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미국민에게 이라크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쯤 제시했었습니다. 첫째, 911테러의 배후에 이라크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보복 차원에서 두들겨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911테러 사건 직후에 나왔던 주장입니다.
둘째,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핵무기까지 개발중이라고 합니다. 미국 본토 안보를 위해서라도 이라크를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고 했더군요. 미국민들이 9.11테러의 여파에 아직 휩싸여 있는 동안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부르면서 제시한 공격 이유입니다.
셋째, 후세인을 몰아내고 이라크를 '민주화'시키면 회교권 나라들에게 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덤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분쟁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가장 최근에 제시한 이유입니다. 바로 지난주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부시 미대통령이 세 번째 이유를 제시하면서부터 미언론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상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올린 기사에서도 썼지만 워싱턴 정가에 '거짓말' 논쟁이 시작됐는데 불똥이 언론에까지 튀어서 열기가 고조됐었습니다.
그래도 그 논쟁은 공화당 계열 이론가와 민주당 하원의원 사이의 논쟁이었습니다. 전면전이라기보다는 전초전이라는 말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프리드만이 던진 '거짓말로 전쟁을 시작하지 말라'는 경고도 부시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관리들'에게 향한 것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폴 크루그만은 비로소 '부시 대통령'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난의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의문을 제기'한 수준이지 부시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부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3월4일자 < LA타임스 >는 마침내 '부시는 거짓말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칼럼니스트 로버트 쉬어(Robert Scheer)가 쓴 '엄청난 거짓말을 벼랑까지 밀고 가는 부시(Bush Pushes the Big Lie Toward the Brink)'라는 칼럼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문장부터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다. 이라크의 대량 살상용 무기가 우려스럽다고 했을 때 조지 더블유 부시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쉬어는 대통령이라는 직함도 없이 그냥 '조지 더블유 부시'라고 불렀습니다. 미들네임 이니셜까지 명시했지요. 이건 무지무지한 강조법입니다. 지금 거짓말쟁이를 찍어내는 데에 있어서 한치의 실수나 착오도 없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당신'이 거짓말쟁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부시의 거짓말을 조목조목 정리해 폭로했습니다. 앞에서 정리한 부시의 '전쟁 이유'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라크전이 필요하다는 부시의 주장이 몽땅 거짓말이라는 말이지요.
"부시의 첫 번째 거짓말은 이라크가 명백히 9.11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선동했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증거는 전혀 없다. 아주 웃기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알 카에다의 주요 조직원 중에서 이라크인으로 드러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쉬어는 또 최근 체포된 알 카에다의 칼리드 샤이크 모아헤드의 행적까지 밝혔습니다. 그는 체포 당시 파키스탄에 살고 있었고, 자라기는 쿠웨이트에서 자랐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한 사람이랍니다. 이라크와는 전혀 관계 없다는 말이지요.
"두 번째 거짓말은 이라크의 대량살상용 무기가 미국 안보를 긴박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쉬어는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의 미사일 폐기를 확인하고, 이라크의 무기과학자들을 면담 조사하고, 1991년에 파괴된 생화학무기 공장을 조사하고, 부시 대통령이 주장하던 대량 살상 무기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연간 1천억 달러가 넘는 인류 역사상 최고 비용의 최첨단 비밀 스파이 체계를 동원하고, 방대한 수의 귀순자들과 간첩들을 일일이 점검했지만, 부시는 아직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워싱턴은 어깨만 으쓱"할 뿐입니다. 이라크는 가진 물맷돌을 전부 내려놓았는데도 골리앗은 여전히 탱크를 앞세워 "체제 전복"을 꾀한답니다. 거기다 대고 쉬어가 쏘아붙입니다.
"(워싱턴의) 방자함에 숨이 막힐 정도이다. 우리는 이라크에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이라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젠 소용없다고 한다. '너무 늦었다. 우리는 쳐들어가야겠다. 총을 내려놓고 살육을 기다려라'는 식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위험스런 부시의 거짓말은 그의 원대한 중동 평화 정착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 주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사명은 중동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라크를 침공해서 이라크 전지역의 정부구조와 정치활동을 미국 지배 아래 두어야 한다"고 했다는군요. 그러나 쉬어는 그것도 바보 같은 소리라고 합니다.
"... 그러면 우리의 우방 이스라엘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부시는)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 이스라엘은 미국의 야심을 살짝 가려 주는 무화과 잎사귀에 불과하게 되며, 오히려 가공할 만한 위험에 처하게 되고, 영원히 고립된 군사 요새로 남아야 할 것이다."
도대체 일주일 사이에 미국 분위기가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대놓고 부시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심증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공공연히 '거짓말쟁이' 소리가 들립니다. 그 원인을 쉬어는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부시는 '엄청난 거짓말(Big Lie)'을 늘어놓았으나 이제 그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외교 실패, 국내 평화운동, 게다가 자기 정부내 정보외교 인사들의 폭로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대유럽, 대중국, 대러시아, 대유엔, 심지어 대터어키 외교까지 실패로 돌아간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노조와 교회와 대학과 교원 단체는 물론 고등학생들까지 반전운동을 벌이고 있는 양상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내 정보외교 인사들의 폭로'라는 게 무슨 말일까요?
그건 존 브래디 키슬링(John Brady Kiesling) 사건입니다. 20년간 중동 각국 대사관의 정치자문으로 활동해 온 노련한 외교관 키슬링은 지난 주 콜린 파웰 국무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키슬링의 사직 이유가 걸작입니다. 그는 "베트남 전쟁 이래로 이렇게 조직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미국민을 호도하는 것을 일찍이 보지 못했다"면서 "지금까지 나는 역대 대통령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가 미국민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미언론의 사설과 칼럼을 적지 않게 읽어 왔지만, 대통령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칼럼은 처음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직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낙인찍었습니다. 리처드 닉슨 이래로 언론으로부터 '거짓말쟁이'로 불린 미대통령은 부시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은 도청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 LA타임스 >의 한 칼럼니스트가 아무런 주저도 없이 부시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몰았습니다. 제2의 워터게이트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덧붙이는 글 | LA Times, March 4, 2003
Bush Pushes the Big Lie Toward the Brink:
Even some in government can no longer be silent in the face of falsehood.
by Robert Scheer
So the truth is out: George W. Bush lied when he claimed to be worried about Iraq's allege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Otherwise, Iraq's stepped-up cooperation with the U.N. on disarmament would be stunningly good news, obviating the need to rush to war.
Instead, the U.N. weapons inspectors' verification of Iraq's destruction of missiles, private meetings with Iraqi weapons scientists, visits to locations where biological and chemical weapons were destroyed in 1991 and a series of unfettered flights by U2 spy plans have been met with a shrug and sneer in Washington. The White House line is that even if the Iraqis destroy all their slingshots, Goliath is still bringing his tanks and instituting "regime change." The arrogance is breathtaking. We have demanded that a country disarm -- and even as it is doing so, we say it doesn't matter: it's too late; we're coming in. Put down your guns and await the slaughter.
Abraham Lincoln once observed that even a free people can be fooled for a time -- and this, mind you, was long before Fox News existed -- and in his chaotic two-year presidency, Bush has pushed the Big Lie approach so far that we are seeing dramatic signs of its cracking: an international backlash, a domestic peace movement and whistle-blowing from inside our own intelligence and diplomatic corps.
"We have not seen such systematic distortion of intelligence, such systematic manipulation of the American people, since the war in Vietnam," wrote John Brady Kiesling, a 20-year veteran of the U.S. Foreign Service in his letter of resignation last week to Secretary of State Colin Powell. Kiesling, who was political counselor in U.S. embassies throughout the Mideast, added that "until this administration, it had been possible to believe that by upholding the policies of my president, I was also upholding the interests of the American people and the world. I believe it no longer."
And this brave man is not the only one who has caught on. The entire world is astonished that our president is lying not about a personal indiscretion but about the most sacred duty of the leader of the most powerful nation in human history not to recklessly endanger the lives of his own or the world's people. Yet lie he has.
The first lie, claimed outright, was that Iraq aided and abetted the Sept. 11 terrorists. There is no evidence at all for this claim. It is also interesting to note that not a single leading Al Qaeda operative has turned out to be Iraqi. The latest to be nabbed, Khalid Shaikh Mohammed, was living in Pakistan, was raised in Kuwait and studied engineering -- and presumably the physics of explosives -- at a college in North Carolina.
The second lie was that Iraq's allege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represent an imminent threat to U.S. security. Despite the most hugely expensive but secret high-tech spy operation in human history -- estimated by most at well over $100 billion a year -- and a vast network of defectors and spies, we have not been able to find their supposed weapons.
The third and most dangerous lie is that our mission now is to bring lasting peace to the Mideast by a devastating invasion of Iraq, which will end, as the president outlined last week, in U.S. dominance over the structure of government and politics throughout the region. After abandoning promising efforts by the previous administration to create peace between Israel and the Palestinians, the Bush team now claims that changing Muslim governments around the world will end the downward spiral of violence there. Which leads us to another lie: that this is all good for our ally, Israel -- the claim of the cabal of neoconservative ideologues running our Mideast policy. In fact, however, Israel will be placed in a terribly dangerous position, serving as a fig leaf for U.S. ambitions, further ensuring that it remain forever an isolated military garrison.
This construction of a new world order comes from a naive and untraveled president, emboldened in his ignorance by advisors who have been plotting an aggressive Pax Americana ever since the Soviet bloc's collapse. Bush insiders Richard Perle, Elliott Abrams, Dick Cheney, Paul Wolfowitz and Donald Rumsfeld are all members of something called the Project for a New American Century that has been pushing for a U.S. redesign of the Mideast since 1997. After Sept. 11, they seized on our national tragedy as a way to enlist George W. in support of their grand design. Not only was this reckless scheme never mentioned by Bush during the election campaign, it was the sort of thing renounced as "nation-building," something he would never support. Yet another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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