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후사 근처의 노천 시장에서 바나나를 파는 아저씨. 뒤로 보이는 것은 사탕수수.김남희
마음이 더워진다. 북경에서 한국인들과 조선교포들 간에 서로 좋지 않게 말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결국 동포란 이런 거다. 내가 이곳이 초행길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염려해주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하는 마음.
이 분뿐만이 아니다. 서안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예정에도 없던 북경으로 가게 되었을 때 북경에는 지인이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내 여행기를 읽은 오마이뉴스의 한 독자분이 연락을 해왔다. 북경지사에 파견 나와 있는데 혹시 북경에 오게 되면 꼭 연락을 달라고. '접대용 멘트'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나이기에 바로 연락을 드렸다.
간첩 접선하듯이 서로의 인상착의를 메일로 주고받은 후 그 분은 미리 예고한 복장으로 일요일 이른 아침에 기차역으로 직접 마중을 나오셨다. 민박집을 잡아주고, 맛있는 밥을 사주시며 여행정보를 나눠주시더니, 급기야는 설을 쇠러 한국에 가며 아파트 열쇠를 내게 주고 가셨다.
일면식도 없는 내게 집 열쇠를 맡기며 편히 쉬면서 충전하고 가라고 하는 그분의 마음. 덕분에 넓고 깨끗한 고급 아파트에서 혼자 열흘을 머물며 팔자에도 없던 호화판(?)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허접한 배낭족의 생활로 복귀한 후 긴 적응기간을 거쳐야 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지만….
교통반점에 들어서니 4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교통반점은 사천성을 여행하거나 이곳을 거쳐 티벳으로 들어가는 많은 국제 배낭족들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그 사이 배낭족 숙소들이 무후사 근처에 몇 군데 새로 생겨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이만큼의 쾌적함과 편의를 제공하는 숙소는 찾기 힘들다.
직원들은 다 영어를 하고, 4인이 함께 방을 쓰는 방은 하루 30원(우리돈 4500원)에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많은 배낭족들이 이곳을 거쳐 가기 때문에 최신의 정보를 얻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오늘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쿠미코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