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 가려", 전경과 실랑이여인철
그것은 북한의 미국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표시이다. 미국의 침공과 체제전복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불가침”하겠다는 의사를 국제법적 효력을 발하는 형태로 밝히지 않으니 북한으로서는 체제유지에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핵보유의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미국은 지금 북으로 하여금 핵에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그럼으로써 긴장을 조성하면서 그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고 얘기해도 할 말이 없다.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북이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정책을 버리면 핵과 미사일 등 안보 사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못 들은 체 하고 있다. 만일 북의 ‘핵과 미사일’이 정말로 미국의 겁나는 관심사라면 북이 요구하는 대로 적대정책을 버리면 된다. 그런데 적대정책은 버리지 않고 계속 위협을 가하면서도 “핵과 미사일은 안 돼”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도대체 미국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가.
그리고 북이 핵을 가지고 있다거나 개발에 들어갔다거나 하는 명확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CIA라는 데서 언론 플레이를 오락가락 할 뿐이다. 그러면서 이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전력생산을 해야 하며 그를 위해 원자로를 재가동해야만 한다는 북측의 얘기는 아예 묵살하고 강경대응을 외치고 있다.
미국이 계속 이렇게 터무니없는 어거지를 부린다면 우리는 우리의 정책을 달리 고려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과 북, 민족 모두의 생존을 위해서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남북간의 긴밀한 협조, 즉 민족공조가 중요한 때이다. (그렇다고 한미공조를 완전 파기하라는 것은 아니며, 미국을 설득하여 남북미가 모두 평화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북미간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우리 한국군은 다시금 총부리를 북녘 형제에게 겨누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군의 지휘체계 하에 자동편입되어 그들의 명령에 따라 북측 군대와 전투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측과 싸울 의사도, 이유도 전혀 없다. 6.15 남북공동 선언으로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가 (비록 꺾이긴 했지만) 살아있는 마당에 전쟁이라니. 도저히 다시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와서는 절대 안 된다.
미국은 그들의 땅이 아니라고, 우리 남측의 군대를 그들 앞에 세울 수 있다 하여 이 땅에서 전쟁하는 것을 쉽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안 된다. 나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래서 미 대사관으로 다시 간 것이다. 피켓에는 “대북 선제공격 반대”와 “Against Attack on North"라고 써서.
미국은 부시가 늘 입에 올리는대로 “평화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풀기를 원한다면, 이제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제네바 합의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중유공급부터 재개해야 한다.
지금 북측의 에너지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 추운 겨울날 우리는 아파트에서 내의만 입고도 살고 있지만, 전력이 모자라 난방이 안 되는 북쪽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날씨도 남쪽과는 상대도 안 되게 추운 상황에서 말이다.
그 부족한 전력생산을 위해 원자로를 가동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전력의 40% 가량을 원자로를 돌려 생산해 내는 것처럼. 그것을 번연히 알면서 중유공급을 중단한 것은 사태가 악화되리라는 것을 내다보면서도 취한 악수 중의 악수(아니, 고의적으로 그랬다면 묘수랄 수도 있겠지만)이며, 제네바 합의에 금이 가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그것도 멀쩡히 항해하는 배를 남포항에서부터 추적하다가 아라비아 해 부근에서 나포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그러니 미국은 이제라도 중유공급을 재개하고 제네바 합의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