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마저 왜곡 편파로 도배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창간 83주년 특집호에서 '안티조선'에 대한 왜곡

등록 2003.03.07 09:30수정 2003.03.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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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안티조선 특집판'으로 꾸며진 창간 83주년 기념호에서까지 거짓과 왜곡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3월 5일자 22, 23면 두개 지면에 걸쳐 각각 "[안티조선] 어떻게 공격하나? / 시위·욕설·저주·인터넷 비방...'무차별 선동'"(22면)과 "[안티조선] 누가 주도하나? / '한 놈만 죽이자' 조선일보를 표적으로 삼아"(23면)란 타이틀을 달아 '안티조선'을 분석. 비난하는 특집기사를 내보면서, 마치 조선일보가 극악하고 흉포한 안티조선 세력 때문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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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특집면'으로 꾸며진 3월 5일자 조선일보 22면

조선일보로부터 안티조선의 주도적 단체로 거명된 민주언론시민연합, 안티조선 우리모두, 전국 대학생 조선일보 반대 모임(약칭 조반모) 등은 5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창간특집기사에서조차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왜곡보도를 일삼는데 대해 우리는 분노를 넘어 안쓰러움을 느낀다"(민언련), "안티조선 특집 기사들이 죄다 왜 안티조선 운동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길 수밖에 없도록 해주었다"(우리모두), "83살 먹은 조선일보의 실패한 회춘을 애도한다"(조반모)고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다음은 안티조선에 대한 조선일보의 대표적인 왜곡사례들을 이들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와 논평을 중심으로 모아 본 것이다.

(1)'조선일보 반대운동'은 200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 조선일보는 "시위-욕설-저주-인터넷비방…무차별 선동"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반(反)조선일보 세력들이 조선일보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말대로라면,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가 결성된 것을 기점으로 "오로지 조선일보를 일방적으로 공격"할 목적으로 안티조선 운동이 시작된 셈이 된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를 조금만 살펴도 금방 알 수 있는 명백한 허위다.

조선일보 반대운동이 촉발된 것은 1998년 조선일보의 '최장집 교수 왜곡보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월간조선 11월호가 최장집 교수의 사상문제를 거론하고 이어 조선일보가 최 교수의 저작 가운데 극히 일부의 표현을 문제삼아 시대착오적인 마녀사냥을 주도한 것에 반발해 일단의 평범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남으로써 안티 조선의 불씨가 붙기 시작한 것.

이 과정에서 강준만 교수와 정지환 기자가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나를 고소하라" 운동이 펼쳐졌고(2000년 1월 '우리모두' 결성),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선일보 허위·왜곡보도 공동대책위'가 꾸려지면서 '조선일보에 기고·인터뷰 거부하기' 등 본격적인 안티조선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2000년 9월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결성)

그럼에도 이를 모를 리 없는 조선일보가 안티조선의 시발점을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의 활동에 억지로 꿰맞추려는 것은 민언련 성명이 지적한 대로 "반대운동이 시작된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마치 안티조선운동이 '조선일보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결성된 운동인 것처럼 왜곡하려는 의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2)소설가 이문열씨가 유죄판결을 받고 책은 불태워졌다? : 조선일보는 또한 상기한 기사에서 "친 조선일보 성향을 보인 작가 이문열씨의 책에 대해서는 화형식을 열고 '조선일보 민간법정'을 열어 유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전혀 사실과 배치된 기사다.

'민간법정'은 조선일보의 반민족·반민주·반통일 언론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재판이었을 뿐 이문열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 이문열씨를 비판했던 <이문열 돕기 운동본부>는 조선일보가 주장한 것처럼 '화형식'을 한 것이 아니라 이문열씨의 소설을 단돈 10원에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그럼에도 이를 화형식, 유죄판결 운운한 것은 명명백백한 오보가 아닐 수 없다.

(3)조선일보 기자 3명이 암에 걸렸을 때 안티조선운동가들이 이를 '기뻐했다'? : 조선일보는 또 "지난 2000년 조선일보 편집국 기자 3명이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때, 안티조선 세력들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이런 저주까지 했다"며, "조선기자들의 암 발생 기쁜 소식. 하늘이 그런 나쁜 놈들을 그냥 넘어갈 리는 없다. 말기를 거쳐서 신속하게 사망에 이르기를 바란다"거나 "암세포야 힘내라. 앞으로 너희들(암세포)에게 온갖 고통이 따를지라도 흔들리지 말고 버티거라" 등의 표현을 그 증거로 적시했다.

그러나 사실을 바르게 말하자면, 그같은 발언을 한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을 뿐더러 그 게시물들은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한 네티즌들에게도 심한 비판을 받아 게시판에 올라온 지 2분만에 삭제됐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안티조선 네티즌들이 조선일보 기자들의 쾌유를 비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그런 전후사정을 생략한 채 몇몇 사람들의 발언을 인용해 마치 대부분의 안티조선운동가들이 이를 환영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이 운동을 폄하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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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특집면'으로 꾸며진 3월 5일자 조선일보 23면

(4)손석춘 논설위원 때문에 한겨레신문이 '여당지' 소리를 들었다? : 조선일보는 "'한 놈만 죽이자' 조선일보를 표적으로 삼아"란 제하의 기사에서 안티조선 논객으로 불리는 손석춘 논설위원 때문에 "한겨레는 지난달 사장 선거기간동안 내부에서“지난 4년간 한겨레가‘여당지’소리를 듣는 등 신문의 논조가 직원들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또한 전혀 사실과 다른 픽션이다. 손석춘씨는 한겨레신문 내에서 DJ 정권에 가장 비판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그의 칼럼을 통해서 정권에 대해 누구보다도 '쓴소리'를 해 왔다. 이런 인물을 두고 '여당지' 운운하는 것은 "안티조선운동을 친정부운동인 냥 매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라 할 수밖에 없다.

(5)안티조선은 법원의 판결에서 번번이 패소하기만 했다? : 조선일보는 "시민단체 공격 언개련-민언련이 앞장"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조선일보와 연관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하며 시민단체들의 패소사실만 보도해 마치 안티조선 운동이 법적으로 패배한 운동인 것처럼 매도했다. 그러나 이 또한 온당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다시피 조선일보는 '최장집 교수 왜곡보도 사건'과 관련해 월간조선의 우종창 기자가 월간 <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판정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 2001년에는 MBC 100분토론의 사회자 유시민 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해 유시민씨에게 1천만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정정 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자사의 패소사실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은 채, 아직도 사회적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승복 기사'(2002년 9월)와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조선일보반대 시민연대' 등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소에서 이들 단체들이 패소판결을 받은 것(2002년 8월)만을 울궈먹으며 "안티조선 단체들의‘조선일보 헐뜯기’가 얼마나 진실과 거리가 있었는지를 사법부가 판결한 셈"이라고 조소한 것은 스스로를 조소한 것이나 다름 없는 짓이다.

(이밖에, 평범한 시민들의 주도로 시작된 안티조선 운동을 일부 노무현 대통령지지 성향의 명망가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마치 안티조선 운동이 정치적 의도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왜곡한 부분 등등 지적할 것은 많지만 지면 제약상 생략한다.)

한편, 조아세(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 모임)측은 6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언론개혁시민운동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 "조선일보는 창간기념호를 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티조선 죽이기 특집호 제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사실을 지적하며 "그러한 혼신의 노력을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자기혁신을 위한 실천력으로 전환했다면 아마 안티조선운동은 벌써 옛날에 없어졌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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