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천씨 "검찰은 '제도적 조폭'"

역사학자 최상천씨, "검사동일체 원리 깨버려야 근본적 검찰개혁 가능하다"

등록 2003.03.11 09:50수정 2003.03.12 19:30
0
원고료로 응원
<한겨레신문>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는 역사학자 최상천씨는 이번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를 어떻게 보고 계실지 10일 글을 부탁했는데 여러가지 바쁜 일정들이 있다며 기자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른바 '검찰 오만방자 사태(?)'를 친절히 분석해줬다.

그는 기자의 단 한마디 질문에 토로하는 듯한 어투로 검사들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지적해줬다. 최상천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요지는 '검찰'을 '제도적 조폭'에 다름없다며 도마에 올려놓고 조폭 논리인 '검사동일체 원칙'을 해체시키는 것만이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것.

최상천이 말하는 '검찰개혁론'을 따라가 보자.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를 보며 검사들의 대화 수준이나 능력, 가치관 등에 대해 여러가지로 미달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검찰을 일종의 조폭집단으로 봅니다. TV에서 검사들 입고 나온 복장 보셨습니까. 모두 검정색 일색이죠. 일단 검찰과 조폭조직은 둘 다 검은 옷을 입고 있다는 데서 매우 유사하다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조폭적 일체성의 핵심은 무엇이냐? 바로 검찰이 갖는 ‘검사동일체 원칙’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것입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뭐냐하면 어떤 사안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검사 개인이 못한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조폭의 논리가 되는 것이죠.


‘검사동일체 원리’는 검찰총장의 의사, 검찰 수뇌부의 의사가 진리라는 얘기라는 것입니다.

조폭 두목이 조폭조직의 의사결정을 혼자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물론 부하들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결국은 혼자 결정하는 체계, 바로 이 동일체 논리라는 것의 원리는 조폭의 논리와 똑같은 것입니다.


조직내부의 질서, 서열주의를 최우선으로 두는 주의, 바로 거기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조폭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그들 검사들의 그것(가치관)도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조직을 위해 죽는다는 것,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이 보인 태도는 그들이 한국의 ‘민주주의’, ‘인권’ 같은 개념이나 가치는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자기 조직이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었죠. 따라서 우리나라 검찰은 ‘제도적’ 조폭이라 볼 수 있고 거기서 전혀 못 벗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검사들이 그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통령한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인 것이죠.

‘조직에의 충성’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는 그들에게 그것(이번 검찰인사)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서열주의를 파괴하는 것도 중요한 해결책의 하나이지만 그런 식으로 한다고(상층부 물갈이) 서열파괴는 안 됩니다. 위 사람들 거둬낸다고 되는 게 아니고 (궁극적 해결책은) 검사동일체 원칙을 깨버려야 하는 것인데 이것은 검사 개개인이 하나의 헌법기관으로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수사하게 해 (그 결과와 과정이) 객관적 평가를 통해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거죠.

토론회에서 강 장관이 했던 말을 보면 (강 장관이) 아주 정확히 보고 있었던 것이죠. (검사들이) 수사했던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잘 하면 검사장, 검찰총장 시켜야 되는 것이지 (물갈이 통해 수뇌부의) 기수를 높인다고 될 문제가 아니죠.

실질적으로 능력을 가졌느냐, 인권의식을 가지고 문제처리를 했는냐 하는 그 사람들의 사건 처리결과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면 서열주의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