랑하는 아내 ⓒ 전병윤

아들 녀석에게 넌저시 혼자서 호텔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 다녀 오라 하여도 녀석 무엇을 눈치 챘는지 방 안에 목욕탕이 있는데 무엇하려 아깝게 돈주고 목욕 하나며 한술 더 뜨고 있다.

참 오랫만에 떠나온 둘만의 여행이었는데 철없는 아들녀석 때문에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놓쳐 버렸다. 어휴 한숨만 푹푹 나오는데 아내는 '그럼 다음에 오면 되지 뭘 그러냐'고 멋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

a 2박3일 동안 찍은 사진 한 장

2박3일 동안 찍은 사진 한 장 ⓒ 전병윤

가난한 집안의 장손 며느리 시집 와서 몸 불편하신 시부모님 병간호 하기를 십수년씩 한 아내. 일년에 열네번씩 지내는 제사를 불평 한 마디없이 다 지내는 아내. 남편 술 마시고 들어와도 다음날 술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다고 해장국을 밥 상 위에 올려주는 아내. 아이들 몸이 아프면 남편 다음날 회사일을 위해 먼저 자라고 말하는 아내. 부부 싸움을 할라치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먼저 말하며 남편을 다독거려주는 아내.


IMF 시절 직장생활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할 때에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고 무엇이든지 하면 못 할 게 있냐'던 아내. 아내가 몸이 아파 누워있을 때 내가 먼저 일어나 밥이라도 짓을라치면 '내가 할 일인데 회사 출근 준비 하라'면서 남편 등을 떠밀던 아내. 명절날 친정에 가라고 말하면, '시누이들 오시는데 어떻게 가냐'며 도리어 짜증을 내던 아내. 남편 용돈이 적으면 사회생활하는 데 힘들다며 살그머니 용돈을 주머니에 넣어주던 아내.

a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내 ⓒ 전병윤

그러던 아내가 아들녀석과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두 개의 침대가 있는데 내 옆자리에 잠지 않고 아들과 자고 있다. 식사도 아들 녀석 옆에서 하고 사진도 아들녀석과 찍고 있다. 아내와 나와의 20년 결혼 기념일 여행인데 그리고 나의 20주년 직장생활의 여행인데 아들녀석이 이렇게 훼방(?)을 놓다니...

덧붙이는 글 | 여보 수고하였소. 그리고 고맙소. 이렇게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사랑 덕분이라 생각하오. 당신과 산 20년 정말 행복하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결혼생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삽시다.
                    
-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병윤

PS: 다음 여행은 우리 둘만이 꼬~옥 떠나자오!

덧붙이는 글 여보 수고하였소. 그리고 고맙소. 이렇게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사랑 덕분이라 생각하오. 당신과 산 20년 정말 행복하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결혼생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삽시다.
                    
-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병윤

PS: 다음 여행은 우리 둘만이 꼬~옥 떠나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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